[비즈한국] 변호사 대량배출 시대다. 그만큼 변호사들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자주 듣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요즘 경쟁이 치열해서 변호사들도 어렵다면서요?” 다른 하나는 “변호사님 전문분야는 무엇인가요?”
이러한 질문을 받으면 다소 난감하다. 어렵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기에 대개 ‘밥은 먹고 산다’고 슬그머니 웃으면서 답변한다. 그러나 이보다 전문분야에 대한 답변이 더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다루었던 분야는 부동산 신탁사건이다. 그렇지만 형사사건이나 이혼사건 등도 꼬박꼬박 진행하고 있다.
또 특정분야 사건에 해박한 지식과 경험이 있더라도 실무에서는 민·형사와 집행 등 법 전반에 걸친 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인지라 변호사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불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마도 법조계에 전문분야라는 단어를 유행시킨 것은 2009년 대한변협이 전문변호사 등록 제도를 도입한 이후가 아닌가 싶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전문’ 표시의 경우 변협 규정에 따라 전문분야 등록을 한 변호사만이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 변협은 규정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한다.
과거에는 변호사의 공공성이 강조되어 변호사의 광고는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2000년에 변호사법이 개정돼 변호사 광고도 허용이 되었다. 다른 업종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그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변호사의 직업수행을 위해 너무나도 당연하다.
예전에 미국의 한 변호사가 웃통을 벗고 권투글러브를 낀 광고를 본 기억이 난다. 의뢰인이 사건을 맡겨주면 파이팅 넘치게 한다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미국연방대법원도 이미 1977년에 ‘Bates v. State Bar of Arizona’ 사건에서 변호사의 광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변호사 광고는 아무런 제한도 없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변호사법에 명문으로 금지하는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며, 변협에서도 자체 규정으로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변호사가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을 속성으로 법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금지되는 광고유형은, 업무에 관하여 거짓된 내용을 표시하거나 국제변호사를 표방하는 등 허위광고, 사실을 과장하는 등 소비자를 오도하는 광고, 다른 변호사를 비방하거나 자신의 입장에서 비교하는 내용 등 변호사의 품위를 훼손하는 광고 등이 금지된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이혼’을 검색해보자. 수많은 변호사들이 링크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성범죄와 관련된 변호사 광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 내지 피고인도 당연히 변호인 조력이 필요하므로 이에 대해 변호사가 광고를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소인에게 ‘꽃뱀’ 등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의 업무를 홍보하는 등 다소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변호사의 품위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월 28일 변호사 등의 광고의 내용이 성폭력범죄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법률적 조력을 위한 것일 때에는 ① 성 평등 관점에 따른 건전한 성의식에의 합치 여부 ② 성폭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인격 또는 명예 손상 여부에 대하여 변호사단체(변협과 각 지방변호사회)의 광고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이다.
원칙적으로 추 의원 법률안의 취지에 공감한다. 특별히 변호사가 성의식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성 평등과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법률가로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선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사협회가 시행하는 의료광고의 사전심의는 사전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듯이 위 법률안은 금지되는 변호사 광고의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로 이해된다.
변호사 광고는 앞으로 더욱 다양하게 진화될 전망이다. 이 점에서 변협이 시행하는 전문변호사 등록제도는 재고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선 법에 규정된 광고의 방법 또는 내용이 변호사의 공공성이나 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과 전문변호사 등록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의사의 전문의 제도와 달리 변호사와 전문은 어울리지가 않는다. 굳이 변호사가 자신 있는 분야를 전문분야라 홍보하면 이에 대해 소비자의 심판을 받으면 되지 않을까.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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