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8년 상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을 정리하면 ①국산차 약세, 수입차 강세 ②범 세단형(해치백·쿠페·컨버터블 포함) 약세, 범 RV(레크레이셔널 비이클, 왜건·SUV·픽업트럭 포함) 강세 ③내연기관 감소, 친환경차 증가로 볼 수 있다.
하반기엔 매출 감소를 만회하려는 국산차, 세단의 공격적 마케팅과 여세를 몰아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수입차, RV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는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한 ‘카이즈유’ 수치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수치와 다소 차이가 있다.
# 국산차 쉐보레 급락, 수입차 벤츠·BMW는 질주
2018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상용차 제외) 국산차 등록대수는 65만 3868대로 전년 동기(68만 9362대)보다 5.1%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는 14만 1405대로 전년(12만 434대)보다 17.4% 증가했다.
기아자동차는 24만 2449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23만 394대)보다 5.2% 증가했다. 스팅어, K9 등 신차 출시와 쏘렌토 연식변경 모델(쏘렌토 더 마스터) 등이 가세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현대자동차는 24만 1021대를 판매하며 전년(24만 1635대) 대비 0.3% 감소했다. 그랜저의 여전한 인기와 신형 싼타페 출시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에 판매순위 1위를 내줘 내부적으로 위기의식을 가질 만하다.
대신 별도로 집계하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3만 3094대로 전년 동기(2만 9803대)보다 11.0% 증가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제네시스 G70이 라인업에 가세한 것이 비결로 꼽힌다.
쌍용자동차, 르노삼성, 쉐보레는 모두 하락세다. 쌍용차는 5만 2977대를 판매하며 전년(5만 6701대)보다 6.6%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 G4 렉스턴이 투입됐지만, 효자 노릇을 하던 티볼리가 독차지했던 소형 SUV 시장에 코나(현대차)·스토닉(기아차) 등이 가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르노삼성은 4만 2509대로 전년(5만 6988대) 대비 25.4% 하락했다. 국내 시장에서 마케팅 감각이 뛰어난 박동훈 전 사장이 폭스바겐 대표 재직 시절 있었던 ‘디젤 게이트’ 관련 수사로 물러난 뒤 뱅커 출신의 프랑스인 사장이 오면서 다소 정체된 분위기다.
쉐보레는 올 상반기 만신창이가 된 한국GM의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4만 1720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7만 3841대)보다 43.5% 감소했다. 제품 자체의 매력은 있지만 국내 사업 중단 시 부품 수급, 애프터 서비스, 중고차 가격 등에 대한 우려가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 SUV 이쿼녹스를 투입하는 등 지속적 영업 의지를 보이고 있어 하반기 실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아우디, 폭스바겐이 없는 사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4만 1158대를 팔아 전년 동기(3만 7806대)보다 8.9% 증가세를 보였다. BMW(비엠더블유)는 3만 4579대로 전년(2만 9003대)보다 19.2% 판매가 늘었다.
수입차 판매 상위권에서는 토요타자동차·랜드로버와 혼다·닛산의 희비가 엇갈렸다. 수입차 판매 3위를 차지한 토요타는 8388대 판매로 전년(5227대) 대비 60.5% 늘었다. 신형 캠리의 돌풍 덕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판매 4위에 오른 랜드로버는 6341대 판매로 전년(4445대)보다 42.7% 늘었다.
반면 수입차 판매 12위인 혼다는 2934대 판매로 전년(5461대)보다 46.3% 감소했다. 주력인 중형차 어코드가 올 하반기 새롭게 론칭했기 때문에 상반기엔 판매 공백이 있었다. 수입차 판매 13위인 닛산은 2637대 판매로 전년(3269대)보다 19.3% 줄었다. 닛산은 최근 신차 투입이 없어 관심도가 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 RV 갈수록 인기몰이, 세단은 예전만 못해
올 상반기 범 RV(왜건·SUV·픽업트럭 포함)의 인기가 더 많아졌다.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의 외형별 대수를 보면, 세단은 9.4% 감소, 해치백은 13.8% 감소, 쿠페는 24.5% 감소, 컨버터블은 15.4% 감소를 보였다. 반면 왜건은 8.4% 증가, SUV는 10.5% 증가, RV는 6.1% 증가, 픽업트럭은 51.5% 증가했다. ‘납작한 차’는 판매 감소, ‘높은 차’는 판매가 증가했다.
