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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미션'은 은산분리 완화?

윤 수석 선임 직후 '완화' 목소리 나와…장하성-김동연 중재 역할론도

2018.08.07(Tue) 17:31:04

[비즈한국] 최근 금융권의 화두 중 하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다. 은산분리란 산업자본이 시중은행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4% 넘게 가질 수 없고,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는 제도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IT 기업이 금융권의 혁신을 주도하고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당초 청와대와 여당은 은산분리 원칙을 고수했지만 최근 기조가 달라졌다. 7월 17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혁신성장·규제혁신,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토론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특례법을 통해 IT 기업의 지분 보유한도를 34%로 상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7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직접 말했다.

 

정치권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바로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가 나온 시점이 윤 수석 선임 직후이기 때문이다. 윤 수석도 6일 경제지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은산분리 원칙에 막혀 있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 청와대는 왜 윤종원 수석을 임명했을까

 

1960년생인 윤 수석은 1983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일했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를 대통령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윤 수석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임명한 바 있다. 그는 2012년 11월~2014년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2015년 10월~2018년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로도 일했다.

 

6월 말 청와대는 ​윤 수석을 ​신임 경제수석으로 임명했다. 윤 수석을 놓고 문재인 정부와 이념이 다른 인물로 보는 의견도 있다. 윤 수석 선임 당시 민주노총은 “새로 임명된 인사들 중 특히 윤종원 수석에 우려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수석은 혁신성장을 내걸고 친기업, 친재벌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는 김동연 라인과 연결하는 인사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1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 취임 인사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수석의 업무 능력은 기획재정부에서도 정평이 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윤 수석을 임명한 이유가 일처리 능력 때문만은 아니라는 뒷말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 수석은 발이 넓어 여러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편”이라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데 윤 수석을 통해 이 둘을 중재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 부분에서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 것도 윤 수석 선임 이유로 꼽힌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전임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교수 출신으로 지식은 풍부하지만 실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윤종원 수석과 은산분리

 

윤 수석 선임을 놓고 정부가 기업을 찍어 누르기만 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보는 시선 또한 적지 않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윤 수석은 7일 외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와 기업의 건전한 관계가 유지되면 좋겠다”며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입장이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입장임을 감안하면 청와대의 태도가 달라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윤 수석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은산분리 규제도 윤 수석이 말한 기업의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 무능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가 돌파구를 찾고 있고, 첫 번째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 무능 평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돌파구를 찾고 있고, 그 첫 번째가 은산분리 규제 완화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인터넷전문은행 중 하나인 카카오뱅크. 사진=박정훈 기자


윤 수석은 선임 이전부터 언론 기고 등을 통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앞의 정부 부처 관계자는 “윤 수석은 금융권의 문제를 지나친 고임금으로 보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시중은행의 경쟁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윤 수석 선임 이전부터 관련 논의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정부 부처들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11일 민병두·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 성과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경제 규모 확대와 시스템의 선진화 노력이 이어지면서 은산분리 원칙의 적용방식을 재점검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뜨거운 은산분리 찬반논란

 

정부는 은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이유가 금융시장 혁신이라고 밝힌다. 윤 수석은 6일 “IT 기업들이 경영 관련 노하우를 갖고 비즈니스에 들어와 금융시장을 혁신하고 경쟁을 촉발하면 양쪽의 가치를 조화시킬 것”이라며 “규정을 하나하나 엄격하게 해석해 누구든 못 들어가게 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다른 의도가 있다고도 주장한다. 6월 감사원은 참여연대의 케이뱅크 인허가와 관련한 감사 청구 요청을 기각한 바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이 주최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감사원의) 기각 사유를 보면 자본금 및 자금조달방안이 심사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있다”며 “현재 증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적격성 문제가 생길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우려가 재벌기업의 은행 사금고화다. 윤 수석은 “(사금고화 가능성을) 확실히 단속하면 그게 금산분리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대기업이 은행업을 한다면 자기들하고 계열사 거래하는 하청업체들은 다 자기네 은행만 거래하라고 하는 등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은행 경쟁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산업자본의 힘을 이용해 은행 경쟁을 무너뜨리는 가장 불공정한 행위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찬반이 오간다.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나아가 IT, R&D(연구개발), 핀테크 연관 산업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인 교수는 “고용인원 약 300명인 케이뱅크가 고용촉진의 첨병이 될 수 있나”며 “작년 씨티은행이나 SC제일은행처럼 점포를 폐쇄하고 우리도 인터넷을 전문으로 하겠다고 할 가능성은 없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어 “비대면 거래를 활성화하면 파급효과로 고용이 어마어마하게 늘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며 “경제학의 기본은 1차 효과가 파생효과보다 강하다는 것이며 그렇지 않더라도 기존 시중은행이 IT 투자를 늘리면 그 효과가 더 크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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