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년 동안 급등한 아파트를 살 타이밍을 놓친 많은 사람들이 주택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를 찾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사람 마음은 똑같다. 저렴하고 좋은 전셋집을 구하고 싶어 한다. 이 희망사항에 부합하는 전세 매물이 과연 있을까? 소유권 유무만 제외하면 주택 매수와 전셋집을 구하는 행위는 동일하다. 집을 사는 것이 그렇듯 싸고 좋은 물건은 없다. 그저 내 조건에 맞는 부동산을 선택할 뿐이다.
전세 만기가 다돼 물건을 구하기보다 가능하면 1년 전부터 최소 6개월 전까지는 이사 갈 지역과 물건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8년에도 전세난이 지속될 것이다. 세대수는 증가하는데 공급 물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 보증금을 인상하거나 전세 물량이 여유가 있는 외곽으로 이동해야 한다. 현 거주 입지를 유지한 채 전세금을 올려줄 수 없다면 반전세 혹은 월세를 선택해야 한다.
서울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의 전세가율이 70% 전후다. 입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세 인기 지역은 전세가율이 70~90% 사이에서 박스권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가율이 증가하면 매매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매매가가 오른 지역은 전세가율 상승으로 매매 시세가 오르기보다는 반전세·월세화가 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2018년 계약된 전세 만기가 10만 건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를 통해 임대시장의 향후 트렌드를 예상해본다면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매매 시세가 높지 않은 곳은 전세 세입자가 주택을 매수하게 될 것이다. 둘째, 매매 시세가 높고 전세 시세도 높은 곳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낮은 쪽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셋째, 현 거주 입지를 유지하려는 층들은 반전세·월세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입지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층들이 많을수록 반전세·월세 전환 트렌드는 가속화한다.
이런 전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밖에 없다. 아파트든, 아파트가 아니든, 임대아파트든, 시프트(장기전세)든 추가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무한정 공급 물량을 늘릴 수는 없다. 선호하는 입지 규모는 한정되어 있고 추가 공급이 가능한 입지는 세입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지역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입지와 가격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가격보다 입지를 선택하는 비율이 많아지면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진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앞으로 전세 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전세는 저가 시장에서 중가 시장으로 가는 과도기적 형태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매매가 고가 시장이 되면 전세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선진국들처럼 말이다.
현재 한국 경제 단계에서는 전세를 선택할 기회가 남아 있다. 전반적인 고가 시장으로 가려면 물리적인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당장 전셋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눈여겨볼 만한 전세 입지를 정리해 보자. 서울은 도봉구, 금천구, 강북구, 중랑구, 노원구, 구로구, 은평구, 성북구, 동대문구, 서대문구, 강서구 중에서 3.3㎡(약 1평)당 1000만 원 전후의 전세 물량을 찾을 수 있다. 이 입지의 비아파트는 훨씬 더 저렴한 전세 물량이 아직 많다. 신축된 빌라나 다세대 주택도 많다.
월세 세입자들에게는 오히려 선택의 기회가 많다. 시세가 비싼 지역들의 아파트일수록 매매가 대비 월세가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전세 세입자들보다 인기 있는 입지를 선택할 대안이 많다. 전세로만 한정하고 부동산을 선택하려면 양질의 입지나 선호하는 상품을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대 부동산 선택 시 입지가 가장 중요하면 차라리 반전세나 월세를 생각해야 한다.
전세는 신도시 초기에 들어갈 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임대 물량이 한꺼번에 대량으로 나오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으로, 심지어는 좋은 동·층을 고를 수도 있다. 단 남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최소한 최초 입주 3개월 전에 계약을 하는 것이 좋다. 경기권은 신규 택지개발 지구 내 대량 입주 단지를 추천한다. 평택시, 화성시, 용인시, 하남시, 고양시, 파주시, 의정부시, 김포시, 남양주시 등에 대량 입주 물량이 있다.
전세, 반전세·월세를 살면서 다음 이사 갈 곳을 꼭 생각해야 한다. 계속 임대로 살 것인지, 구매를 할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집값이 인플레이션보다 높은 속도로 오른다면 전세 제도는 유지될 것이다. 집값이 현 상태로 정지하거나 내린다면 전세 제도는 없어진다.
어떤 경우든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주택을 매수할 사람들만, 다주택자들만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세를 구하는 수요층도, 월세를 구하는 수요층도 부동산 공부를 해야 한다. 관심 지역에서 신규 분양을 언제 하는지, 분양가는 어느 정도인지, 옛날 아파트의 시세는 얼마인지, 전세는 얼마인지, 월세는 얼마인지, 매물이 많은지, 적은지 늘 파악하자. 그 지역 중개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이다.
나만을 기다리는 싸고 좋은 전세는 없다. 내가 들어갈 전세는 내가 구해야 한다. 내가 정한 입지에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가격대로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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