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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싸였던 기출문제 공개에 '소방 공시생'은 또 걱정?

문제 어려워져 '진성 소방관 응시생' 탈락 우려…소방청 "체력 비중 높일 것"

2018.07.27(Fri) 18:08:25

[비즈한국] 소방청이 이례적으로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기출문제를 공개할 의사를 밝혔지만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사이에선 달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다. 기출문제가 공개되면 시험 난이도가 높아지고 일반 공무원을 준비하던 수험생에게 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기출문제는 그동안 정부부처가 주관하는 채용 시험(국가·지방공무원 시험, 경찰공무원 시험, 교사 임용 시험, 국가기술자격 시험, 국가전문자격 시험) 중 유일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알 권리 침해’​라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기출문제와 정답을 공개하라고 소방청에 권고했다. 소방청은 지난 3일 이를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오는 10월 하반기 추가 채용시험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서울 구로소방서의 한 소방관이 화재현장에서 교대로 쉬면서도 화재현장을 바라보며 공기호흡기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서울 노량진 학원가의 소방공무원 준비생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 4년제 대학 체육학과를 나와 2년째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는 이 아무개 씨(26)는 “문제가 공개되면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시험 문제가 어려워질 거라 생각한다”며 “공부를 열심히 해도 ‘변별력 문제’는 우연히 맞히는 ‘복불복 점수’라서 대부분 공시생(공무원 준비생)이 싫어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1년 4개월째 노량진 생활을 한다는 조 아무개 씨(24)는 “문제는 다른 직렬 공시생이 쉽게 소방으로 넘어온다는 거다. 소방 준비하는 사람은 저녁마다 운동하기 때문에 솔직히 필기는 다른 직렬 사람들이 강하다”며 “소방 공시생 중엔 정말 소방관이 꿈인 사람도 많은데 필기 때문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출문제 공개가 시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공시생도 있다. 소방공무원 준비 1년째인 김 아무개 씨(24)는 “시험이 끝나면 소방 공시생 카페에 기출문제 복원이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을 없을 것 같다”며 “다른 직렬에서 넘어온다고 해도 어쨌든 공부 열심히 해서 시험에 붙으면 된다”고 꼬집었다.

 

소방공무원 준비생이 함든 근본적인 원인은 필기시험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량진에서 2년간 학원 강사를 한 A 씨는 “일반 공무원 준비생이 모의고사 보듯 소방공무원 시험을 본다. 필기 합격 후 이탈하는 경우도 많다”며 “소방공무원의 특수성이 있는데 애초에 소방공무원 채용에 필기 비중이 너무 높은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량진 학원가 소방공무원 준비생들이 쉬는 시간에 학원 앞에 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소방공무원 필기시험은 총 다섯 과목이다. 국어, 영어, 한국사가 필수이고 소방학개론, 소방법규, 행정법, 사회, 과학, 수학은 선택과목으로 수험생이 두 과목을 골라 치른다. 이때 받은 필기시험 점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75%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필기시험에서 정원의 1.5~2배를 뽑는다. 

 

체력시험(15%), 신체검사, 면접(10%)을 거쳐 초과 인원을 탈락시킨다. 체력시험과 면접은 60점 만점에 30점 이상만 받으면 합격이다. 이때 받은 점수도 환산돼 최종 점수에 반영되지만 비중이 적기 때문에 필기시험 중요도가 절대적이다. 

 

소방청 의뢰를 받아 책임연구원으로서 ‘소방공무원 채용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기 나사렛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필기시험 비중이 크진 않다고 생각한다. 소방관이 가진 행정권이 만만치 않다. 그것을 발동하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어와 국사는 폐지하고 소방학개론 소방 법령, 구급 및 응급 처치 과목을 신설하는 방안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문서처리 자격증과 소방 관련 자격증에 가산점을 주거나 이를 필수조건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과 교수는 “소방공무원은 특수성이 강하다. 현실적으로 필기를 없애는 건 어렵겠지만 직무 역량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과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며 “필기시험의 난이도를 높이기보단 문제 수를 늘려서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소방청은 체력·실무 평가 비중을 높이는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 소방정책과 담당관은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소방공무원의 직무 특성을 고려해 채용 과정에서 체력·실무 평가 비중을 높이는 안을 내부 논의 중”이라면서 “안이 마련된다고 해도 계도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1~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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