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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해야 하는데 뭘 하지? 삼성 '정치적 투자' 딜레마

'군산 투자' 기정사실화됐지만 아이템 없어…다른 대기업도 삼성 움직임 '촉각'

2018.07.23(Mon) 18:03:32

[비즈한국] 삼성그룹이 전북 군산에 투자하는 사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공식적으로는 부인하지만 큰 틀에서 군산 투자는 기정사실화됐다는 것이 삼성 안팎의 관측이다. 그러나 마땅한 투자 아이템이 없다는 것이 고민의 본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4~5년간 구미와 평택 등지에 반도체·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를 이미 단행한 상태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고 지방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원해 달라는 정부 측 요청에 따라 군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새만금개발 지역을 비롯해 군산 일대 실사를 다녀온 뒤 내부 회의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전북 군산에 투자하는 사안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초 사옥의 삼성 깃발. 사진=고성준 기자


정부 요청에 따라 5월 31일 폐쇄된 한국GM 군산공장도 투자 지역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군산공장 2044명, 협력업체 164개사 1만 28명 등 총 1만2072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여기에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영향까지 고려하면 최소 1만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정부도 지난 4월에 특별 고용재난지역으로 선포해 고용 및 근로자 부채에 일부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일자리 복원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산의 표심을 고려하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일자리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산업부는 5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 회의 이후 한국GM 군산공장을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 유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어떤 사업 부문을 투자할 것인지가 문제다. 스마트폰은 판매량 하락 속에 구미와 중국·베트남 등지의 생산 기지의 공장 가동률이 소폭 하락한 상태다. 반도체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신축했다. 2021년까지 투자액만 30조 원에 달한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부는 캐나다 토론토 등 세계 곳곳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로서는 투자할 제품의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공장의 설비 등을 재활용하기 위해 자동차 및 전장부품을 투자해 줄 것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장 사업이 아직 첫 발을 뗀 수준이고 완성차는 제조하지 않겠다는 이 부회장의 뜻이 확고하다. 스마트폰이나 반도체에 비해 전장 부품의 가능성은 높지만 삼성으로서는 투자의 성공을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에선 정치 논리에 따라 사업성이 떨어지는 공장을 인수해 사업을 펼치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삼성의 투자 지역과 아이템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의 투자 방향도 결정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지방 공장 건설 등 투자를 늘릴 생각이지만, 재계 1위인 삼성이 움직여야 뒤따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맏형의 투자가 벌어져야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후속 투자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고용지표 부진에 고민하고 정부로서도 삼성의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재계 관계자는 “정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대기업과의 관계 조성에 극히 신중해왔으나, 지역 일자리 부진에 재계에 협력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김서광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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