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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소음 107데시벨 '난청 유발'에도 서울교통공사 나몰라라

공사 측 "자체측정 결과 평균 80dB 안 넘겨…예산 많이 들고 주요 과제 아냐"

2018.08.03(Fri) 18:10:09

[비즈한국] 지하철 소음으로 인해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서울교통공사는 대책은커녕 소음 측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달리던 전동차가 속도를 줄여 승강장에 도착하자 친구와 잡담하던 김 아무개 씨(여·27) 목에서 핏대가 사라졌다. 김 씨는 “지하철이 달릴 땐 소음이 심해서 큰 소리로 말해야 겨우 전달된다”며 “집이 5호선 라인인데 5호선이 ​특히 ​심한 것 같다. 적응됐지만 짜증 날 때가 자주 있다”고 말했다.

 

5호선 지하철 아차산역에서 광나루역으로 이동하는 전동차 안에서 소음이 107.7 데시벨까지 올랐다. 100 데시벨이 넘는 소음에 노출되면 일시적인 난청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6호선을 주로 이용하는 직장인 서 아무개 씨(27)는 “이어폰 대신 아예 헤드셋을 끼고 다닌다. 지하철 안내방송이 웅얼웅얼 들려서 포기한 지 오래”라며 “전화 통화하려면 큰 소리로 해야 하는데 주위에 민폐다. 좀 고쳐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직접 지하철 소음을 측정했다. 107.7 데시벨(dB). 5호선 아차산역에서 광나루역으로 주행하는 전동차 안 소음측정기에 기록된 수치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라 환경부가 권고한 주행 중인 철도차량 객차 내 기준소음 80dB을 훌쩍 뛰어넘는다.

 

다른 구간도 마찬가지였다. 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는 1호선 전동차 내 소음은 97.1dB을 기록했고, 을지로입구역에서 을지로3가역으로 이동하는 2호선 전동차 내 소음은 98.8dB까지 올라갔다. 건대입구역에서 어린이대공원역으로 향하는 7호선 전동차 내 소음 수치는 99.8dB을 보였다. 

 

지하철 노선별로 몇몇 구간을 돌아봤지만 환경부 권고 기준인 80데시벨 이하로 유지되는 구간은 없었다. 사진=박현광

 

종로3가역부터 서울역까지 1호선 구간, 시청역부터 건대입구역까지 2호선 구간, 천호역부터 종로3가역까지 5호선 구간, 건대입구역부터 고속버스터미널 7호선 구간 중 80dB 이하로 유지되는 구간은 없었다. 전동차 운행이 시작되거나 멈추기 10초 전후에 80dB 이하로 내려갈 뿐이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0dB부터 청력 장애가 시작된다. 90dB은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20미터 전방에서 들을 때 강도로 난청 증상을 초래한다. 100dB은 열차가 철로변을 통과할 때 나는 소리 강도로 단시간 노출되어도 일시적 난청을 일으킨다.

 

서울교통공사는 자체 측정한 소음 평균값이 80dB을 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가 ‘비즈한국’에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8호선 평균 소음은 73.1dB이다. 5호선이 76.7dB로 가장 높았고, 3호선이 70.8dB로 가장 낮았다. 소음 측정 구간이나 시간 등 측정 방법을 밝히진 않았다. 

 

한 철도업계 관계자는 “기록 장치를 달고 8시간 동안 달려 얻은 값을 평균 낸 것”이라며 “평균을 내면 주행할 때와 정차할 때를 구분하지 않으니 평균치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보탰다.

 

서울교통공사는 구간별 소음을 파악하지 않을뿐더러 소음 저감 노력도 줄이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구간별 객차 내 소음을 측정한 자료는 따로 없다”며 “사실 소음 문제가 예산도 많이 들고, 주요 과제가 아니라 신경 쓰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전동차 바퀴와 레일이 마찰하면서 소음이 발생한다. 바퀴와 레일이 마모되었거나 커브 구간이 많을수록 소음은 날카롭고 심하다. 사진=박현광 기자

 

지하철 운행 소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크게 세 가지다. 전동차 바퀴, 레일, 도상(레일 주변으로 깔린 철로)이다. 소음은 바퀴와 레일이 마찰을 일으키며 발생한다. 이 소음은 도상에 반사돼 객차 내로 전달된다. 

 

소음 저감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흡음 장치를 전동차 내에 설치하는 것이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2~3년에 한 번 객차를 완전 해부해 점검하는 세부검사를 거치면 흡음 장치를 다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흡음블럭, 웹댐퍼, 흡음재 등을 레일에 설치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0년부터 현재까지 흡음 장치가 설치된 레일 길이는 6.45km에 불과하다. 레일 마찰을 줄이기 위한 ‘레일 연마차’ 운행도 매년 줄이고 있다. 2015년 502km, 2016년 280km, 2017년 236km 운행했다. 서울지역 지하철 레일 길이는 총 300km가량이다.

 

한찬수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본부장은 “지하철 소음이 심한 건 애초에 설계 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일단 안전, 내구성 등 실리에 치중하다 보니 소음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본부장은 “1~4호선은 5~8호선보다 20년 일찍 개통됐지만 자갈도상이라 콘크리트도상인 5~8호선보다 소음이 덜하다”며 “콘크리트도상을 깐 이유는 먼지가 날리지 않아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소음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엔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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