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흔히 콘텐츠 산업은 개인의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하다고 여긴다. 개인의 크리에이티브를 존중하고 이를 최대한 표현하는 일이 곧 콘텐츠라는 주장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콘텐츠 산업 역시 비즈니스가 되기 위해선 기업화가 중요하고 체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케이팝에도 이렇게 대비되는 엔터테인먼트사가 있다. 시스템을 중요시하는 JYP와 수장의 리더십 중심인 YG다.
아티스트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박진영이라 JYP는 박진영 개인의 카리스마가 회사를 좌지우지한다는 오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박진영의 발표를 들어보면 전혀 아니다. 기능에 따라 나눈 부서를 가수에 따라 재배치했다.
JYP라는 소속사 안에 트와이스팀, 갓세븐팀, 스트레이키즈팀이 있어 각 팀은 해당 아티스트에만 집중한다. 트와이스가 쉬지 않고 앨범을 내고, 앨범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발굴할 수 있는 데에는 이런 신속한 조직구조가 배경에 있기 때문이다. 개별 팀이 스타트업처럼 신속하게 움직이니 효율이 극대화된다. 지속적으로 음원을 내고,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어 팬덤을 끌어 모으는 아이돌 산업에 가장 최적화됐다. 박진영이 없어도 충분히 굴러가는 방식이다.
반면 YG는 양현석 중심이다. 양현석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YG엔터테인먼트는 ‘양현석의 보석함’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앨범을 쉽게 내지 않는다. 트와이스에 대적할 수 있는 걸그룹인 블랙핑크는 2년 동안 4개의 앨범을 냈다. 심지어 그 중 3개가 싱글이라 총 발표곡은 9곡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트와이스는 정규 앨범 1개와 미니 앨범 4개를 냈다. 걸그룹 여자친구도 동일 기간 정규 앨범 1개와 미니 앨범 3개를 냈다.
이는 양현석의 최종 컨펌이 있어야 일이 진행되는 YG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시스템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및 편집부터 음원 믹싱까지 양현석의 손길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직접 프로듀싱을 할 줄 아는 싸이의 앨범에도 엔지니어로 참여하고 YG 소속 아티스트의 유명곡들이 양현석의 믹싱 작업을 거쳤다고 하니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다. 이러다보니 수현, 이하이, 블랙핑크, 아이콘, 위너 등 유명 가수가 있어도 앨범 사이의 공백기가 너무나 길다. 예능 출연도 자제하는 방침으로 인해 팬들 입장에선 더욱 목이 탄다.
YG는 아이돌 산업의 중심에 있으면서 전혀 아이돌스럽지 않은 전략을 추구한다. 그래서 성공했다. 양현석 특유의 깐깐함과 고집으로 YG소속 아이돌의 아티스트화를 가능하게 했다. YG가 만들면 다르다는 명품 브랜딩 전략이 먹혔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까.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으로 인해 콘텐츠 소비 주기는 짧아졌으며 이는 아이돌 역시 마찬가지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과 치고 나오는 새로운 아이돌로 인해 주기적으로 팬덤에게 콘텐츠를 주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 있다. 싸이의 이탈과 빅뱅의 군입대 등 기존 아티스트는 자리를 비우는데 후발주자들은 무언가 아쉽다. 떨어지는 YG의 주가와 시가총액이 그 아쉬움을 방증한다.
CJ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힘을 합쳐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사를 합작한다. JYP는 ‘JYP 2.0’을 발표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한다. SM엔터테인먼트는 SM C&C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양현석 개인의 카리스마로 운영되던 YG는 어떤 미래를 꿈꿀까. 새로운 시대에도 변함없는 명품 전략을 고수할 것인가. 혹은 여전히 과거의 영광에 취해 고집만 부릴 것인가.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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