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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덕텔링] '영국의 역습' 5.5세대 전투기와 보라매 프로젝트

4.5세대인 KF-X보다 진보적 기술 채용…개발 리스크 만만찮지만 '확장성' 벤치마킹해야

2018.09.02(Sun) 19:20:08

[비즈한국] 지난 7월 16일, 개빈 윌리엄슨(Gavin Williamson) 영국 국방부 장관은 세계 최고의 에어쇼라고 할 수 있는 판보로 국제 에어쇼(FIA)에서 ‘팀 템페스트’(Team Tempest)와 그들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팀 템페스트는 영국 국방부가 BAE(BAE Systems), 레오나르도(Leonardo), 롤스로이스(Rolls-Royce), 그리고 MBDA, 네 곳의 방위산업체들을 모아서 조직한 프로젝트 팀. 조직 목적은 영국군의 차세대 전투기 기술 연구다.

 

개빈 윌리엄슨 장관은 판보로 에어쇼에서 “우리가 겪을 미래의 전쟁에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것이며, 영국은 이런 위협에 대처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그리고 그 답이 바로 템페스트”라며 연구 중인 미래 전투기 실물 사이즈 모형(Mockup‧목업)을 공개했다.

 

지난 7월 16일, 개빈 윌리엄슨(Gavin Williamson) 영국 국방부 장관은 세계 최고의 에어쇼라고 할 수 있는 판보로 국제 에어쇼(FIA)에서 ‘팀 템페스트’(Team Tempest)와 그들의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차세대 전투기 공개는 실로 오랜만이다. 가장 최근에 차세대 전투기 실물 사이즈 모형을 공개한 것이 1982년 판보로 에어쇼의 EAP(Experimental Aircraft Programme)였으니, 36년 만이다. 당시 공개된 EAP는 영국이 유럽 공동으로 추진 중인 차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테스트 목적으로 만들어져서 1991년까지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과거의 EAP 프로젝트가 유럽 공동개발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으로 진화한 것과 달리, 이번 템페스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홀로서기를 준비하면서 선보이는 대형 신무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공개된 템페스트의 모형은 외관상 몇 가지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삼각형 모양의 날개인 일명 델타익(Delta Wing)에 쌍발 엔진을 장착한 점에서는 현재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그 모습이 비슷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타이푼 전투기를 스텔스 비행기로 개조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템페스트는 단순히 유로파이터 타이푼에 스텔스 기술만 탑재한 게 아니다. 템페스트가 지향하는 목표는 몇몇 부분에서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22 랩터나 F-35 라이트닝보다 더욱 혁신적인 개념과 기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템페스트의 특징에 대해 영국 국방부와 BAE시스템스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이야기하고 있다.

 

템페스트 전투기. 사진=BAE


첫 번째는 ‘유능함’(Capable)이다. 기존 5세대 전투기들이 해내지 못하는 역할이나 기능을 템페스트에 갖추겠다는 생각으로 먼저 ‘입자 무기’ 장착을 준비 중이다. 현재 전투기들의 공격무장인 기관총, 로켓, 폭탄, 미사일과 같은 재래식 무기가 아닌 에너지 무기(Directed Energy Weapons)나 레이저 빔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템페스트는 롤스로이스가 만든 차세대 제트엔진에 특수한 발전기를 연결, 전투기에 필요한 전력 생산능력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 

 

또한 템페스트는 혼자서 전투하지 않는다. 위험한 적의 본진에 침투할 경우에는 템페스트를 보호하는 무인항공기(UAV)가 템페스트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면서, 숨어있는 적의 대공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찾아내서 템페스트에게 알려줄 수 있다. 심지어는 템페스트를 유‧무인 복합형, 그러니까 필요에 따라 조종사를 태우거나, 무인비행이 가능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두 번째 요소는 ‘유연함’(Flexible)이다. 템페스트는 공중전, 지상 및 해상 공격, 정찰임무에 맞게 내부 장비를 바꿔 끼울 수 있는 유연성을 가졌다. 현재의 스텔스 전투기들은 사실 특정한 몇 종류의 무기만 내부에 장착할 수 있게 만들어져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템페스트의 내부 무장창에는 연료탱크, 장거리 정찰장비, 에너지 무기, 미사일은 물론 무인비행기도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무인항공기를 운용하는 템페스트 전투기. 사진=BAE


세 번째 요소는 ‘조종사와의 연결성’(Connected)이다. 템페스트는 기존 전투기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정보를 조종사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여러 신기술로 조종사가 정보를 잘 인지하고 전투에 필요한 판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할 예정이다. 발전된 헬멧에는 조종사의 물리적, 심리적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모니터링 장비가 달리고, 조종복에 장착된 웨어러블 컴퓨터로 상태를 관리한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것은 ‘가상 조종석’이다. 템페스트의 조종석은 계기판이 전혀 없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상황에 따라 조종석 계기판이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고정된 장비가 없으니 조종석의 업그레이드도 무척 간단해진다.

 

네 번째 요소는 ‘확장성’(Upgradable)이다. 전투기는 운용하면서 끊임없는 성능개량이 필요하다. 기술발전으로 새로운 무기와 장비가 등장하는데, 이런 장비를 장착하고 개조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템페스트는 빠르고 쉬운 업그레이드를 위해서 처음부터 이를 감안한 기체 디자인을 적용한다. 현재 시점에서는 기술적 문제로 탑재하지 못하지만 템페스트에 새로운 엔진이나 장비가 추가될 경우, 기체를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을 미리 준비하고 발달된 소재 기술과 로봇 기술로 이런 개조작업을 쉽고 빠르게 끝내도록 만들 예정이다. 

