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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사이에 낀 이주열 한은 총재의 선택은?

김동연-장하성 엇박자 와중에 물가 급등세, 미국 금리인상 등 기준금리 '딜레마'

2018.08.24(Fri) 23:14:28

[비즈한국]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간 갈등설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면서 경제계의 시선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로 향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등을 둘러싼 정책 방향 혼란으로 고용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은이 중시하는 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추가 인상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상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정부 정책 혼선이나 미비한 성과를 고려하면 인상을 결정하기도 어렵다.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둔 이 총재에게 시장의 시선이 몰리는 이유다. 

 

김동연 부총리(오른쪽)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왼쪽) 간 갈등설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면서 경제계의 시선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에게로 향하고 있다. 사진=비즈한국DB


최근 경제계 최대 화두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실장 간의 갈등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을 상징하는 장 실장과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는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악화를 놓고 엇박자를 보여 왔다. 

 

장 실장은 고용 악화에는 전 정부의 경제 정책 등 여러 가지가 영향을 준 만큼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인이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인데 반해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올해 들어 심해진 고용 악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 장 실장은 고용 위기가 연말에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 부총리는 고용 위기 회복이 쉽지 않다고 예측했다. 

 

두 사람의 갈등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어느 한 쪽의 손도 들어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 부총리의 손을 들어줄 경우 소득주도 성장론 실패 자인이라는 말을, 장 실장의 편에 설 경우 불통 정부라는 비판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두 사람의 정례 회동을 추진하는 등 갈등설 달래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어색한 동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서 시장의 눈은 금융 정책 수장인 이주열 총재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 경제 정책 혼선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융 정책 방향이 어디로 갈지에 시선이 쏠리는 것이다. 특히 최근 물가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미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욱 빨리 가져갈 조짐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진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오는 30일 금통위를 주재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금통위는 금융시장 상황만으로 볼 때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7월 생산자 물가지수는 최근 폭염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전년 동월 대비 2.9%나 오른 104.83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4년 9월(105.19) 이래 46개월 만에 최고치다. 

 

생산자 물가가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9월 추석까지 고려하면 소비자 물가는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법에 한은 설립 목적(1조)을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이라고 못 박을 정도로 물가 안정은 한은의 제1의 임무다.

 

미 Fed 기준금리 인상도 이 총재에게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Fed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불만을 표시했지만 Fed는 개의치 않고 있다. 

 

지난 24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하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서 에스더 조지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1.75~2.00%인 기준금리를 3% 부근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 총재는 올해 Fed에서 통화정책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가 1.50%임을 감안하면 미 기준금리와 더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주식과 외환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물가와 금융시장 흐름으로 볼 때는 기준금리 인상이 정답이지만 현재 정부 경제 정책 성과를 보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에는 이 총재가 안아야 할 부담이 너무 크다. 당장 7월 취업자 증가수가 5000명에 그치는 등 고용 대란이 발생한 비상 상황이라는 점이 가장 부담스럽다. 게다가 정부의 경제 정책은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의 엇박자로 삐거덕거리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 어려운 상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제 정책 사령탑인 김 부총리와 경제 정책 설계를 책임진 장 실장 간 갈등이 커지면서 통화 정책을 맡고 있는 이 총재의 부담이 커졌다”며 “정부의 경제 정책이 겉돌고 고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정부 상황을 고려하다 자칫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놓칠 경우 물가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로 경제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이 총재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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