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한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은행 본점에서 기자들에게 “(ING생명 인수에 대해) 방향을 정하고 진행 중”이라며 “가격 이슈가 가장 크리티컬(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중 ING생명의 자산 순위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에 이은 6위다. ING생명의 자산은 31조 4339억 원, 신한생명은 30조 2724억 원으로 둘을 합치면 61조 원이 넘는다. 향후 ING생명과 신한생명이 통합하면 미래에셋생명(35조 1099억 원)을 제치고 자산 순위 5위로 올라갈 수 있다. 4위인 농협생명(64조 270억 원)과도 경쟁이 가능하다.
ING생명은 올해 상반기 영업수익(매출) 2조 2669억 원, 영업이익 2488억 원이라는 좋은 실적을 거뒀다. 경쟁사인 농협생명(영업이익 1022억 원), 미래에셋생명(608억 원)보다 높은 수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ING생명의 RBC비율(Risk Based Capital, 위험기준자기자본)은 440.9%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높았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지표다.
신한금융이 재무구조가 탄탄한 ING생명에 관심을 가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조 회장이 언급한 가격이다. 현재 ING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59.15%를 소유한 라이프투자유한회사다. 라이프투자유한회사는 MBK파트너스의 100% 자회사다.
23일 종가기준 ING생명의 주가는 3만 6350원. 단순 계산하면 MBK파트너스가 소유한 ING생명의 지분 가치는 1조 7629억 7500만 원이다.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2조~2조 4000억 원 수준에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변수로 떠오른 건 ING생명의 사명 변경이다. ING생명은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다음달 3일부터 사명을 ‘오렌지라이프’로 변경하는 안건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ING생명은 간판 변경 비용 등 리브랜딩 비용으로 250억 원을 측정했다.
올해 말 네덜란드 ING그룹과 ING생명이 맺은 상표권 계약이 종료되기에 사명 변경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ING생명 측은 “오렌지라이프는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의 신뢰가 담겨 있다”며 “이름 그 자체가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고객의 활기찬 삶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입장에서 사명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는 작지 않다. 사명을 변경하면 ING생명 때와 같은 영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김수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랜드 교체 비용은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지만 장기 상품 비중이 높은 생명보험사 특성상 브랜드가 가지는 영향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며 “사명 변경 이후 신계약 성장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내용도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2014년 8월 약관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ING생명에 보험금을 모두 지급할 것을 지시했다. ING생명은 항소했다가 2016년 6월 이를 취하하고 자살보험금 837억 원을 모두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 자살보험금이 매각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ING생명 임직원에 대한 보상금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M&A) 관련 내용은 외부에 발설하면 안 된다는 비밀 조약이 있다”며 “ING생명의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세세한 부분까지 협상하는 것으로 알지만 확정되기 전까지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도 “M&A 관련한 코멘트는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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