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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금융지주 전환과 케이뱅크, 은산분리 '삼각함수' 풀이

손자회사화는 KT 걸리고, 지분 매각은 팔 곳 없어…우리은행 "현재 비율 유지"

2018.08.16(Thu) 15:28:07

[비즈한국] 최근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서 케이뱅크 지분 처리 방안에 대해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3.7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와 그 자회사는 자회사 주식 50% 이상을 소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지주사는 타사의 지분을 5%까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는 15%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지난 7일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이 주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우리은행이 투자권을 회수하려면 케이뱅크 지분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데 케이뱅크 주주들은 대부분 산업자본으로 현 은산분리 제도에서는 케이뱅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다”며 “우리금융지주가 (케이뱅크 지분을) 갖자니 우리금융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터무니없이 낮고, 우리은행이 자은행으로 보유하면 KT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 방법 1. 지분 매각

 

현행 은산분리 제도에서는 케이뱅크 주주 중 우리은행 지분을 매입할 곳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넘게 가질 수 없고,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제도다.

 

케이뱅크 주주들 중 자본 여력이 되는 KT(지분율 10%), NH투자증권(10%), GS리테일(9.26%)은 모두 산업자본이기에 추가로 케이뱅크 지분을 매입할 수 없다. 은행법에서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도 산업자본으로 분류해 한화생명보험(9.41%) 역시 0.59%의 지분만 추가 인수할 수 있다.

 

그간 케이뱅크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기에 새로운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 사진=케이뱅크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방법도 있다. 한 지방금융사가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 인수를 시도했다는 소문도 돈다. 그러나 그간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새로운 투자자 유치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기에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때 금융권에서는 사모펀드(PEF)가 케이뱅크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시장의 니즈는 있는 것으로 알지만 정해진 건 없다”고 전했다.

 

# 방법 2. 자회사 편입

 

케이뱅크를 우리금융 자회사가 아닌 우리은행의 자회사, 즉 우리금융의 손자회사로 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행법상 은행이 지분 15%까지 보유하면 자회사로 분류돼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15% 미만은 보유해도 괜찮다는 뜻이다.

 

현재 케이뱅크의 현실로는 우리은행이 15% 미만의 지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성인 교수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악화될 케이뱅크의 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에라도 증자를 계속해야 하므로 언젠가 15% 이상의 케이뱅크 지분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며 “현 지분을 유지하려면 모든 주주가 동일 비율로 증자를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현 규제로는 우리은행 밑에 두는 것이 유일한 방법으로 보이고, 가장 현실성 있어 보이는 건 우리은행과 케이뱅크가 합병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 경우에는 KT가 케이뱅크를 지배할 수 없어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율 이상의 증자를 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사진은 서울시 중구 회현동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사진=임준선 기자


우리은행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지분을 매각하거나 지분율 이상의 증자를 할 계획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향후 케이뱅크의 자본 조달에 위험이 따를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추가 증자 시 현 지분을 유지하는 수준으로만 참여할 계획”이라며 “실권주 발생 시 주주 간 협의를 통해 추가 참여도 고려하지만 (되도록이면) 현재 비율을 유지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 방법 3. 은산분리 완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KT가 우리은행의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거나 향후 증자에서 KT가 현재 지분율 이상의 증자를 단행하는 등 여러 방법이 가능하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접 말했기에 실현 가능성도 높다.

 

심지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으로 알려졌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7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은산분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특례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접 말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그러나 정의당,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한동안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심사 당시 자금조달방안 계획 등의 내용이 있었다.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었다”며 “그런데 1년 만에 증자가 펑크나는 걸 보면 심사과정에서 모종의 장난이나 약속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케이뱅크 법인등기부의 ‘종류주식의 내용’ 부분을 살펴보면 일대일의 비율로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전환주의 전환 청구 기간 종기를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 허용되도록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 시행되는 날로부터 2년이 되는 날’이라고 서술했다. 케이뱅크가 출범 당시부터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케이뱅크 측은 당시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6년 9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신청할 당시 금융위원회는 “혁신적인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금년(2016년) 중 관련 입법 마련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법률이 제정 또는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에 대한 졸속심사를 통해 우선 출범시킨 후 이를 볼모 삼아 국회에 관련 법 개정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의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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