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의 중심 상권이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동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로 1년 내내 활기를 띤다. 웬만한 불황에도 끄떡없던 명동 상권에서도 최근 통째 빈 건물이나 1층 공실 상가가 늘어나고 있다.
31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명동 일대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와 명동거리 초입에 들어서자 명동의 랜드마크이자 국내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나타났다. 이곳은 올해 개별공시지가가 1㎡당 9130만 원으로 15년째 전국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동거리는 네이처리퍼블릭 매장부터 을지로입구역 방면으로 이어지는 약 1km 구획을 말한다. 상권구획의 면적은 약 18만 9950㎡. 쇼핑 명소로 각광받으면서 대로변은 물론 이면도로 곳곳에도 빼곡하게 상가가 들어서 있다. 메인 거리인 명동8길에는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H&M 등 주요 패션브랜드는 물론 아리따움, 에뛰드하우스, 미샤 등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해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이면도로에는 공실 상가의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문을 연 가게 사이사이 ‘임대문의’ 전단이 붙어 있는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유네스코회관 뒤편부터 에이랜드까지 170m에 이르는 골목이 대표적이다. 이 구간엔 건물 1층이 공실인 것은 물론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도 있었다. 2012년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되던 클럽모나코 건물도 12일 영업을 끝으로 빈 채로 남아 있었다.
‘비즈한국’이 이날 명동역에서 을지로입구역에 이르는 명동 상권 일대 건물을 전수조사한 결과, 27곳이 빈 상태였다. 그 중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는 8곳.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건물 전체가 빈 곳은 대부분 패션 브랜드가 몇 층씩 쓰던 곳”이라며 “수개월 전부터 빈 곳도 있는데 아직까지 새 임차인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높아가는 공실률에 그동안 치솟았던 임대료도 떨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동은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가 1년 사이 1㎡당 27만 7150원에서 27만 1680원으로 2% 내려갔다. 명동 상권의 점포 임대료는 입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가장 활성화된 A급 1층 상가는 전용면적 27㎡ 기준 보증금 1억 원, 월세 700만~800만 원 선이다. 반면 이면도로 상가의 경우 비슷한 면적의 점포는 보증금 2000만~3000만 원, 월세 120만~150만 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명동 일대 로드숍 등 소상공인들에 따르면, 상권 침체의 원인은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줄어든 중국인 관광객이 회복되지 않은 탓이 크다. 한 로드숍 주인은 “체감상 외국인 관광객 수가 예전보다 정말 많이 줄었다. 요즘 오는 손님들은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왔는데 예전 유커(중국인 관광객)보다 훨씬 적다”며 “손님이 줄다 보니 가게들이 문을 닫거나 영업시간을 줄이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최저임금 또한 상인들에게는 부담이었다. 다른 점주는 “매출이 오르면 낫겠지만 현 상황에선 인건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그만두게 할 수도 없고, 관두면 새로 뽑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형 쇼핑몰이나 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명동 특유의 골목 상권 매력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날 을지로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 아무개 씨(32)는 “명동 거리가 굳이 직접 돌아다닐 만큼 매력이 있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며 “외국인의 경우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식당이나 패션브랜드 등이 다 모여 있는 쇼핑몰이나 인근 백화점에 가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e)커머스의 확장은 명동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상권이 침체기로 접어드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골목의 전쟁’ 저자 김영준 씨는 “국내 소매판매에서 이커머스의 비중은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그 변화를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라며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매출 하락도 있겠지만 온라인으로 대체 가능한 업종들에 대한 변화를 고려하지 못한 게 전통 상권의 침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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