 

마지막 요소는 ‘경제성’(Affordable)이다. 여러 신기술을 사용해서 항공기 제조, 수리, 유지보수, 업그레이드에 사용되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발달된 로봇 기술을 사용해서 로봇으로 비행기 제조와 수리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인간 정비사도 외골격 로봇(Exoskeletons)을 입어 여러 명이 할 작업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만든다. 

 

임무 데이터와 안전검사와 같은 부분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리부속의 재고 비용을 줄이고, 비행기를 조종할 조종사의 교육도 가상현실 시스템을 적극 채용하여 훈련비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템페스트 전투기 설계 개념도. 사진=BAE


이런 영국의 야심만만한 계획은 정말 실현 가능할까. 영국 국방부는 2025년까지 20억 파운드(약 2조 85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할 계획이지만, 이 예산은 새로운 전투기의 개발예산으로는 크게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투기 KF-X 보라매의 경우 개발비로 8조 67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보라매 전투기 프로젝트가 개발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부분을 기존에 개발된 장비와 부품을 활용하고, 일부 성능도 낮추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템페스트가 진짜 완성되기 위해서는 20억 파운드의 몇 배에 달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명확하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유럽 대륙과의 공동개발이 어려운 점은 더욱 큰 문제다. 현재 영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경우 공동개발로 인한 개발비 상승, 정비 및 유지관리 문제, 업그레이드의 어려움 등 많은 장벽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개발로 개발 리스크를 줄여서 그나마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영국 단독의 차세대 전투기 제작 프로젝트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영국은 적극적으로 공동개발 파트너들을 찾고 있지만 영 시원치 않다. 스웨덴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스웨덴 역시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기 어려운 형편이고, 미국의 경우 차세대 전투기 프로젝트에 다소 소극적이다. 미국 공군은 이제 막 배치하기 시작한 신형 스텔스 전투기 F-35에 ‘올인’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전투기 개발을 준비하는 일본은 여러 모로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다. 무엇보다 두 국가가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이기에 전투기 설계에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1980년대 유럽이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만들기 시작할 시절, 영국은 먼 바다 넘어 영국 본토를 공격하는 소련 폭격기에 대응하는 장거리 작전능력을 요구했고, 독일의 경우 국경선 바로 너머에 배치된 소련 전투기와의 격투전을 중시하여 양 국가의 요구를 절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은 일을 생각하면, 영국과 일본이 모두 섬나라라는 점은 전투기 공동개발에서 생기는 잡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전투기 공동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F-35와 F-22를 제작하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은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로 F-22와 F-35의 ‘결합형’을 제시했다. F-35의 전자장비를 떼다가, 비행 성능이 우수한 F-22에 이식하고 이것을 개조하여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로 사용하자는 것이 록히드 마틴의 제안이다. 영국은 강력한 경쟁자인 미국보다 매력적인 공동개발 제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세계 최초의 6세대 전투기라는 템페스트는 그저 상상도와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남을 수 있다. 

 

템페스트 전투기. 사진=BAE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리가 현재 개발 중인 보라매 전투기의 경우 아직까지는 매우 안정적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와 개발비 분담 금액에 대한 논쟁이 있는데, 이 문제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아닌 정치경제적인 내용이라 정부 간의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보라매 전투기의 외형은 5세대 전투기인 F-22와 F-35와 비슷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현재 널리 쓰이는 기술과 부품을 사용해서 기술적 어려움이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템페스트의 야심 찬 계획처럼 세상에 없는 전투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처음 전투기를 만드는 입장에서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지금의 개발방식은 적절하다고 말 할 수 있다. 다만 단 한 가지 부분에서 우리는 영국의 템페스트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확장성’이다.

 

현재 KF-X는 수출승인과 개발 난이도 문제로 여러 가지 부분을 포기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가령 전투기에 붙는 안테나의 경우, 자료와 무전을 주고받는 통신 안테나는 동체 표면과 붙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전파 발산을 최소화시키지만, 적의 미사일과 레이더를 방해하기 위한 전파 방해장비(Jammer)의 경우에는 수출규제 때문에 안테나가 동체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이렇게 튀어나온 안테나는 KF-X 의 스텔스성을 떨어트리므로, 언젠가 스텔스 안테나로 개조할 수 있도록 여러 준비를 해야 한다.

 

스텔스 전투기의 필수 조건인 내부 무장창도 마찬가지이다. KF-X는 현재 내부 무장창을 갖추지 못하고 미사일을 반쯤 외부에 노출하는 일명 ‘반매립식 무장장착대’를 사용하는데, 내부 무장창 공간은 존재하지만 내부 무장창 장착에 대한 명확한 계획은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KF-X의 내부 무장창 공간에 창조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우선 내부 무장창을 장착할 수 없는 KF-X의 초도 양산형에서는 미래에 내부 무장창 개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내부에 전기 및 유압계통을 설치하고, 제작 시 내부 무장창 개조를 염두에 두고 쉽게 분해 및 재장착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내부 무장창에 폭탄과 미사일 외에도, 연료탱크, 장거리 정찰 장비, 전파 정보 수집 및 교란장비, 에너지 무기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모듈식 설계의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이런 기능들은 실제로 제품이 완성되기 전, 설계단계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다 만들고 나서 새로 개조를 준비하다보면 기체 구조, 설비, 동력, 공기역학적 부분에서 예상하지 않은 문제점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템페스트의 혁신적인 미래 전투기 개념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미래를 준비하는 확장성 개념은 방위사업청, 공군, KAI가 꼭 명심했으면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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