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자동차를 살 때면 항상 고민되는 부분이 옵션이다. 옵션을 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고 불편하다. 특히 교활한 자동차 회사들은 우리가 옵션을 빼면 대시보드 곳곳에 빈 버튼을 넣어 상실감을 극대화한다. 그렇다고 옵션을 마구 선택하면 상위 그레이드의 자동차 가격을 넘어서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옵션은 자본주의의 악마가 만들어낸 작품이 틀림없다.
문제는 또 있다. 정작 필요한 옵션은 만들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거치대다. 최근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길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 회사들은 절대로 스마트폰 거치대를 만들지 않는다.
이유는 있다. 비효율적이지만 비싼 내비게이션을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애프터마켓에 거치대는 꽤 나와 있지만 고르기가 쉽지 않다. 디자인, 거치 방식, 충전 안전성 등등을 고려하면 자동차 고를 때보다 더 어렵다. 오늘 소개하는 ‘게이즈온’이라는 차량용 무선 충전거치대는 거치대 겸용 무선충전기로 우리의 고뇌를 덜어줄 만한 제품이다.
게이즈온의 장점은 스마트폰 거치가 쉽다는 점이다. 거치대에 적외선 센서가 달려 있어 스마트폰을 가까이 가져가면 홀더가 자동으로 벌어진다. 그 사이에 스마트폰을 끼우면 된다. 원래 이런 작업은 안전을 위해 자동차가 멈춰 있을 때 해야 하지만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다. 그렇게 느긋한 사람들은 운전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 확률이 높다. 시간에 쫓기는 운전자는 운행 중에 전화가 오거나 뭔가를 확인할 때면 차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스마트폰을 뽑아 확인하고 다시 꽂아 넣는다. 그런데 이 일련의 과정을 수행하려면 두 손을 다 쓰거나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게이즈온은 적외선 센서로 이 딜레마를 해결했다. 자동으로 홀더가 열리기 때문에 한 손으로 쉽게 착탈이 가능하고 강한 스프링 덕에 단단히 고정된다. 스마트폰 크기도 크게 문제될 것 없다. 내가 쓰고 있는 LG V30은 6인치다. 가로 사이즈가 75.4mm로 꽤 큰 스마트폰에 속하지만 무리 없이 거치가 된다.
센서 감지 후에 홀더가 모터 소음을 내며 자동으로 열리는 모습도 꽤 멋지다. 신호에 걸렸을 때 센서만 가지고 놀아도 시간이 잘 갈 정도다. 다만 센서가 민감하므로 스티어링 휠 근처에만 손이 가도 자동으로 열리는 때가 종종 있다. 이게 거슬리면 이용하지 않을 때에는 케이블을 뽑아두는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을 뺄 때도 자동이다. 왼쪽에 있는 터치식 열림 버튼에 손을 대면 홀더가 열리며 스마트폰을 손쉽게 뺄 수 있다. 한 손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안전에 도움이 된다. 다만 시동이 꺼진 경우에는 홀더가 자동으로 잠기므로 빼기가 어렵다. 억지로 빼낼 수도 있지만 시동을 끄기 전에 미리 빼두는 게 좋다.
이제 기본기를 볼 차례다. 좋은 아이디어도 기본기가 부족하면 불편해서 결국 사용하지 않게 된다. 마운트의 안전성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게이즈온은 두 가지 방식의 마운트 액세서리가 들어 있다. 송풍구에 부착할 수 있는 송풍기 마운트와 유리에 부착할 수 있는 흡착식 마운트다. 송풍구 마운트는 홀더식으로 가로나 세로식 송풍구 어디에도 효과적으로 부착이 가능하다.
보통 마운트의 품질이 낮거나 구조상 결함이 있으면 흔들거리기 쉬운데 게이즈온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거치된다. 참고로 송풍구 마운트로 고정할 때는 해당 송풍구를 꺼 놓는 게 좋다. 에어컨은 큰 문제가 없지만 히터 사용 시에는 마운트가 열을 받아 고장 날 수 있다.
다음은 흡착식 마운트다. 차종에 따라 원형이나 회오리식 송풍구가 간혹 있는데 이런 차는 송풍구 마운트 사용이 불가능하다. 이런 차량은 흡착식 마운트를 써야 한다. 흡착식 마운트는 유리는 물론 대시보드에도 부착 가능하도록 접착제가 발라져 있다. 차량에 직접 부착해 보니 상당히 단단하게 거치된다. 어떤 방식의 차량에도 부착이 가능하므로 사 놓고 부착을 못해 다시 중고장터에 내놓을 일은 없다.
디자인도 보자. 내가 보기에는 괜찮다. 크래들 받침에는 가죽 느낌의 폴리우레탄 소재를 사용했는데 인테리어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 예전에 쓰던 제품은 플라스틱 소재만 썼는데 그 질감이 자동차 인테리어에 녹아들지 못해 꽤 눈에 거슬렸다. 또 장점이 있다. 폴리우레탄은 탄성이 있고 푹신하다. 그래서 차량이 흔들릴 때도 충격을 다소 흡수해주기 때문에 스마트폰 흔들림도 적다. 디테일한 면도 합격점이다.
무선 충전 실력을 점검할 차례다. 치(Qi) 규격을 쓴 스마트폰 충전이 가능하다. 10W 파워지만 실제 아웃풋 파워는 5V/1.5A급이므로 7.5W급이라고 보면 된다. 2.5W는 손실되는데 평균적인 수치다.
고속 무선 충전 스펙이 7.5W이므로 고속 무선 충전 스펙에 부합한다. LG V30 기준으로 완충까지 약 3시간 걸린다. 일반 충전 속도다. 고속 충전을 하려면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퀄컴 퀵차지 어댑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 용량, 케이스 부착 여부, 실내 온도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속 충전 시는 2시간 정도, 일반 충전 시는 3시간 내외로 충전된다.
어떤 스마트폰을 지원할까? Qi 규격은 갤럭시 시리즈의 경우 S6와 갤럭시노트5 모델 이후부터, 애플은 아이폰8 시리즈 이후부터, LG는 G6와 V30 이후 모델부터 Qi 방식의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기타 외산 스마트폰은 Qi 규격을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과충전 보호 기능이 있어 충전이 완료되면 충전이 멈춘다. 충전 여부는 측면에 붙은 LED로 알 수 있다. 충전 실패 시에는 빨간 불이 들어온다. 이것도 좋은 디테일이다.
20세기에 상상한 21세기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고 모든 것이 자동화된 멋진 이동 수단이었다. 운전 중에 낑낑대며 스마트폰을 덜렁거리는 거치대에 끼워야 하는 불편이 2018년까지 이어질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반성을 모르는 자동차 회사들은 스마트에는 별 관심이 없다. 여전히 미세먼지를 마구 뿜어대는 디젤 자동차에 집착하고 자신의 차가 불에 탄 이유도 찾지 못할 정도로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테슬라가 그나마 열심히 노력하지만 월스트리트 공매도꾼들은 테슬라가 망하기만을 두 손 모아 빌고 있으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 게이즈온은 게으른 자동차 회사들이 억지로 외면하고 있는 부분을 채워줄 만한 제품이다. 센서와 모터를 잘 이용했고 소재를 고민했으며 운전자의 동선을 잘 연구했다. 이 정도면 자동차 회사들의 모럴해저드를 보완해줄 훌륭한 액세서리다.
필자 김정철은? ‘더기어’ 편집장.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욱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낸다.
김정철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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