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이 내부 출신 박길연 신임 대표이사(사장)를 선임하며 경영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하림의 대표이사가 주로 외부 출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 인사란 평가다. 이전까지 실질적으로 하림 경영을 맡았던 이문용 전 사장은 고령 등을 이유로 상임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박 대표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박 신임 대표는 7월 초 취임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박 대표의 취임으로 하림은 김홍국 그룹회장과 함께 박길연, 윤석춘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김 회장은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박 대표는 신선육 사업부문(사육, 사료, 도계 및 제조부문)을, 윤 대표는 육가공부문을 맡는다.
1964년생인 박길연 대표는 1981년 서울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하며 축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1985년 대학 졸업 후 천하제일사료에 입사해 1988년부터 2002년까지 판매본부장을 맡았다. 하림과의 인연은 2001년 천하제일사료가 하림그룹에 인수되며 시작됐다. 이후 2002년부터 2009년까지 하림 계열사 올품의 영업본부장을 거쳐 하림의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2009년에는 역시 하림의 계열사 한강씨엠 대표이사를 맡아 하림 대표가 되기 전까지 9년간 닭고기 계열화 사업의 사육, 생산, 영업, 경영 전 부문을 두루 경영했다.
박 대표는 사회생활은 천하제일사료에서 시작했지만 회사가 하림그룹에 인수된 후 20년 가까이 하림그룹에 몸 담은 ‘하림맨’으로 대표이사까지 된 인물이다. 이번 대표이사 취임으로 그는 하림그룹에서 가금 사업을 영위하는 4개사(하림, 올품, 한강씨엠, 주원산오리) 가운데 주원산오리를 제외한 3개 가금사를 모두 거치게 됐다. 기존 이문용 전 대표는 빙그레 사업본부장, 아주레미콘 사장을 지냈고, 윤석춘 대표도 모닝웰, SPC 삼립식품 대표이사 등을 지낸 외부인사 출신으로 박 대표와는 배경이 다르다.
업계에선 박 대표가 몸 담았던 올품과 한강씨엠이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아들 김준영 씨로 이어지는 경영 승계 과정의 중심에 섰던 기업임을 감안하면 그가 20여 년간 근무하며 김 회장의 신임을 받게 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는 올품, 한강씨엠 등 핵심 계열사에 오랜 기간 근무한 인물로, 앞으로 그룹 오너 김홍국 회장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품은 김준영 씨가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로 급성장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동안 올품은 지주사인 하림홀딩스의 3대 주주로 김 씨가 2012년 승계 받을 때 100억 원대 증여세만 내고 회사를 인수, 그룹 지배권을 확보해 논란이 됐다. 올품이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하림은 지난 2017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논란에 하림그룹은 경영효율성 증대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사업 전문성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와 중간지주사 하림홀딩스의 흡수 합병을 결정, 최근 하림지주로 출범했다. 앞서 2011년 하림그룹은 지주사 출범 뒤 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농수산홀딩스, 선진지주 등 복잡한 지주사 체제였는데 이를 정비해 최종적으로 1개 홀딩스 체제로 지배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한편 업계에서 축산전문 경영인으로 추진력이 강하고 ‘자리이타(自利利他·불교에서 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남을 위하여 불도를 닦는 일을 뜻함)’의 경영철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는 개인이든 조직이든 남을 먼저 이롭게 해야 나 또한 이로워질 수 있다는 신념으로 조직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취임사에서 농가 상생경영을 통해 연평균 조소득(농업경영의 성과로서 얻어진 농산물과 부산물의 총가액) 2억 원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와 함께 지역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는 ‘상생 하림’으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2030년까지 가금식품분야에서 세계 10위권에 들겠다”며 “단기 목표로 2020년까지 매출액 1조 원 돌파, 농가와 상생경영 강화를 통해 농가소득 2억 2000만 원 시대를 달성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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