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정부와 삼성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상생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검찰은 본격적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 돌입, 삼성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향후 3년간 180조 원(국내 130조 원)을 신규 투자해 직접채용 4만 명 포함 70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유발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4대 미래 성장사업에 약 2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이에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이 의지를 갖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들고 청년들이 일자리와 꿈을 갖도록 힘쓸 것”이라며 “협력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게 지지받고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대표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와 삼성이 협력해 국내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정부와 삼성의 사이가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 7월 19일,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김교태 삼정회계법인 대표, 이정희 안진회계법인 대표 등을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에 배당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는 여러 곳에서 엿볼 수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고발장 접수 일주일도 되지 않아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며 “참여연대와 검찰이 미리 이야기를 했거나 검찰이 이전부터 삼성을 노리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측은 “우리도 언론보도를 보고 내용을 안 것이지 검찰과 커넥션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금융과 관련한 수사는 대부분 서울남부지검에서 맡는다. 서울남부지검 스스로도 홈페이지를 통해 “금융·증권범죄중점검찰청으로서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 보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맡고 있는 검찰청”이라고 소개한다.
따라서 서울중앙지검이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이송하지 않고 특수2부에 배당한 것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수2부는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검사 산하에 있다. 한동훈 3차장검사와 송경호 특수2부 부장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 특히 한 차장검사는 2003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2006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속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앞의 사정기관 관계자는 “삼성이 바이오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수사를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삼성에 큰 압박을 줄 수 있다”며 “다른 사건이긴 하지만 향후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생각하면 삼성은 검찰 움직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투자도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 부회장의 상황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는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9일 “기업에 대한 특혜나 범죄를 저지른 총수의 특별사면과 통 큰 투자계획을 맞바꾼 과거 사례가 다시 한 번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나 현대차그룹, SK그룹도 김동연 부총리를 만난 후 투자 계획을 내놨다”며 “삼성만 특별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아닌데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색안경을 끼고 보는 듯하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 규모를 살펴보면 액수가 황당하게 많은 게 아니라 매년 하던 것에서 좀 더 늘어난 수준”이라며 “우리가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했던 것들 중 좀 더 잘할 수 있는 것들에 힘을 써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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