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옷이 인간을 만든다. 벌거벗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아주 적은 영향을 주거나,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옷에 대한 명언 중 단연 최고는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이 말이 아닌가 싶다. 상황에 맞게 잘 차려입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는, 패션 회사들이 가장 좋아할 말이기도 하다. 옷이 좋으면 사람이 돋보인다는 ‘옷은 날개다’라는 말보다 훨씬 더 세련되면서 강력하다.
예전에 비해 패션 스타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남자들이 늘었다. 그래서 패션에 대해 아는 것도 많아졌고, 각자의 개성을 돋보이게 할 스타일도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런데 가만 보면 뭔가를 입는 게 많은 겨울에 멋쟁이가 제일 많아 보이고, 그다음이 봄, 가을인 듯하다. 반팔셔츠나 반바지를 가볍게 입는 여름에는 아직도 아쉬움이 많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매인데,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은 상대적으로 신체 노출이 더 많은 시기라 옷만 잘 고른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반바지를 입으려면 다리털 제모도 해야 하고, 반바지에 맞는 스니커즈와 그에 맞는 양말까지 잘 선택해야 한다.
사실 여름철 남자 패션의 최고 아이템은 반바지다. 여성에게 치마가 있다면 남자에겐 반바지가 있다. 특히 여름엔 시원하고 통풍도 잘 되는 반바지만큼 실용적인 패션도 없다. 이제 남자 반바지는 실용성을 넘어서 스타일과 멋도 구현하는 중이다. 명품 패션 브랜드에서도 남자 반바지를 많이 만들어내고, 멋 부리는 남자들은 출근할 때나 데이트할 때도 반바지로 멋을 낸다.
이미 꽤 많은 기업이 여름철 쿨비즈룩을 지향하며 넥타이 안 매고 일부는 반바지까지 허용하는 자율복장제도를 운용 중이다. 대개 여름철 한시적인 복장규정인데, IT 기업을 중심으로 남자 반바지 출근이 가능한 기업들이 계속 늘고 있다. 그렇다고 샌들에 슬리퍼 신는 건 아니다. 오히려 흰색 스니커즈가 반바지엔 훨씬 더 잘 어울린다.
흥미로운 건 남자 반바지 매출이 늘면서 남성 뷰티시장도 함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가장 큰 게 남자 다리털 제모 분야다. 다리털 제모기를 비롯 각종 제모용 상품이 남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관심은 다리털에서 끝나지 않고 전반적인 피부와 털 관리로도 확장한다. 반바지 출근복장이 만든 ‘나비효과’인 셈이다.
여전히 40대 이상에서는 반바지로 출근하는 걸 꺼리는 이들도 있다. 익숙하지 않고 어색해서다. 그러나 원래 패션은 ‘도전’을 통해 멋쟁이로 진화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 여름 반바지를 멋지게 입은 4050 남자들을 좀 더 많이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반바지와 함께 여름엔 반팔 티셔츠도 필수다. 사실 슈트와 함께 입는 화이트셔츠는 절대 반팔이면 안되지만, 면 티셔츠는 반팔이어도 된다.
남자의 반팔 티셔츠는 스포츠 분야에서 탄생했다. 프랑스의 유명 테니스선수 르네 라코스테가 너무 길고 갑갑하고 불편한 기존 테니스 유니폼을 개량해, 짧은 소매와 접었다 펼 수 있는 칼라(옷깃)로 태양으로부터 목을 보호하고, 셔츠 앞부분의 3분의 1까지 풀 수 있는 단추를 달고, 앞판보다 뒷판이 조금 더 길어서 경기 중 옷이 치켜올라가는 것을 막은, 니트 조직의 면 소재 티셔츠를 발명한 것이다. 이걸 테니스셔츠라고 불렀다.
라코스테는 1933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통해 테니스셔츠를 팔기 시작했다. 모든 테니스 선수들의 옷이 바뀌었다. 아울러 폴로선수들도 테니스셔츠를 입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 1973년부터 말 타고 폴로경기 하는 모습의 로고가 붙은 옷을 팔기 시작하면서 테니스셔츠 대신 폴로셔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골프선수들도 이런 스타일의 셔츠를 입으면서 골프셔츠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은 폴로셔츠다. 테니스셔츠를 발명한 르네 라코스테로선 좀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름이 뭐든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을 정도로 이 셔츠는 보편적인 옷이 되었다. 특히 여름철엔 한 번쯤은 입게 된다. 이 옷을 입을 때 바지 속으로 셔츠를 넣어서 입을지, 바지 밖으로 빼서 입을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이 옷은 애초에 바지 안에 넣어서 입는 옷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다. 셔츠는 무조건 바지 안에 넣어서 입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폴로셔츠가 아닌 그냥 셔츠를 입는 게 낫다. 뭐든 내맘대로 막 입는 게 멋이 아니라, 적당히 알고 나서 룰 속에서 과감히 입는 게 멋이기도 하다.
사실 진짜 멋쟁이는 여름에 진가가 드러난다. 반바지도 얼마나 세련되게 입냐에 따라 천지차이다. 잘 선택한 폴로셔츠 한 장으로도 세련됨을 드러낼 수 있다. 좀 더 과감하고 컬러와 화려한 꽃무늬 셔츠를 비롯해, 로퍼와 샌들, 선글라스, 그리고 여유로운 미소와 당당함까지 장착하면 ‘여름철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칠 수도 있을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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