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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국의 천지인] 창의적인 인재는 위험을 무릅쓴다

조조·당태종 "나아가 취하지 않으면 자멸" 비난받을지언정 나가서 움직여라

2018.07.31(Tue) 09:44:26

[비즈한국]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소질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의 유형이 있는 듯하다. 나날이 창의성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 세계 무대에서 큰 성취를 이룬 인물들은 거의가 대단히 진취적인 듯하다. 

 

공자는 복고적인 인물이지만 복고를 실현하는 태도만은 진취적이었다. ‘논어’​ 미자 편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스승을 수행하다 뒤처져 어떤 노인을 만나 물었다. 

“우리 스승님을 보셨습니까?” 

“팔다리를 움직이지도 않고 오곡도 분간하지 못하는 이가 어찌 스승이 될 수 있단 말인가?” 

 

노인은 자로에게 핀잔을 주고는 지팡이에 의지해 풀을 뽑았다. 자로는 노인을 심상치 않게 생각해 공손히 옆에 서서 기다렸다. 노인은 그날 자로에게 잠자리를 제공하고 닭을 잡아 밥을 먹이면서 아들 둘을 불러 인사도 시켰다. 다음날 자로가 공자의 일행을 따라잡아 사정을 고하니 공자가 말했다. 

“숨어 사는 인물이다. 다시 돌아가 뵈어라.” 

그러나 자로가 갔더니 그 노인은 나가고 없었다. 이어서 자로가 (아마도 두 아들에게 스승을 대신하여) 이런 말을 한다. 

 

“벼슬길에 나가지 않는 것은 (군자의) 의(義, 마땅히 할 일)가 아니다(不仕無義). 어른과 어린이의 예절도 버릴 수가 없는데, 군신의 의를 어찌 버릴 수 있겠는가? 이는 제 몸을 깨끗이 하겠다고 큰 윤리를 어지럽히는 일이다. 군자가 벼슬길에 나가는 것은 의를 행하는 것이다. (세상에) 도가 행해지지 않고 있음은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노인은 사상적으로 진취적이다. 선비랍시고 수레를 타고 다니면서 민생을 모르는 공자 일행을 꾸짖은 것이다. 또 노인은 포용성 면에서도 진취적이다. 공자를 비판하면서도 그의 제자를 극진히 대접하고 아들들을 선뵌다. 

 

공자 역시 그렇다. 그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상대방의 공부를 인정한다. 공자는 나아가 벼슬을 얻고자(進取) 천하를 떠도는 중이었다. 그러나 결국 자리는 얻지 못하고 핀잔만 들었다. 그럼에도 그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계속 전진하는 것을 소임으로 여겼기에 나중에는 일가를 이뤘다.​ 

 

가만히 앉아서 성취하는 경우는 없다. 창의적인 인재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말 등에 오르는 사람일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성취하는 경우는 고래로 없다. 삼국시대 조조는 ‘나가서 취하지(進取) 않으면 갇혀서 굶어 죽을 것’이라며, 조금 흠이 있어도 진취적인 인사들을 그러모아 결국 패자가 되었다. ‘거의 무결한 군주’라고 평가 받는 당태종 이세민도 ‘나아가 취하지 않으면 자멸할 것’임을 항상 강조해서 언제나 선수를 쳤기에 중국을 통일하고 초원까지 다스리는 천자이자 칸이 되었다. 

 

진취성은 계획을 세우면 반드시 실행하는 정신이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터넷 시대는 큰 결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대신 사이버 세계에서 습관적으로 남의 행동에 비난을 퍼붓도록 유도하는 일이다. 그 대표적인 행태가 악성 댓글이다. 

 

그런 댓글 대부분이 논리가 결여된 인신공격이다. 백 가지 장점을 갖춘 인재와 그의 행동도 비난 댓글 공세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실행하는 것은 어렵고 꼬투리 잡기는 쉽다. 앉아서 꼬투리를 잡는 이들은 결국 서서 움직이는 사람만큼 배울 수 없다. 

 

필자는 초원 생활을 시작할 때 말을 살까 당나귀를 살까 고민했다. 당나귀는 안전하고 쉽사리 오를 수 있고 부리기도 쉽다. 반면 말은 마구를 씌우고 먹이고 부리는 일이 다 버겁다. 또 달리다 떨어지면 크게 다친다. 아무리 말을 잘 타는 이라도 평생 열 번을 떨어질 것이고, 운이 나쁘면 불구가 되거나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게다가 말은 당나귀 열 마리 가격이다. 

 

그러나 초원에서는 ‘마땅히(義)’ 말을 타야 한다. 말을 타면 쉽사리 산꼭대기에 올라 지평선을 볼 수 있고, 큰 강을 건너고 순식간에 벌판을 가로지를 수 있다. 말을 타면 까마득히 먼 곳도 내 땅이지만, 당나귀를 타면 가까운 곳만 내 영역이다. 

 

창의적인 인재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꺼이 말 등에 오르는 사람일 것이다. 내가 조직의 수장이라면 “말은 위험해”라고 당나귀만 타는 사람들을 쓰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말은 지금껏 주인을 다섯 번 떨어뜨렸고, 다른 말에게 한 번 큰 상해를 입혔다. 하지만 그 말이 가장 빠르고 힘이 세다는 사실은 변함없어서, 높은 언덕과 큰 들판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다. 그 덕분에 더 많이 보고, 따라서 더 다양하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       ​ 

공원국 작가·‘춘추전국이야기’ 저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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