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마블이 걷는 방향으로 모든 영화사가 움직이고, 마블이 움직이면 모든 콘텐츠 업계가 요동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도 만들지 못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신작이 구작을 살리는 마법의 시스템이다.
영화 제작사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당연히 신작 영화의 매출이다. 극장에 올라왔을 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모션과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 당시에 나온 최신 영화로 제작사가 먹고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내려온 영화는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고 매출도 끊긴다. 기껏 만들어놓았더니 극장에서 1~2주 걸리고 내려오면 자연스레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창고에서 먼지만 쌓인다.
마블이 위대한 이유는 이 구조를 바꿨기 때문이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 신작 영화가 구작 영화의 VOD 매출을 높이는 새로운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물론 기존에도 비슷한 사례는 있었다. ‘반지의 제왕 3’가 개봉하면 ‘반지의 제왕 2’의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트릴로지 내지 개별 작품의 시리즈였기에 한계는 명확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등 개별 시리즈를 막론하고 신작이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음악은 가능할까? 현재는 불가하다. 멜론으로 대표되는 한국형 음원 서비스는 실시간 차트를 내세운다. 팬들이 적극적으로 공세하고 음원 사재기가 번번이 일어나기 때문에 한 번 차트에서 나간 노래가 다시 올라오기란 너무나 어렵다. 옛 노래가 살기도 어렵다. 라디오는 죽어가고, 음악프로그램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하지만 플레이리스트 기반 음원 서비스는 음악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가능성을 보인다. 신작이 구작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아름다운 선순환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구작을 꾸준하게 살릴 수 있는 큐레이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해외발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뮤직은 차트 대신 플레이리스트를 강조하고, 상대적으로 최신 음원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특정 가수의 최신 앨범이 나오면 그 가수를 좋아하는 팬이 만들어놓은 그 가수의 예전 노래 플레이리스트를 들려준다.
네이버 바이브와 유튜브 뮤직이 밀고 있는 개인 플레이리스트는 음악산업 종사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 수 있다. 더 이상 실시간 차트에 파묻히지 않고, 끊임없이 돈을 쏟아부어 소셜에 노출시키지 않아도 된다. 특정 취향을 가진 사용자를 저격하면 본인의 최근 노래는 물론이요, 과거 노래까지 다시 발굴되는 대발견의 시대가 올 수 있다. 라디오 DJ가 없어진 시대에 플레이리스트는 새로운 시대의 DJ, 나아가 에버그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초석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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