이는 판매 상위 차량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 상반기 국산차 판매 5위 이내엔 현대차 싼타페(2위), 기아 카니발(3위), 기아 쏘렌토(4위)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판매 5위 이내에 든 ‘범 RV’는 카니발(5위)뿐이었다. 신형 싼타페는 2월 21일 출시행사를 갖고 3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4개월의 판매기간에도 불구하고 국산차 판매 2위에 올랐다. 반면 그랜저는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24.0% 판매가 줄었다.
수입차에서도 ‘범 RV’의 강세가 확인된다. 수입차 상위권은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S클래스, 렉서스 ES 등이 변함없이 차지하지만, 9위 메르세데스-벤츠 GLC는 4075대 판매로 전년 동기(2566대)보다 58.8% 늘었고, 10위인 포드 익스플로러도 3623대 판매로 전년(3290대)보다 10.1% 늘었다.
수입차 30위권 이내의 범 RV는 모두 판매량이 증가했다. 특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신형 출시로 1394대를 팔아 전년(270대)보다 416.3%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힘입어 랜드로버 브랜드 전체 판매량도 6341대로 전년(4445대)보다 60.5% 늘었다. 이외에도 디스커버리 스포츠(13.2%), 메르세데스-벤츠 CLA(37.9%), BMW X3(16.9%), 볼보 XC60(41.7%)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이런 RV 강세 속에서 BMW X5(-37.4%), X6(-22.4%)는 감소세를 보였다.
여름에는 캠핑 등 수요가 많고 여름휴가도 있기 때문에 이런 추세라면 하반기에 RV의 인기몰이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수치 미미하지만 성장세 폭발적인 친환경차
올 상반기 유종별 판매량을 보면 휘발유는 38만 7057대로 전년(39만 5735대)보다 2.2% 줄었다. 경유도 42만 667대로 전년(43만 9906대)보다 4.4% 줄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4만 2618대로 전년(3만 8018대)보다 12.1% 늘었다. 특히 전기차는 올해 1만 1852대 판매로 전년(5058대)보다 134.3% 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였다.
하이브리드차의 판매가 는 것은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때문이다. 2017년의 첫 거래일인 1월 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서부 텍사스유)의 거래종가는 52.33달러였으나 올해 1월 2일 종가는 60.37달러다. 올해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인 6월 29일 종가는 74.15달러로 지난해 1월 대비 41.7% 상승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거부감이 점차 없어지는 것도 한몫한다. 현대차 그랜저, 기아 K7은 하이브리드 버전의 디자인이 가솔린형과 거의 동일하고 가격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에 기왕이면 하이브리드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국가보조금은 지난해 100만 원에서 올해 50만 원으로 줄었다. 이마저도 내년엔 폐지된다.
전기차는 국가보조금(최저 450만 원 최대 1200만 원)과 지자체보조금(서울의 경우 500만 원) 없이는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1만 4000대 규모였던 전기차 보급 대수를 올해 2만 대로 늘려 잡았다. 제조사에서도 주행거리가 300km 이상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 니로 EV, 쉐보레 볼트 EV 등 한 번 충전으로 장거리 여행도 가능한 전기차가 출시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다만 최근 법인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받고 구매한 차량을 해외에 비싸게 수출하는 재테크가 알려지면서 실제 전기차 판매가 보급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은 차량은 구매 후 2년이 지나면 매매가 가능하다. 전기차 폐차 시엔 정부에 배터리를 반납토록 의무화했지만 수출 시에는 예외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인 구매자들 사이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선지급이 아닌 마일리지에 따른 후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진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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