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7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열렸다. 이날 전 씨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는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한편 전 씨의 장남 전재국 씨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재국 씨가 경영하던 출판사 시공사가 전자카드 제조업체 바이오스마트에 매각된 것. 매각 대금이 전 씨의 추징금 미납에 따른 국고 귀속 대상이 될지도 관심이 모아졌지만 이와 관련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6월 말에는 재국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성강문화재단 이사진에 변화가 있었다. 20년 이상 이사를 맡았던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퇴임한 사실을 ‘비즈한국’이 처음으로 확인했다. 안 부회장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사위로 제주항공을 애경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안 부회장이 장영신 회장의 장남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을 제치고 그룹을 승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 성강문화재단은 어떤 곳?
성강문화재단은 전두환 씨의 장인 고 이규동 씨가 1985년 설립한 문화재단이다. 성강문화재단의 ‘성강’은 이규동 씨의 호다. 1988년 5공 청문회 당시 성강문화재단 설립자금 출처에 의문이 일기는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규동 씨가 2001년 사망한 후에는 아들 이창석 씨가 성강문화재단 이사장을 이어받았다. 창석 씨는 2014년 6월 퇴임, 재국 씨가 후임 이사장에 올랐다. 당시 창석 씨가 탈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이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
성강문화재단은 올해로 설립 30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활동 기록은 찾기 어렵다. 성강문화재단 주소지는 1997년부터 2014년까지 재국 씨가 소유하던 출판사 시공사와 같은 건물에 있었다. 현재는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시공아트스페이스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시공아트스페이스는 대외적으로는 화랑이지만 실제로는 재국 씨의 미술품 창고라는 의혹을 받는다.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있어 구체적인 실체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평창동에 30여 년 거주한 A 씨는 “지나가면서 시공아트스페이스를 자주 보는데, 외부인이 출입하거나 전시회를 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성강문화재단은 관악구 봉천동에 분사무소를 두고 주유소 사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창석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봉천동 주유소를 매각해 경기도 파주시에 성강문화재단 미술관을 지었다”고 말했다.
성강문화재단 미술관은 재국 씨 소유의 아티누스 건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아티누스 건물에는 1층에 식당, 지하 1층에 유아 박물관이 있다. 미술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2층에는 시공사가 운영했던 북아웃렛이 있지만 현재는 일반인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1층 식당 관계자는 “도서정가제 이후 경영이 어려워져 영업을 종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티누스 건물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성강문화재단은 이곳에 8억 6400만 원을 채권최고액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금융사가 아닌 대상과의 근저당권설정은 전세 혹은 월세 계약을 맺을 때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한 장치인 경우가 많다.
한때 성강문화재단 부속이었던 한국미술연구소는 예술계에서 비교적 알려진 곳이다. 한국미술연구소는 2009년 성강문화재단에서 분리, 신규 법인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2017년 6월까지 주소지가 시공아트스페이스였던 것으로 보아 재국 씨 영향 아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홍선표 한국미술연구소 이사장은 성강문화재단의 이사이기도 하다. 한국미술연구소는 현재 종로구 명륜동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각종 연구와 강연 등을 진행하며 나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정도를 제외하면 성강문화재단의 자체적인 활동은 찾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성강문화재단이 재국 씨의 비자금 조성 창구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3년 미술품에 양도소득세가 적용되기 전까지 미술품 거래에는 세금이 붙지 않아 재벌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창구로 많이 이용했다. 미술계 관계자는 “정·재계 유력인사와 작가는 사실상 공생관계”라며 “그들이 작품을 비싸게 구입하기에 한국 미술계가 살아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 안용찬 부회장, 올 6월 성강문화재단 이사 퇴임
성강문화재단 법인등기부를 살펴보면 눈에 띄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안용찬 제주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안 부회장은 1998년 성강문화재단 이사를 중임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서류에 나온 연임 회수만 5회다. 최소 20년 이상 이사로 근무했다는 뜻이다.
한편 재국 씨도 안 부회장과 같은 1998년 성강문화재단 이사를 중임한 것으로 나온다. 차이점이라면 재국 씨는 2014년 6월 이사장에 올랐고 올해 6월에도 중임했지만, 안 부회장은 올해 6월에 퇴임했다.
안 부회장은 1987년 애경산업에 입사, 1993년 애경산업 전무를 거쳐 1995년 애경산업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6년 12월에는 애경그룹 생활항공부문 부문장을 맡았고, 2012년 3월부터 제주항공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재국 씨와 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동기로 두 사람의 친분은 이미 정·재계에 잘 알려져 있다. 안 부회장의 부인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이 이화여대 조소학과 출신이기에 미술계와 연결고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단순 친분을 이유로 특별한 활동도 없던 성강문화재단의 이사를 20년 이상이나 했고, 퇴임의 표면적인 이유는 임기만료이지만 그간 수차례 연임했기에 퇴임 이유에 많은 궁금증이 남는다.
‘비즈한국’은 성강문화재단과 한국미술연구소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안 부회장은 임기 만료로 성강문화재단 이사에 퇴임한 것”이라며 “그 외에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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