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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텅쉰 바라보는 두 시각

‘한국 IT 시장 잠식’ VS'협업 통한 발전 기회'

2014.06.23(Mon) 11:48:17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 메신저 사업을 하는 중국의 대표적 인터넷 기업인 텅쉰(騰訊·Tencent)의 한국 내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차가 뚜렷하다. 중국 자본에 한국 IT 시장이 잠식될 것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반면 반대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다. 정교수는 “텅쉰의 한국 영향력 확대는 중국 기업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입견일뿐이며지난 달 27일 이루어진 다음과 카카오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텅쉰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4억 명의 중국인이 이용하고 있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WeChat)’을 소유하고 있는 텅쉰과 국내외 1억40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톡이 연결돼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되는데다 텅쉰이 다음카카오의 주요 이사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텅쉰은 카카오톡의 2대 주주다.

2007년부터 한국게임 판권 집중 매입

업계 관계자는 “2007년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와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게임의 판권을 사들여 중국내에 퍼블리싱(게임기획이나 개발단계에 투자를 하는 대가로 판권을 맺거나 제휴를 통하여 게임을 직접 제공하는 등의 게임관련사업)한 것만으로 인터넷게임업계 1위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텐센트는 2010년부터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로 인터넷 업계 각 분야를 섭렵해 나갔다. 또 한국게임업계에 대한 투자 방식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 엔씨소프트-텐센트, 블레이드앤소울 中 계약 체결<2011.6>
2010년 텐센트는 한국 벤처캐피털사인 캡스톤파트너스와 함께 500억 원 규모의 캡스톤벤처펀드를 구성하고 한국의 7개 게임개발사에 투자했다. 이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게임개발사에 투자해 업체의 게임개발과 성장을 돕는 한편 그 게임을 다시 중국 시장에 퍼블리싱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순히 성공한 게임의 판권만을 사들여 홍보했던 예전의 투자 방식과 달라진 것.

중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확보한 텐센트는 2011년 들어 한국의 대형 게임사인 엔씨소프트, XL게임즈, JCE, 웹젠 등 대형 게임사의 판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그 결과 텅쉰이 퍼블리싱할 게임과 업체를 직접 선정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 게임회사에 적극 투자하면서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기에 이른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 때문이다.

위정현 사단법인 콘텐츠경영연구소장은 한 매체에서 “10년 전과 지금의 텅쉰의 위상을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2004년 초 내가 텅쉰 본사를 방문했을 때 담당 임원이 ‘한국의 게임회사 네오위즈와 만나고 싶은데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제발 한국의 유망한 게임회사를 소개해 달라’고 애걸했다. 당시 텐센트는 네오위즈와 제휴해 게임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 했다. 네오위즈는 국내 사업만으이어 그는 “그랬던 텅쉰이 2012년 매출 439억 위안(약 8조 원), 순이익 128억 위안(약 2조3000억 원), 시가총액 79조원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텅쉰의 시가총액은 국내 최대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의 23배,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NHN보다 5배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텅쉰의 국내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0년 전 문전박대했던 네오위즈의 경우 해외 매출 3000억 원의 대부분을 텐센트에 의존하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텐센트가 한국 게임사에 투자한 금액은 185억 원으로 갈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7년 만에 한국게임업계 최강자 등극

지난 19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텐센트 모바일 게임 로드쇼’가 열렸다. 로드쇼에서 스티븐 마 텅쉰 부총재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시장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드쇼에 참석했던 한 게임 개발자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텅쉰의 요구를 모두 들어줘야 한다. 게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넘겨줘야 해 불안하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 했다.

그는 “예전엔 중국 게임 산업의 경우 게임의 유통은 중국 기업이, 개발은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당시 한국 게임 업체들은 기술적인 면에서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는 자만심이 있었다. 중국은 한국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정최근 국내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키이스트는 텅쉰이 자사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텅쉰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김수현 등 키이스트 소속 한류스타를 활용해 중국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다날, 한국사이버결제 등과도 제휴를 맺고 온라인 및 모바일 결제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텅쉰의 적극적인 국내 투자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해외 다른 수많은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텅쉰 입장에서 한국 업체들은 ‘One of Them’일 뿐이며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토사구팽 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 등으로 텅쉰의 거대한 자본력에 한국 IT시장이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 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중국 기업 국내 투자 적극 활용해야

이에 대해 정지훈 교수는 “중국기업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입견이 작용한 듯하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의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땐 이런 얘기가 없었다. 텅쉰은 이미 국내 업체들과 비교가 안 되는 글로벌기업이다. 오히려 국내업체들에게 기회가 열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업체들 입장에선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 최대 유통업체인 텅쉰이 필요하다. 텅쉰 역시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한국의 뛰어난 컨텐츠와 기술력이 필요하다. 이런 양자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텅쉰의 국내 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토사구팽을 걱정할 게 아니라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자체 경쟁력을 확보할 방법을 강구하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정교수는 일부 국내 게임업체들이 ‘텅쉰에게 게임관련 정보를 다 줘야 한다’는 불안에 대해서도 “그렇게 따지면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의 라인을 통해 게임을 유통하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돼야 한다. 유통업체와 게임업체간 갑을 관계는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것이지 텅쉰과 국내업체간의 특수한 관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정 교수는 “텅쉰과 같은 외국 업체의 국내 투자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들을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협력 파트너로 인식하고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 언론들은 중국 기업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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