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조성된 서울 송파구 문정동 법조타운은 신흥 오피스 상권으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법조타운의 모습을 갖춘 지 1년여 시간이 흐른 현재, 이 일대 신규 상가들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지하철 8호선 문정역에서 하차해 법조타운으로 향하는 출구로 나가자마자 거대한 오피스 빌딩들이 시야를 압도했다. 10년여 전만 해도 논밭에 불과했던 이곳은 법조타운 개발을 통해 서울 동부지방검찰청, 서울 동부지방법원을 중심으로 중소 벤처기업 등이 모인 지식산업센터와 업무단지로 신흥 오피스 상권으로 탈바꿈했다.
이날 거리는 뜨거운 날씨 탓인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삼삼오오 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법원 근처 카페 관계자는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많다”며 “주말의 경우는 지역민들 외에 쇼핑몰이나 영화관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공실인 상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송파대로에서 법조타운으로 향하는 대로변 상가 일대와 법원 인근 상가 일부는 주인을 찾지 못한 상점들로 텅 비어 있었다. 상가 문 앞에는 ‘임대문의’와 부동산중개업소 번호 등이 적힌 홍보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 같은 모습은 법원과 검찰청이 있는 중심부로 향할수록 심해졌다.
‘비즈한국’이 이날 법조타운 내 목 좋은 상가로 평가받는 푸르지오시티, 문정 아이파크, 힐스테이트, 오벨리스크 등을 둘러본 결과 1, 2층 상가 대부분이 비어 있었다. 지난해 11월 입주가 시작된 문정 아이파크의 경우 지상 1~3층은 상가, 지상 4층~16층은 오피스텔이다. 입주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주인을 찾은 상가는 편의점, 카페, 부동산중개업소 등과 여성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헤어숍, 네일숍 등이 전부였다.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가격 문의는 많은데 오피스텔에 비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다. 아무래도 이곳 직장인, 오피스텔 거주자가 주 이용객인데 특정 시간대에 몰리고 나머지 시간대에 한산한 때문인 것 같다”며 “이미 카페, 식당 등이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업종으로 들어올 생각은 없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다 보니 넓이 대비 임대료가 높은 편”이라며 “임차인이 많이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고, 기업 입주는 대부분 마쳤지만 문화예술 시설 등은 조성되지 않아 외부손님 접근이 적다”고 말했다.
부동산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이 일대 상가 전용면적 45㎡ 기준 보증금은 3000만 원, 월세는 300만 원선이다. 32㎡를 기준으로 하면 보증금은 5000만 원, 월세 300만~500만 원선. 상권 형성 초기라 권리금은 없지만 역과 가깝거나 대로변으로 갈수록 상가 임대료는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오피스텔과 상가가 함께 구성되면 상가 분양이 마무리되고 입점된 뒤 오피스텔이 차기 시작하는데 법조타운의 경우 오피스텔이 먼저 차고 상가 입점은 늦어진다는 게 상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고정 인구에 비해 상가 공급량이 많고, 서울 강남보다 위례신도시에 가까워 외부 수요 유입에 제한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창업 전문가는 “아직 입주하지 않은 빌딩도 많고 입주민에 비해 상가 공급량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임차인 입장에선 오피스 단지라 주5일 영업만 할 수 있어 높은 임대료, 부가세와 관리비 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권이 완전히 갖춰지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본다. 다만 업종 자체의 매력만 있으면 가락시장역 인근 올림픽훼미리타운 아파트 주민과 건너편 로데오거리 소비자들을 대거 유인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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