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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4] 송지은-벽화로 그려낸 우화

2018.08.06(Mon) 16:30:43

[비즈한국] 작가들은 빈 캔버스로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설렌다고도 한다.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작품 제작의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것이다. ‘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시즌4를 시작하는 마음도 같다. 초심으로 새롭게 정진하려고 한다. 미술 응원의 진정한 바탕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진지하고 외롭게 작업하는 작가를 찾아내 조명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미술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향을 더욱 객관적 시각으로 조망해 한국미술의 미래를 보여주려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다.

 

We Are The ONE: 160x124cm 패널에 마, 황토, 석채, 금박, 동박 2013


‘오래된 미래.’ 문명 발달로 예정된 환경 재앙을 향한 경고다.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인도 북부 오지 라다크에 서구 문명이 들어오면서 전통 가치관의 붕괴와 그에 따른 환경 파괴를 비판한 책으로 쓰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이 모순된 글귀에는 아이러니한 만큼의 해석이 보인다. 그래서 가치의 영속성도 찾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가치가 있었고, 현재에도 유효하며 앞으로도 통하는 가치. 보편성이다.

 

시간을 넘어서는 아름다움도 그렇다. 오래전부터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고 현대 감각에도 어울리는 아름다움. 임마누엘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 ‘Fine Art'의 키워드로 말한 영속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움이다. 이런 쾌감은 어떻게 가능할까. 감정의 표피에 반응하는 울림이 아니라 감정 내부까지 파고드는 진한 울림이 있어야 한다. 

 

뭐 다 그런 거지: 41.2x32cm 패널에 마, 황토, 석채 2016



옛 것에서 미래를 보는 심미안을 가진 예술가들은 ‘오래된 미래’ 같은 예술 창조를 추구한다. 칸트의 파인아트 개념을 실천하는 예술이다. 논어에 나오는 ‘온고지신(溫古知新)’이나 조선 말 연암 박지원이 말한 ‘법고창신(法古創新)’ 같은 세계다. 

 

송지은이 추구하는 회화도 옛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한 경우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래된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고졸한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이 교묘한 동거를 하며 보는 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 

 

둔황벽화나 고구려 고분벽화 같은 분위기의 바탕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월트 디즈니의 동화 세계의 이미지가 어우러져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환상적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의 회화가 가능한 것은 전통 벽화에서 추출한 독자적 기법 때문이다. 일본 도쿄예술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정통으로 벽화를 공부한 그의 이력이 독창적 회화 어법을 만들게 된 직접적 동기다. 

 

월리를 찾아라2: 36.5x51.5cm 패널에 마, 황토, 석채 2011

 

 

따라서 그의 작업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재료 자체가 전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번거롭고 전문 지식 없이는 다룰 수가 없다. 송지은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탕이다. 고대 벽화가 그려진 벽을 그대로 캔버스에 정통 기법으로 재현하기 때문이다. 둔황벽화가 그려진 중국 그 지역의 흙으로 바탕을 만들고 정통 석채로 이미지를 그린다.

 

이처럼 어려운 작업 과정으로 작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기성세대가 만들어놓은 가치에 의해 연출되는 세상의 모습. 그럴듯하게 드러난 모습과 그 뒤에 숨겨진 참모습 사이의 간격을 표현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문법인 현학적 설교 분위기에 어울리는 심각한 주제지만 우화적으로 풀어내 더욱 설득력이 있다. 동화적 소재와 구성으로 소화하는 재치가 송지은 회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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