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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남자들이여, '핑크'하라

'남자는 파랑'은 고정관념, 20세기 초까진 핑크-남자, 블루-여자…새로운 색에 도전하라

2018.08.20(Mon) 10:15:17

[비즈한국] 팔을 적당히 걷어올린 핑크색 긴팔 셔츠와 발목이 잘 보이게 입은 흰색 슬랙스, 여기에 심플한 화이트 컬러의 레더 스니커즈를 신는다. 아니면 셔츠를 화이트로, 슬랙스를 핑크로, 스니커즈를 레드나 퍼플 컬러가 살짝 포인트로 들어간 것으로 바꿔도 좋다. 세련된 핑크 재킷이 잘 어울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멋쟁이도 없다. 아니면 화이트나 그레이 재킷에 핑크 행커치프를 포인트로 써도 돋보인다. 

 

핑크는 과하게만 쓰지 않으면 남자에게 참 매력적인 컬러다. 하지만 핑크를 패션으로 소화하는 걸 주저하는 남자들이 많다. 대부분은 시도해보지도 않고 선을 그어버린다. 설령 핑크를 어쩌다 입게 되어도 자신감 없는 이들이 많다. 패션은 무조건 자신감이다.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란 말도 안 되는 얘긴 무시해라. 패션의 완성은 자신감이고, 남과 다른 자기만의 컬러와 스타일을 가지는 것이다. 

 

남자는 블루, 여자는 핑크?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핑크가 남자의 컬러였다. 남자들이여, 좀 더 적극적으로 핑크를 소비해보자. 사진=charles tyrwhitt‧wmfeeddotme


세상에 존재하는 컬러는 무수히 많은데 정작 우리가 소비하는 컬러는 한정적이다. 특히나 패션이나 인테리어처럼 자기 일상의 요소로 선택하는 컬러에선 더더욱 한정적이다. 이유는 경험이 적어서고, 고정관념에 갇혀서다. 그런 점에서 남자가 가장 금기하던 컬러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니 단연 핑크가 떠오른다. 우리 머릿속에 ‘남자는 블루, 여자는 핑크’라는 공식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20세기 초까진 핑크가 오히려 남자의 컬러였다. 원래 핑크와 레드는 가장 남자다운 색으로 선호되었다. 전쟁 때 장교들의 제복을 보더라도 19세기 이전까진 빨간색 제복이 많았다. 런던대 버크벡칼리지의 개빈 에번스 교수가 쓴 ‘컬러 인문학(Story of Colour)’에는 “분홍은 대개 남자아이의 색으로,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으로 간주되지만 어머니들은 그 문제에서 자신의 취향을 따르면 된다”라는 1897년 ‘뉴욕타임스’ 기사가 인용되어 있다. 

 

1918년 6월, 당시 미국에서 권위 있는 여성잡지였던 ‘레이디스 홈 저널’에도 “다양한 논쟁이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규칙은 남자아이들에게는 분홍색, 여자아이들에게는 파란색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분홍색이 더 단호하고 강력한 색깔이므로 남자아이들에게 잘 어울리고, 섬세하고 앙증맞은 파란색은 여자아이들에게 더 예쁘게 어울리기 때문이다”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걸 반대로 뒤집어놓은 건 기업의 마케팅이다. 1940년대 이후 일상 소비재가 대량으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적용한 컬러 마케팅이 남자는 블루, 여자는 핑크 구도를 만들어냈고 1960년대부터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 이후 수십 년간 남자는 핑크색을 빼앗긴 셈이다. 요즘처럼 젠더리스, 남녀 성중립과 평등이 보편적 문화로 부각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젠 남녀를 구분 짓는 컬러에 대한 관성을 지우려는 움직임도 일상화되었다. 그런 점에서 남자들이 핑크를 좀더 적극적으로 소비해도 좋다. 남자에게 핑크는 잃어버렸던, 되찾아야 할 우리의 컬러기도 하니까.

 

미국의 컬러컨설팅기업이자 색채전문연구소 팬톤은 2000년부터 매년 올해의 컬러를 발표하는데, 올해의 컬러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심리학자와 경제학자까지 참여한다. 컬러가 그냥 디자인이나 기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이자 경제적 이해관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컬러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은 나의 취향의 산물이 아니라 과거 사회가 만들어놓은 암묵적 강요에 학습되어서 그럴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초록색, 코카콜라는 빨간색, 맥도날드는 노란색이 떠오른다. 당신은 남들에게 어떤 색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사진=charles tyrwhitt


스타벅스를 떠올리면 초록색, 코카콜라는 빨간색, 맥도날드는 노란색이 떠오른다. 과연 당신은 남들에게 어떤 컬러, 어떤 스타일의 사람으로 기억될까? 늘 우중충하고 어두운 색깔의 옷만 입은 흑백의 이미지일까, 아니면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스타일은 기억하지 못할까? 

 

오늘의 핵심은 핑크를 입자는 게 아니다. 좀 더 다양한 컬러와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말자. 자기 관점으로만 세상을 보고, 새로운 변화를 밀쳐내면서 나이 핑계만 대지 말자.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 이것이 그 사람의 ‘클라스’를 보여준다. 

 

아니, 옷 입는 것 하나 가지고 너무 비약하는 것 아니냐고? 우리가 입는 옷은 그냥 옷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은 당신을 가장 직관적으로 말해준다. 옷은 자신을 드러내는 메시지니까.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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