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4일 오전 6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 이 매장은 낮에는 점원이 근무하며 고객을 응대하는 등 여느 편의점과 똑같다. 하지만 새벽 1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무인 매장으로 운영된다. 기존엔 밤 12시까지 운영했으나 지난 4월부터 심야시간 무인점포로 운영을 시작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출입구에는 QR코드 스캔 단말기가 있는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후 이곳을 스캔해야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부는 기존 매장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점원 없이 고객만 혼자 있을 뿐이다. 천장에 달린 9개 CCTV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느낌이 들었다.
진열대에 있는 물품은 냉동식품,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으로 일반 편의점과 비슷하다. 담배나 주류는 심야시간대에는 판매하지 않는다. 바구니에 김밥과 커피 등을 담아 결제대로 향했다. 스캐너에 상품 바코드를 찍자 수량과 금액이 나왔다.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시도했다. 스캔부터 결제까지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점포를 나올 땐 구매 완료 바코드를 전용 스캐너에 대고 나오면 된다.
고객들은 처음 키오스크(KIOSK·무인자동화기기)를 통한 구매가 어색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키오스크를 사용한다. 카운터에 사람이 없는 데다 줄을 길게 설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직원과 대면해 제품을 주문할 필요 없이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된다. 이용자 김 아무개 씨(34)는 “여성용품 등을 구매할 때 남자직원이 있으면 불편한 게 사실”이라며 “무인결제의 경우 그런 점에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2019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유통업계에 무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의점, 프랜차이즈 업체 등을 중심으로 무인 시스템 도입이 급속히 확산 중이다.
# 편의점 필두로 업계 확산 중인 무인 자동화기기
무인 매장에 가장 관심이 높은 곳은 편의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최근 최저임금 이슈가 맞물린 탓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CU(씨유)는 최근 2곳의 무인 편의점을 오픈했으며 지난해 업계 최초로 무인 편의점을 선보인 이마트24는 총 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관계자는 “비대면 트렌드와 최저임금 이슈와 맞물려 심야 무인 서비스를 운영하게 됐으며, 올해 말까지 수도권과 지방 대형 리조트 매장 등 10여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도 무인화 기기 도입은 추세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는 전국 400여 매장 중 220여 곳에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롯데리아도 전국 1350여 매장 중 리조트, 휴게소에 있는 특수 점포와 지방 소규모 매장을 제외한 750여 곳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버거킹도 매장 313곳 중 210여 곳에 도입한 상태다. 국내 3대 패스트푸드전문점 모두 무인화 기기 도입률이 50%가 넘는 셈이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에도 무인화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달콤커피는 올 초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해 본사 매장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8~9월부터 원하는 가맹점에 기기를 임대 지원할 계획이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 사이렌 오더도 그렇고 무인 주문은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 자영업자들 “이제는 키오스크 도입 피할 수 없어”
소규모 점포들도 무인화 키오스크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식당은 지난 5월 무인기를 도입함과 동시에 주문부터 식기 반납까지 셀프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식당 관계자는 “올 초 16% 오른 최저임금 때문에 가격인상이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무인기를 도입했다”며 “한 달에 15만 원가량의 무인기 렌트비만 내면 되기에 주방 인원만 소수 운영해 비용 면에서 상쇄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예비 창업자들 사이에서도 무인점포 창업, 무인화 기기 설치 등에 관심이 높다. 한 온라인 창업 커뮤니티에 ‘무인’ ‘키오스크’ 등 검색어를 입력하면 수십 건의 관련 글이 쏟아져 나온다. 대부분 인건비 문제로 인한 ‘무인화 기기’ 설치 문의나 정보 공유와 관련된 내용이다.
무인화 기기 제조업체도 호황을 맞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직후인 16일 케이씨에스, 로지시스, 한네트, 윈스 등 키오스크 업체들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 발표가 있던 지난주를 기점으로 문의가 폭증했다”며 “문의 내용을 들어보면 대부분 사장님들은 키오스크 필요성은 느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가격 인상도 한계를 느껴 키오스크 설치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 고령 고객층 확보 가능여부 의문…도난 우려도
일각에선 무인화 기기 설치가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스마트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높은 연령대의 고객층을 보유한 곳에서는 무인기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올해 초 무인기를 도입한 서울 서초구의 한 커피숍 주인은 “주 고객층이 50~60대다 보니 사용법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앞사람이 허우적대고 있으면 뒷사람이 그냥 가버린다”며 “초반에는 키오스크 옆에 직원을 두고 설명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면 왜 설치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직원이 주문을 받고 한적한 때만 무인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도난 우려는 자영업자들이 무인화를 꺼리는 또 다른 이유다. 특히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무인 편의점은 청소년들의 술, 담배 구매에 취약하며 도난을 막는 기술까지는 개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우리나라에서 무인 편의점은 시기상조”라며 “이론적으로 완벽한 창업 아이템이긴 한데 누가 훔쳐가도 막을 수 없어 매출 손실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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