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 씨(34)는 지난 주말 북적이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서울 시내 멀티플랙스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 상영 전 커피를 사기 위해 스낵바에 들른 A 씨는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규제한다는 뉴스를 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원은 “이곳은 단속 대상이 아니다”며 “담아줄 수 없다”고 했다. A 씨는 “플라스틱 용기는 극장에서 더 많이 쏟아져 나올 텐데 이곳은 왜 단속 대상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2일부터 커피전문점 등 매장 안 일회용 컵 사용 단속에 나섰다. 정책 초기 일부 매장에선 혼선이 빚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선 일회용 컵 배출량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외에도 수많은 일회용품을 쏟아내는 영화관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화관은 팝콘, 음료 등을 주로 파는 매점의 특성상 일회용품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난 후 상영관 앞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영화를 보면서 먹은 팝콘통과 음료수컵 등은 그대로 상영관 앞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그 이후는 청소노동자의 몫이다. 종이컵에서 플라스틱과 빨대를 분리하고 남은 팝콘과 음료는 다른 통에 쏟아붓는 등 쉼 없이 진행되는 분리수거의 모습이 목격된다.
서울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직원은 “사람이 몰리는 대작 영화는 매번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며 “요즘은 부쩍 더위를 피해 영화관으로 몰리는 사람이 많아 쓰레기가 더 많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하고 있지만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재활용 대란을 겪던 4월, 정부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을 반으로 줄이겠다며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당시 정부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개인용 컵을 지참할 경우 약 10%를 할인해주는 등 자발적 협약을 커피전문점 16곳, 패스트푸드 5곳, 총 21개 업체들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협약 대상에 전국 400여 개에 달하는 영화관은 빠졌다.
영화관의 수익원은 입장료, 매점 판매, 광고 수익 등으로 구성되는데, 영화 입장료가 65~70%로 가장 높고 매점 매출과 광고 매출 비중이 각각 17%, 11%다. 전국 147개의 영화관을 운영 중인 업계 1위 CGV는 지난해 926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그 중 매점 매출은 약 1600억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일회용컵 단속 규제 대상인 주요 커피전문점의 매출과 비교해보자.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계 2위 투썸플레이스가 매출 2000억 원, 커피빈 1576억 원, 엔제리너스 1400억 원, 이디야 1341억 원 등을 기록했다. 영화관의 매점 매출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회용품의 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관 업체들은 여전히 일회용품 사용에 자유롭다. 한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일회용품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커피전문점과 같은 식음료판매점과 달리 본질적인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텀블러를 챙겨오는 고객들도 많지 않아 일괄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대신 배출되는 일회용품 재활용은 확실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외에 영화관 등 다중 이용시설에도 단계적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조은지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규제 필요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영화를 보는 게 목적이라 카페와 달리 텀블러 사용 인식이 낮고 다회용컵 지급도 쉽지 않다”면서도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최대한 플라스틱을 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텀블러나 음료컵 등을 사용했을 때 할인 혜택을 준다거나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며 “영화 보고 나오면 다 버리기 때문에 다시 반납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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