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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인공지능 음악앱 '네이버 바이브'는 성공할 수 있을까

통신사 결합·로컬라이제이션 없이…개인별 음악 추천 '유튜브'와 경쟁구도

2018.07.11(Wed) 15:20:42

[비즈한국] 철옹성. 한국 음원사이트 지형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철옹성이다. 조사기관마다 통계는 다르지만, 멜론이 부동의 1위이며 지니가 2위다. 네이버 뮤직, 엠넷, 벅스뮤직이 그 뒤를 따른다. SK텔레콤이 자사의 고객에게 과거 멜론을 부가서비스로 판매했고, KT가 지니 뮤직을 판매한 전력을 감안하면 사실상 통신사 고객 점유율 등수가 음원 서비스 등수다.  

 

이 철옹성을 두드린 사업자는 많았다. 유튜브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통해 진출했고, 애플은 애플 뮤직을 내놓았다. 애플 뮤직은 유플러스 고객을 대상으로 무려 5개월 동안 무료 체험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철옹성을 공략하지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멜론은 1위였고, 지니는 2등이었다. 글로벌 사업자가 이렇게 힘을 못 쓰는 광경은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 포르투갈전 이후 처음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통신사와 결합한 할인이 너무 강력했다. 통신사 고액 요금제를 사용하면 음원 서비스는 거의 공짜로 들을 수 있으니 굳이 바꿀 이유가 없었다. 또 하나는 실시간 차트 때문이다. 해외 사업자의 음원 서비스엔 차트가 없다. 개인의 스트리밍 이력에 따른 새로운 음원을 서비스가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개인 취향보다 대중의 취향을 고려하고, 순서를 정하는 음악프로그램에 길들여진 한국 사용자에겐 먹힐 리 없었다. 결국 통신사 할인과 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장벽을 넘지 못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25일 인공지능 기반 음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바이브(VIBE)’​를 출시했다. 사진=네이버 바이브 홈페이지


하지만 그 변화가 내부에서 시작된다면 어떨까? 바로 네이버가 새로 출시한 ‘바이브’다. 바이브는 이전의 국산 음원 서비스와 달리 개인 취향에 따른 플레이리스트를 주 무기로 내세웠다. 즉, 대중 차트에 기반한 추천이 아니라 개인 플레이 이력을 통한 추천이 주력인 셈이다. 이 점에서 해외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와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애플리케이션 첫 화면에 나오는 음원마저 다르다고 하니, 그 개인화 수준을 알겠다. 영화 섬네일이 로그인할 때마다 바뀌는 넷플릭스와 유사하다.

 

국내 사업자가 만든 해외 서비스 같은 국산 서비스. 과연 성공할까? 첫 번째 화두는 스피커고, 두 번째 화두는 추천 및 알고리즘이다. 네이버가 보유한 채널은 네이버 웹과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이미 음원 서비스를 하나쯤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이브는 새롭게 성장하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을 노리는 게 당연지사다.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가 만족하면 자연스레 넘어가게 마련이다.  

 

이제는 본인이 찾아 듣는 것도 귀찮은 지경이다. 많은 사람이 유튜브를 일하면서 듣는 ‘노동요’로 사용하는 이유는 그만큼 추천 기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본인이 좋아할 만한 음원으로 저격하는 서비스에 누가 넘어가지 않을까. 이 점에서 개인 추천 시스템을 강조하는 바이브는 이렇게 생각 없이 무작정 켜놓고 듣는 노동요 취향 사용자를 공략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켜놓았는데 튀지 않고 부드럽게 노래를 추천한다면 사용자 만족도는 올라간다. 결국, 좋은 노동요를 추천할수록 더 만족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바이브의 경쟁자는 유튜브라 할 수 있다. 특히 추천 서비스를 강조했기 때문에 더더욱 유튜브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유튜브가 최근 유튜브 프리미엄을 내놓으며 음원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했기에 더욱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 음원 시장은 로컬라이제이션과 통신사 할인이라는 무기로 해외 음원 서비스를 꺾었다. 통신사와는 연이 없고, 이제 로컬라이제이션이라는 무기도 스스로 내려놓은 바이브는 과연 어떻게 될까. 바이브의 성공은 미래 음원 서비스의 향방과 결부돼 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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