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보험사는 (종)피보험자에게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만큼 순이익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형 보험사도 예외는 아니다. ‘비즈한국’은 생명보험업계 1위 삼성생명이 불의의 사고로 부인(종피험자)을 잃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 전액 지급을 19개월이나 미뤄오다 계약자가 소송을 제기하자 지급을 완료한 사례를 확인했다(관련기사 [단독] 떡 먹다 질식사, 계약자 소송 내몬 생보사). 현대해상과 함께 손해보험 2위를 다투는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도 대법원 판례에 반해 피보범자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 패소했다(관련기사 동부화재, 대법원 판례 무시 구상금 청구 소송 논란).
금융감독원은 2016년 5월 ‘보험금 지급에 대한 기본원칙 및 입장’ 브리핑에서 “보험사는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금감원은 보험사가 약속한 보험금은 반드시 정당하게 지급돼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보험계약자 등이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금감원은 “구속력이 없다”며 사실상 민원인들을 소송으로 내모는 실정이다.
# 삼성생명, 19개월 끌다 소송 거니 보험금 전액 지급
경상남도에 사는 신 아무개 씨는 부인인 김 아무개 씨가 지난 2015년 1월 11일(일요일) 다니던 경남 거창군 한 교회에서 먹던 감자떡이 기도에 걸려 질식사하는 변을 당했다.
신 씨는 자신을 보험계약자이자 주피보험자로, 김 씨를 종피보험자로 하는 2015년 3월 만기 종료인 15년납 삼성생명 ‘직장인 플러스 무배당 증권’에 가입해 완납했다. 이 보험 상품 약관은 주피보험자 또는 종피보험자가 교통재해 이외 재해로 인해 사망했을 때 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와 별도로 ‘휴일재해보장특약’ 약관에는 주피보험자 또는 종피보험자가 휴일에 발생한 재해 중 교통재해 이외의 재해로 사망했을 때 5000만 원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 고인이 휴일인 일요일 뜻하지 않은 재해로 사망했으므로 보험상품 약관 규정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신 씨에게 1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자체 사고조사를 통해 김 씨의 사인을 재해가 아닌 일반 사망으로 규정하고 신 씨에게 2015년 3월 2500만 원만 지급했다. 삼성생명은 “김 씨의 입 안이나 입 주변에서 음식물 등 이물질이 발견된 게 없다. 김 씨가 섭취한 음식과 기도에서 발견된 음식물 색깔도 달라 체질적 요인으로 급사했다”는 입장이었다.
삼성생명의 주장과 달리 김 씨가 임종한 거창적십자병원 주치의는 소견서를 통해 “김 씨의 사망 원인은 음식물의 기도 폐색에 의한 호흡부전으로 외적인 요인에 의한 사망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위액에 착색될 경우 체내의 음식물 색깔이 변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씨는 2015년 4월 금융감독원에 삼성생명을 상대로 금융분쟁조정신청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금융분쟁조정신청에 대한 금감원의 처리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이의가 있는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라”고 답변했을 뿐이다. 결국 신 씨는 1억 원의 보험금을 4분의 1 수준인 2500만 원 지급하고 끝내려는 삼성생명을 규탄하면서 2016년 5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삼성생명은 소송에 휘말린 지 두 달 만인 같은 해 7월에 보험금 잔액 7500만 원 전액을 신 씨에게 지급했다. 고인의 사망 후 삼성생명이 보험금 전액 지급을 미뤄온 지 1년 7개월여 만이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김 씨의 사후 보험금 지급을 놓고 당사와 신 씨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 신 씨 측과 계속 협의를 했고, 신 씨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보험금 전액을 지급했다”며 “보험계약자 쪽에서 당사가 보험금 지급을 늦게 했다고 문제를 삼았나? 어떻게 이 사실이 알려졌는지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 DB손보, 피보험자에 구상금 청구 소송 제기했다 패소
DB손보는 대법원 판례를 위배했다는 논란 속에 자동차종합보험 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김 아무개 씨에게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5월 패소했다.
대법원은 1991년 12월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차량 운전자의 무면허 사실을 몰랐거나 그 사실을 관리 가능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 발생한 사고는 보험사의 면책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원 일치 판결했다. 판례에서 명시한 상황이 실제 발생할 경우 보험사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에 사는 김 아무개 씨는 자신 소유 마이티 3.5톤 화물차량에 대해 DB손보(가입 당시 동부화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었다. 김 씨는 평소 가족과 친분 있던 K 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화물차량 운전과 관련해 당시 K 씨는 김 씨에게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K 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운전을 해오던 터였다.
K 씨는 2015년 12월 경기도 포천시 인근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카니발 차량을 들이받았다. K 씨의 과실로 사고를 당한 피해 카니발 차량 역시 당시 동부화재 자동차보험 가입차량이었다.
동부화재는 사고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에게 “종업원 K 씨가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 보험처리를 해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그러면서 동부화재는 피해 차량 수리비용과 인명사고와 관련해 김 씨에게 수천만 원대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는 “보험사 측이 K 씨의 무면허 운전을 이유로 보험혜택이 안 된다고 했고 대형 보험사가 속일 리 없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믿었다. K 씨가 면허증 사본을 취업 당시 제출했고 면허가 있는지 물어봐서 ‘있다’고 해 믿었다. 만약 면허가 없는 줄 알면 채용하지 않았다”며 “복수의 변호사들로부터 ‘무면허 운전을 차주가 몰랐다면 적어도 보험사는 차주를 상대로 면책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에 대한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5월 25일 “직원(K 씨)의 면허취소 사유가 적성검사 미필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피고(김 씨)가 종업원의 면허 없음을 알고도 뽑은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비록 피고가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잘못은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원고(DB손보)가 보험처리를 면책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피고에게 기지급 보험금의 구상을 구하는 원고의 재판 청구는 이유 없다”며 김 씨의 손을 들어줬다. DB손보는 패소 후 상소하지 않아 1심 법원의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DB손보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당시 당사의 사고조사에서 김 씨에 대한 구상금 청구로 결론 내고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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