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부 규제로 꾸준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서울 강남 집값이 수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보유세 인상안 등 정부 규제카드가 거의 다 나온 데다, 여름 비수기에 나타난 변화라는 점을 들어 시장 일각에선 ‘강남불패’ ‘대세 상승론’ 등 다시 군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최근 거래만으로는 시장이 호전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하반기 정부 규제 및 금리인상, 대규모 입주 등이 예고된 만큼 ‘일시적 상승 효과’에 그칠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3주 매매가격을 보면, 강남4구 집값이 0.01% 올랐다. 송파구·서초구·강동구가 각각 0.04%, 0.01%, 0.05% 올랐다. 강남구는 -0.05%를 기록했지만 그동안 매주 0.1%가량 하락세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역시 오름세다.
매매 건수도 지난달 거래 건수를 따라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22일까지 거래된 아파트 매매 건수는 강남구(115건)·서초구(111건)·송파구(127건) 등 총 353건이다. 지난 6월 강남권 전체 거래량(총 601건)과 차이가 있지만, 강남구(지난달 거래 건수 123건)를 중심으로 바짝 쫓는 모양새다.
강남권 집값이 오른 건 지난 4월 9일 이후 15주 만이다. 거래량과 가격 오름세가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수개월 동안의 흐름과 비교하면 변화가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4~6월 중순까지는 조용했는데 이번 달부터 매수자들의 문의가 특히 늘었다. 일부 아파트는 급매물이 나왔다가 거래가 성사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호가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토대로 부동산 시장 일각에선 강남 집값이 다시 상승세에 들어섰다는 장밋빛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시장을 움츠리게 했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지난해부터 오랜 관심을 끌었던 개편안이 시장 예상보다 강도가 세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과정에서 집값이 오른 만큼 이번 가격 오름세를 계기로 거래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7~8월에 가격이 움직이는 점 역시 이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강남 불패론’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부 규제 강도를 떠나 중장기적으로 강남권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강남 공급은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과 현대차그룹 신사옥 건설,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등 줄줄이 이어지는 대형 개발이 근거다.
한 증권사 부동산 연구원은 “업무공간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고 교통도 편리해진다. 정부 부동산 규제 카드가 대부분 나온 데다, 예정된 개발 등으로 초과수요가 늘면 강남권의 희소성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강남 집값 오름세가 ‘반짝 반등’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대세 상승’이 되려면 거래량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근 강남권 거래량을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이주를 앞둔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들이다. 서초구 신반포3차 통합 재건축 단지(2196가구)는 이달 말 이주를 시작한다. 송파구 잠실미성-크로바(1350가구) 역시 이주 준비에 돌입했다. 오는 8월에는 서초구 반포우성아파트, 9월 서초구 방배13구역, 10월 송파구 진주아파트, 12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지구와 한신4지구 등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으면 조합은 이주를 시작할 수 있다. 총 규모는 1만 3500여 가구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단지들이 이주를 한다 해도 강남권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 강남권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재건축 단지 이주는 통상 전세 수요와 가깝게 연결된다. 전셋값 상승과 함께 매매 가격에 일부 영향이 있었을 수 있지만 가격이 오를 만한 거래량으로 이어질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연말 송파헬리오시티(9510가구) 등 대규모 입주가 예정된 점도 매매 가격 상승이 없을 만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시장에서 적정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번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부터 정부 규제로 거래가 줄어들고 가격이 떨어진 만큼, 집주인이나 매수자 모두 적당한 가격을 결정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자, 매수자 모두 가격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거래가와 호가 차이가 상당한 경우가 종종 나온다”라며 “급한 집주인들은 이미 다 팔았다. 집을 내놓더라도 일단 높은 가격을 부르고 ‘아니면 안 판다’는 식이다. 워낙 고가라 강남권 부동산 수요층이 사실상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거래가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진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이상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부터 내년 마무리될 정부 규제 등을 고려하면 큰 폭의 하락세는 없겠지만 예전처럼 가격이 오르거나 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몇몇 예외적인 거래 건이나 호가만 보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거나 투자를 계획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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