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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라이프 자살보험금 미지급 14년 분쟁 논란

한 계약자 8개 가입 보험 중 1개만 정상 지급…현대라이프 "분쟁 중 언급 조심스러워"

2018.07.18(Wed) 16:56:52

[비즈한국] 금융감독원은 2016년부터 보험사들이 약관을 잘못 만든 책임을 지고 자살보험금을 줘야 한다며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고 그러자 버티던 생명보험사들은 미지급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했다. 

 

현대라이프생명  ‘제로 맥스’ 보험상품 광고. 사진=현대라이프생명


자살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과 재해사망보험 가입 2년 뒤 자살한 경우 나오는 사망보험금으로 종신보험, 정기보험 가입자 등에게 지급된다. 금감원은 약관을 수정한 2010년 이전 보험가입자가 자살한 경우 법정상속인 등에게 소멸시효에 상관없이 보험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보험사와 보험계약자의 자살보험금 분쟁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라이프생명은 2004년 극단적인 선택을 한 A 씨(여·사망 당시 24세) 유족과 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여전히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사연은 이렇다.

 

A 씨는 2004년 5월 경기도 군포시에 있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앞서 그녀는 같은 해 3월부터 4월까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우울증, 불안, 소화불량, 식욕부진, 수족에 발한 증상을 판정받고 통원치료를 받았다. 

 

A 씨와 어머니 B 씨는 공동명의로 1999년 현대라이프생명의 전신인 녹십자생명과 일반형 재해사망특약, 재해사망보험금, 일반재해사망보험금, 종신보험 등 총 8개 보험상품을 계약했다. 이들이 가입한 보험을 통해 보호받는 피보험자는 A 씨였으며 그녀가 사망한 현재 보험금 수령 대상자인 수익자는 법정상속인인 어머니 B씨다. 

 

현대라이프는 2016년 12월 B 씨가 A 씨와 함께 계약한 보험상품 중 하나인 ‘큰믿음의료보험Ⅱ’​ 재해사망특약의 보험금은 정상적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다른 보험상품의 보험금은 B 씨에게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현대라이프는 B 씨 측에 “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소멸시효가 지났고 피보험자 A 씨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당사는 A 씨가 약관상 면책 예외조항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정신질환상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본다. A 씨는 사망 전 정신질환으로 입원하지 않고 2~3회 통원치료를 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B 씨 측 손해사정사는 “현대라이프가 보험금을 지급한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B 씨가 가입한 다른 보험상품과 보험금 지급사유, 소멸시효 등 동일한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며 “유독 B 씨와 분쟁대상 계약 상품의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법률상, 약관상 근거가 무엇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현대라이프는 보험상품 약관에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를 면책 예외조항이라고 명시했다. A 씨는 우울증을 앓았고 진료한 의료진은 ‘정신질환’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보험사는 법정상속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고인을 치료했던 종합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당시 진단서에 병명으로 ‘주요우울장애’, 치료 소견서에 우울감, 불안, 수족에 발한 증상을 보여 입원을 권유했지만 A 씨가 거부했다고 기록했다. 

 

B 씨는 2017년 8월 금감원에 현대라이프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했고 다른 종합병원 정신과 전문의의 소견서를 첨부해 제출했다. 이 전문의는 같은 달 발행한 의료심사 소견서에서 “A 씨의 상태는 고도의 우울증 정신질환상태였다. 그리고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살했다”고 명시했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사진=임준선 기자


B 씨 측이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이후 현대라이프 담당자는 B 씨에게 유선상으로 설명한 내용과 회사와 계약 관계인 전문의 소견서를 금감원에 전달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B 씨에게 보험회사와 협의해 제3의료기관의 자문을 받아 해결하라는 입장을 통보했다. 그러나 현대라이프와 B 씨 측이 제3의료기관 선정에 이견을 보이면서 분쟁조정 신청 후 1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전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B 씨 측 손해사정사는 “현대라이프 약관 규정에 정신질환상태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입원 치료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최초 외래 진단일에 담당 의사는 A 씨에게 입원치료를 권유했었다”며 “현대라이프는 자체 의료자문 결과를 A 씨 유가족에게 보여준 적도 없이 보험금 지급 면책만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A 씨 유족과 보험금 지급 문제를 놓고 분쟁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언급을 하기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는 짤막한 입장만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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