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무슨 음악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가끔 듣습니다. 음악 칼럼을 쓰는 등 음악을 나름 좋아하는 편이어서 그렇겠지요. 그때마다 그동안 즐겨 들었던 수많은 음악을 생각하다 ‘재즈’라고 대답하게 됩니다. 가장 복잡한 음악. 그러면서도 어떤 음악이든 빠르게 빨아들이면서 새롭게 만드는 음악. 그러면서도 언제든 뒤로 물러나 배경음악이 될 수 있는 편안함까지 갖췄습니다.
재즈의 매력은 특히 전혀 다른 음악을 새로 소개할 때 발휘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소위 트로트라 불리는 전통가요를 접목한 재즈 앨범을 냈습니다. 스탠 게츠는 브라질 음악과 재즈를 접목해 이지 리스닝계의 대부가 됐지요. 익숙한 듯 낯설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 때는 역시 재즈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재즈와 접목한 또 하나의 생소한 음악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쿠바 음악입니다. 쿠바 음악과 재즈를 조합한 ‘다이메 아로세나’가 그 주인공입니다.
다이메 아로세나는 쿠바의 음악 신동으로 불립니다. 8세부터 음악을 시작했고, TV 프로그램 ‘렛잇비(Let it be)’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14세부터 빅밴드 로스프리모스(Los Primos)의 리드싱어로 활동했죠. 어릴 때부터 합창단 지휘를 배우며 음악의 기본을 닦았습니다. 서양 음악의 전통에 충실한 셈입니다.
하지만 쿠바 바깥에서 보면 그는 쿠바 음악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도 쿠반 재즈와 룸바를 구사합니다. 흔히 우리가 ‘월드 뮤직’이라고 말하는 음악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그 중에도 ‘남미 음악’이라고 흔히 묶어 부릅니다. 물론 중남미의 거대한 음악에는 수많은 조류가 있습니다.
중남미 음악 중에서도 쿠바의 음악은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정권 설립 이후, 미국과 국교가 끊겼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1995년, 쿠바 전통 음악 뮤지션을 모아 단 6일 만에 만든 앨범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 전부입니다.
2014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오바마는 쿠바와 수교를 정상화했습니다. 소련 붕괴 이후, 충분한 시간이 지나 쿠바와 객관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요. 이후 비욘세와 제이지 부부 등 많은 셀럽이 앞 다투어 쿠바에 여행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달라진 사회 분위기 덕분에 쿠바 음악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분위기를 타고 2015년, 다이메는 데뷔 앨범 ‘누에바 에라(Nueva Era)’를 발매합니다. 이후 그는 룸바 음악을 다루는 프로젝트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서 보컬 실력을 뽐내고, 유명 곡을 커버한 앨범 ‘원 테이크스(One Takes)’를 발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다이메는 빠르게 음악계의 명성을 쌓기 시작합니다. 자미로콰이의 제작자이자, BBC 라디오의 프로듀서인 질 피터슨의 도움으로 유럽과 미국 비평가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거죠. 2016년에는 캐나다에서 주노상 재즈 부분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음악은 화려합니다. ‘월드 뮤직’이라 불리는 복잡하고 낯선 멜로디라인이 두드러지기 때문이죠. 그 안에 들어 있는 복잡한 화성, 편곡, 리듬 등 구성 요소는 전통적인 재즈 요소, 소울 알앤비 요소로 가득합니다. 그 어떤 음악보다도 화려한 테크닉이 편안하게 들어 있습니다.
여기에 가스펠적인 요소가 추가됩니다. 다이메는 쿠바의 종교인 산테리아의 독실한 신자인데요, 그 때문인지 그는 전통적인 하얀 옷을 입고 공연합니다. 산테리아는 가톨릭과 현지 전통 신앙이 결합한 종교라고 합니다. 그의 음악에 종교적인 맥락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유랄까요?
그는 자신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이 자연스레 음악에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자신의 성별, 외모, 인종까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를 극복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산테리아와 쿠반 재즈가 항상 곁에 있었습니다. 자연스레 그의 음악에도 그의 고민과 고통, 그리고 이를 극복한 긍정적인 에너지가 들어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그의 음악에는 지역적인(local) 요소와 세계적인(global) 요소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쿠반 재즈와 룸바의 전통이 느껴지는 음악 자체는 분명 쿠바답습니다. 하지만 그의 재즈, 알앤비적인 요소, 그리고 인종적, 또 성적으로 약자의 자리에 서 있는 자의 고통과 이에 대한 극복이라는 주제는 매우 글로벌하고, 코스모폴리탄적이기도 하지요.
다이메의 음악을 듣다 보면 결국 음악은 정치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바마의 정책 덕분에 쿠바와 미국의 수교가 재개되었습니다. 덕분에 그의 음악이 전 세계에 더 빠르게 알려질 수 있었습니다. 음악의 주제 또한 소수자의 고통과 이에 대한 긍정적 승화와 극복이라는, 전 세계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에게 정치적인 의도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가장 자기답게 음악을 만들자, 자연스럽게 현재 정치적 지형에 걸맞은 음악이 완성되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음악은 사회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자신을 정직하게 드러내면, 자연스럽게 거기에 자신이 속해 있는 환경이 드러나기 때문이죠. 새로운 쿠바를 보여주는 디바, 다이메 아로세나였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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