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라오스 현지시간으로 지난 23일 밤 남동부 아타프주에서 일어난 보조댐 붕괴 사고로 시공을 전담해 온 SK건설이 비상사태에 빠져 들었다. SK건설을 이끌고 있는 장수 CEO(최고경영자) 조기행 대표이사 부회장과 지난해 12월 승진한 안재현 사장은 사태수습에 진땀을 쏟고 있다.
그간 SK그룹 내부적으로 조기행 부회장과 안재현 사장은 계열분리론이 관측되는 그룹 총수 사촌형제의 엇갈린 라인에 서있는 인물들로 주목을 받아 왔다. SK에너지 경영지원부문장, SK텔레콤 사장 등을 지낸 조 부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근으로 분류된다. 반면 안재현 사장은 SK D&D, SK가스 등을 거치면서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측근으로 꼽힌다. 라오스 참사라는 SK건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조 부회장과 안 사장이 어떤 능력을 발휘해 사태를 수습해 나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늘 최태원 회장과 함께한 조기행 부회장
조기행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7일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 유임이 확정됐다. 이로써 조 부회장은 2012년 SK건설 대표이사에 올라 3년 임기의 CEO를 3번이나 연임하게 됐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조 부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1년 3월까지다. 조 부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신임을 받는 재무통으로, 둘은 고려대 동문이다.
조 부회장은 2002년부터 SK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했다. 2003년 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와 분식회계 사건이 터졌을 때 최태원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조기행 부회장도 이 사건 연루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조 부회장은 2008년 광복절 최태원 회장과 함께 특별사면을 받았다.
조기행 부회장이 SK건설의 대표를 맡은 이후 재임기간 내내 경영실적에서 부진하다 최근 턴어라운드 했다. SK건설은 2013년 연결기준 5540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14년에도 영업손실 기조를 이어갔다. 2015년 9조 36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던 매출은 지난해 7조 3161억 원으로 감소했다. SK건설은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나서 2015년 소폭 흑자로 전환했고 2016년 1942억 원, 2017년 2258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건설 실적의 이면을 보면 그룹 계열사들을 통한 매출이 높다. 지난해 SK건설은 전체 매출 7조 3161억 원 중 약 30%를 계열사들로부터 거뒀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호황으로 SK건설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국내 3개 공장 설비에 총 46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만약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면 SK건설도 동반 부진에 빠져들 수 있어 거래처 다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 해외사업 회복 중책 맡은 안재현 사장
안재현 사장은 2017년 말 실시된 SK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SK건설 최고운영책임자(COO)이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조기행 부회장과 함께 SK건설을 이끌고 있다. 안 사장은 글로벌비즈 대표를 겸하고 있어 이번 라오스 참사가 발생하자 지난 25일 현지로 이동해 사태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안 사장은 2004년부터 7년간 SK그룹 부동산개발 계열사 SK D&D 대표를 맡았다. 2012년 SK건설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을 역임한 그는 2016년 SK가스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부문장을 거쳐 2016년 말 SK건설 글로벌비즈 대표 겸 인더스트리서비스부문장 부사장에 임명됐다.
안재현 사장은 SK건설 해외사업 회복을 위한 중책을 맡고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해외에서 모두 21억 1912만 달러의 일감을 수주하며 2억 달러 안팎에 그쳤던 2016년에 비해 10배 가까이 수주 규모를 늘렸다. 그러나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연평균 52억 달러를 웃돌던 때에 비해 여전히 부진한 상황에서 라오스 참사가 터졌다.
# 댐 공사 4년 연속 1위 달성했는데…
참사가 발생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는 본댐 세피안·세남노이 2개와 보조댐 5개를 건설하는 총 10억 달러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지난 23일 밤 보조댐 중 한 곳이 붕괴 돼 약 50억㎥ 물이 인근 6개 마을을 덮치면서 1300여 가구가 떠내려가고 약 66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라오스 아타프주 당국은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131명이 실종됐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실종자 중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26%)과 한국서부발전(25%), 태국 RATCH(25%), 라오스 LHSE(24%), 네 곳이 지분을 나눠갖고 2012년 합작법인 PNPC을 설립해 추진해 왔다. SK건설은 시공을 전담하며 2012년 8월 착공해 내년 2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발주처인 PMPC는 한도 6억 8000만 달러(약 7000억 원) 규모의 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보상한도는 본댐 2개와 보조댐 5개가 모두 포함된 전체에 대한 것이다. 보조댐 사고 하나로 받을 수 있는 최대 보상한도는 수백억 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댐은 본댐과 달리 규모가 작고 시멘트가 아닌 흙댐으로 이뤄졌다. 향후 보상규모 및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로 인해 명확한 규명에 상당 기간이 걸릴 전망이다.
앞으로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SK건설은 사고 후폭풍에 휩싸일 수 있다. 사고 원인, 귀책사유 등에 따라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준공 및 전력생산 지연 등에 대한 배상으로 대규모 지출과 손실을 배제할 수 없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불가항력 사유로 발생한 참사라 해도 앞으로 SK건설이 해외 건설시장 수주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SK건설은 지난 2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 시공능력 평가’에서 9위를 차지했다. SK건설은 댐 분야 공사실적에서는 2015년부터 4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이번 라오스 댐 참사가 발생했다.
더욱이 SK건설은 참사 후 초기 대응에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SK건설은 “지난 22일 밤 댐 상부의 일부 유실을 확인한 뒤 복구 작업에 돌입했지만, 하루 4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로 복구 장비가 진입하지 못해 복구에 실패했다. 22일 밤 9시 부근 마을 주민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천재지변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인한 사고였다는 해명이었다.
그런데 지난주 중반 이후 SK건설은 “19일 사고 보조댐에서 11cm 침하된 현상을 계측기를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19일부터 21일까지 현지에서 폭우가 소강상태였는데 보조댐에 이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어서 논란을 배가시킨다.
SK건설 관계자는 “현지에서 안재현 사장의 지휘 아래 구호활동에 전념하며 사태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과 관련해 아직까지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게 없다. 면밀한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뤄지는 게 현재로선 최우선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일군 기업들은 창업 1~2세대를 지나 3~4세대에 이르고 있지만 최근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족 승계는 더 이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사회적으로도 카리스마 넘치는 ‘오너경영인’ 체제에 거부감이 커지고, 전문성을 바탕으로 담당 업종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경영인’ 체제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늘고 있다. 사업에서도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전문경영인이며 그 자리는 뭇 직장인들의 꿈이다. ‘비즈한국’은 2018년 연중 기획으로 각 업종별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CEO)의 위상과 역할을 조명하며 한국 기업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본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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