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후폭풍이 거세다. 올림픽 관련 업체들의 임금 체불 문제가 불거져서다. 수개월째 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속을 태운다. ‘성공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평창 동계올림픽 이미지에도 상처가 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대회에서 설상경기장에 야외 임시관람석을 공급, 설치작업에 참여한 하청업체들에 따르면 폐막 후 5개월이 지나도록 100억여 원에 이르는 대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중 조직위원회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지시에 따라 20여 차례 공사를 추가·변경하는 과정에서 공사비가 늘었는데도 조직위 측에서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제조업체 전 아무개 대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일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임금 미지급 등 피해가 발생해 힘들다. 우리 회사만 해도 피해액이 8억 3000만 원 정도 되는데 어떤 대가도 없다”며 “국가에서 하는 사업이니 당연히 조직위를 믿었는데 ‘나 몰라라’ 식으로 피해업체들에게 대응을 하지 않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임시관람석 사업은 지난해 12월 원청 A 사와 조직위가 맺은 계약에 따라 50여 원청 협력사(하청업체)들이 투입돼 진행됐다. 이마저도 계약 전 선공사에 들어가 계약 당시 공사는 한창이었다. 이 과정에서 추가공사비가 발생했고 대금 지급이 늦어지며 수개월간 대가를 받지 못한 하청업체들이 A 사에 찾아가 항의하며 고소전까지 갔다.
A 사 역시 피해자라는 입장이다. A 사에 따르면, 추가 공사비로 조직위에 청구한 돈만 107억 원에 달한다. 올림픽 준비기간 중 공사현장을 방문한 IOC 직원들이 시설물이 대회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고 이후 추가적인 시설 보강공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107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A 사 이 아무개 대표는 “조직위가 돈을 줘야 우리도 협력사들에게 돈을 지급할 수 있는데 조직위도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해 답답한 심정이다. 우리도 피해자”라며 “설상 그랜드스탠드의 경우 경사진 부분에 설치해야 해 기본 공사부터가 돈이 많이 든다. 조직위에서 하는 말은 ‘비포장도로나 포장도로나 똑같지 않느냐’며 추가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조직위와의 계약 자체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A 사는 조직위와 공사계약이 아닌 ‘후원계약’을 맺고 사업권을 따냈다. 후원금을 지불하고 후원계약을 맺은 업체는 ‘독점공급권’과 ‘휘장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다. A 사는 온전히 독점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32억 원가량의 후원금을 조직위에 지불하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현재 A사 측은 후원금 33억 원 중 약 10억 원을 납부했다.
이 대표는 “조직위는 후원금을 얼마 낼 수 있는지를 보고 업체를 선정했다. 그저 독점공급권을 갖기 위해 후원금까지 내며 계약을 맺게 됐다”며 “설치하고 다시 철거하는 임대공급사업에 휘장사업권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A 사의 다른 임원은 “우리는 평창올림픽 2~3년 전부터 테스트이벤트 공급자로 참여하는 등 계속 관련된 일을 해왔다”며 “이에 따라 계약 당시 그랜드스탠드 부문에 200억 원가량 투입될 것으로 보고했지만 조직위는 그 절반도 안 되는 78억 원에 계약 맺을 것을 요구했고, 거기다 후원금도 받아갔다”고 말했다.
현재 A 사는 공정거래조정원에 이 문제를 정식 문제제기했고,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도 조직위는 대형 로펌을 선임해 민사소송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게 A 사의 주장이다. A 사는 또 이와 별개로 하청업체와 함께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시스탠드 사업에 참여한 하청업체 52곳과 원청 A 사 등은 지난 22일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건물 앞에서 대금지급을 촉구하는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피해업체들은 이날 “조직위는 대회가 종료된 지 5개월 이상 지나도록 대금 지불을 하지 않고 적반하장 격으로 하청업체의 정당한 대가지급은 도외시한 채 감리단과 대형 로펌을 내세워 대가 삭감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하청업체들이 임금체불과 부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직불처리 조치를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하청업체의 임금체불과는 관련 없고, 원청업체가 요구하는 공사비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조직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대금 중 67억 3400만 원은 이미 지급됐고, 잔금은 원청이 납부해야 할 후원금 미납분 22억 9900만 원과 상계돼야 한다”며 “설계 변경 부분은 당사자 간 이견에 따른 분쟁조정이 끝난 뒤 최종 합의된 금액을 지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체불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 화물차 기사 등 40여 명이 조직위에 임금 지급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컨테이너와 화장실을 임대·납품한 업체들도 대금지급을 요구하며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
평창 동계올림픽 '리퍼브' 숨은 보물 찾기, 언제 어떻게?
·
평창 동계올림픽 '음악'은 금메달을 받아야 한다
·
[현장] 평창에서 올림픽 열기만큼 뜨거운 소개팅 앱 '틴더' 해보니
·
[미국음악일기] 서울올림픽 주제가 '핸드 인 핸드'와 케이팝의 성공 공식
·
평창올림픽 해빙무드에도 '대북주' 지지부진…방산주는 상승세,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