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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라이벌 열전] '외국계 은행 한국인 대표' 씨티은행 박진회 vs SC제일은행 박종복

높은 배당성향, 먹튀설로 구설…국내 은행과는 다른 전략으로 승부

2018.08.31(Fri) 17:16:29

[비즈한국] 올해 상반기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실적잔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웃지 못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573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558억 원에 비해 늘긴 했지만 다른 은행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SC제일은행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2489억 원에서 올해 상반기 1835억 원으로 대폭 줄었다.

 

두 은행의 최대주주는 각각 미국 씨티그룹과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다. 따라서 두 은행의 배당금은 대부분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한국씨티은행은 2016년 배당성향이 73%에 달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외국계 은행들은 잊을 만하면 한국 철수설이 흘러나와 대중의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왼쪽)과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각 은행


그럼에도 외국계 은행은 타 시중은행에 비해 압도적으로 편리한 해외 송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고정 고객층 또한 많다. 한국씨티은행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외화송금을 대행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알게 모르게 큰 역할을 한다.

 

# ‘고소득층 타깃’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1957년생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전라남도 강진에서 태어나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시카고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교 졸업 직후인 1980년 초 한국개발연구원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1981년 5월 퇴사 후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1984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 입사해 금융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3년 씨티은행 글로벌금융책임자, 1995년 씨티은행 자금담당 본부장 등을 맡으며 탄탄대로를 걷다가 2000년 삼성증권 운용사업담당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사진=한국씨티은행


1년 후인 2001년 박 행장은 한미은행 부행장으로 다시 이직했다. 당시 한미은행은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는데 금융권에서는 강신원, 원효성 두 부행장에게 주목했고 박 행장은 상대적으로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박 행장의 커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당시 한미은행장이던 하영구 전 전국은행연합회장이다. 하 전 회장은 박 행장과 경기고-서울대 동문으로 하 전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박 행장을 영입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이 합병해 한국씨티은행이 탄생하자 박 행장도 자연스럽게 한국씨티은행의 일원이 됐다. 한국씨티은행 출범 후 박 행장은 수석부행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07년에는 한국씨티은행 기업금융그룹장에 올랐다.

 

2014년 말 약 10년간 한국씨티은행장 자리를 지켜온(한미은행장까지 포함하면 13년) 하영구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차기 행장으로 박 행장이 급부상했다. 조엘 코른라이히 한국씨티은행 부행장도 후보로 언급됐지만 미국 씨티그룹의 ‘탤런트 인벤토리 리뷰’라는 후계자 양성제도에 따라 박 행장이 이미 차기 행장으로 내정된 상태였다.

 

박 행장은 취임 후 고소득층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해 7월 오픈한 한국씨티은행 도곡센터가 대표적 예다. 도곡센터에는 개인고객전담 직원과 포트폴리오 카운슬러, 투자·보험·대출·외환 전문가 등 전문 상담 인력 50여 명을 포함해 총 70여 명이 근무한다. 도곡센터는 한국씨티은행 WM(자산관리)센터 중 가장 많은 고객 상담실(26개)을 구비해 강남권 지역의 VVIP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지점을 126개에서 25개로 줄이는 ‘차세대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했다. 디지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점 인력을 자산관리센터나 고객가치센터 등으로 재배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노조가 강력히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서 36개로 지점을 줄였다.

 

박 행장의 임기는 2020년 10월까지다. 그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 행장직을 연임하거나 하 전 회장처럼 기관단체장도 바라볼 수 있다. 반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60대에 접어든 만큼 앞날이 순탄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 ‘영업통’ 박종복 SC제일은행장

 

1955년생인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태어나 청주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교 졸업 후인 1979년 제일은행에 입사해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주로 일선 영업점에서 영업 활동에 매진해 영업통으로 불린다.

 

그는 2004년 강남·부산 PB(거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개인금융 서비스)센터장에 올랐고, 2006년 PB사업부장, 2007년 영업본부장, 2009년 프리미엄뱅킹사업부장, 2011년 소매채널사업본부장, 2014년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부행장)을 역임했다.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제일은행을 인수해 박 행장도 외국계 은행원이 됐다.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사진=SC제일은행


2014년 말 당시 SC제일은행장이었던 아제이 칸왈 전 행장이 동북아시아 지역 총괄 대표로 이동하면서 박 행장이 후임 행장으로 내정됐다. 박 행장은 SC제일은행의 약점이 소매금융 부문이라고 판단, 취임식에서 “소매금융 강화를 위해 최신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뱅킹유닛과 이동식 팝업 데스크를 선보일 것”이라며 “소매금융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금융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각 영업 부문 간 소통을 강화하고 협업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은 2014년 영업손실 1277억 원, 당기순손실 646억 원이라는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다행히 박 행장 취임 후 실적을 회복해 지난해 영업이익 3668억 원, 당기순이익 2736억 원을 거뒀다.

 

실적과 별개로 SC제일은행은 박 행장 취임 후부터 지금까지도 한국 철수설에 휘말리고 있다. 2015년 초 충무로에 위치한 SC제일은행 제일지점 건물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하자 철수설은 더 불거졌다. 박 행장은 매번 “철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철수설을 의식한 탓인지 박 행장은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6월 SC제일은행은 서울교통공사와 계약을 맺고 2020년까지 지하철 1호선 종각역 명칭을 ‘SC제일은행역’과 함께 쓰기로 했다. 또 지난해부터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곰돌이 푸 등을 모델로 한 마블과 디즈니 체크카드·통장 등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박 행장은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SC제일은행 한 곳에서만 근무했기에 인생 스토리는 많지 않다. 박 행장이 현재 살고 있는 잠실 G 아파트는 박 행장이 아닌 다른 박 아무개 씨 소유다. 박 행장보다 6살 많은 박 씨의 주소지도 박 행장과 같은 G 아파트인 것으로 보아 가족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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