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볼보자동차의 콤팩트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더 뉴 XC40’을 시승했다. 디자인, 제원상의 성능, 가격 등 좋은 평가를 받는 모델. 주행 감각을 확인한 결과 그만큼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은 수준이다.
#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에 충실한 내·외관
‘북유럽’ 혹은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은 형태와 색상에서 관능미를 배제하고 담백함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 볼보는 올드해 보이기도 했지만, 2015년 XC90 이후 하이테크적인 디자인이 도입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곡선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선과 면의 비례를 이용한 디자인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예전 볼보를 볼 때면 화살표가 삐죽 나온 로고, 라디이에터 그릴을 가로지르는 비대칭의 사선, C필러를 통째로 활용하는 리어램프는 어떤 디자이너가 와도 해결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볼보 디자인 언어는 거짓말처럼 과제를 훌륭하게 해결했다.
XC40에서 자랑할 만한 부분은 수납공간이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5일 시승 행사에서 주최측은 수납공간 네 곳에 숨겨진 스티커 모으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도어 안쪽면의 스피커를 운전자 무릎 공간 옆으로 옮기고 그곳에 노트북PC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곳, 박스티슈를 넣을 수 있는 공간, 휴대폰 무선충전 도크, 글로브박스의 돌출 걸개에 스티커가 있었다. 자동차 곳곳의 숨은 공간을 활용한 수납공간은 인상적이었다.
지붕 전체를 활용한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은 훌륭했다. 아쉬운 점은 사이드미러를 디자인적인 목적으로 흔히 있는 위치보다 뒤쪽에 배치했다는 점이다. 밖에서 보면 후륜구동 느낌의 역동성이 느껴지지만 내부 시야는 좋지 않다. 앞으로 10cm만 이동했으면 좋겠지만 디자인을 위한 것이니 감내할 부분이다.
# 기본기에 충실한 파워트레인과 섀시
국내 소비자에게 ‘SUV+가솔린엔진’은 익숙지 않은 조합이다. 대개의 가솔린 SUV는 파워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가격적인 이유로 메이커들이 필요한 것보다 낮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을 장착하기 때문이다. XC40은 ‘콤팩트 SUV’로 분류되는데, 국내 경쟁 모델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투싼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중형 SUV’로 분류되는 싼타페(현대차) 정도에나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사용한다.
XC40은 2.0리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국도, 고속도로에서 힘이 부족하지 않다. 제로백(0→100km/h 가속시간)은 8.5초로 준수한 편이다. 프로야구 투수의 강속구 속도까지도 힘이 부치지 않고 쭉쭉 발산된다.
서스펜션은 국산 SUV에 비하면 단단한 편이지만,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다. 운전자에 따라 단단하게도 무르게도 볼 수 있지만 무난한 세팅이다. 사륜구동이 기본모델부터 적용돼 있어 곡선구간에서 버티는 능력도 준수하다. 사실 무난하다는 평가가 쉬운 것은 아니다.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뜻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답게 충돌회피, 도로이탈완화, 반대차선 접근 차량 충돌회피, 긴급제동시스템, 도로이탈보호시스템, 파일럿 어시스트는 전 트림(trim)에 기본 적용됐다. 국산차에서는 최고 트림에 적용되는 기능들이다.
반자율주행 기능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주행 중 파일럿 어시스트를 작동한 뒤 손과 발을 떼 보았다. 차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늘리고 줄이면서 스티어링 휠이 돌아간다. 1차선에서는 중앙선에 바짝 붙어서 운행하다 보니 약간의 불안감이 남는다. 일정 시간이 지나자 ‘핸들을 잡으세요’라는 경고가 뜨더니 작동이 멈췄다. 파일럿 어시스트 지속 가능시간은 최대 30초. 적극적인 사용보다는 졸음운전 시 사고예방 등 보조적인 역할로만 써야 할 듯하다.
# 약간은 아쉬운 인포테인먼트
유럽차가 국산차보다 못한 단 한가지인 내비게이션은 아쉬웠다. 지도 디자인은 제법 신경 썼지만 길안내 신뢰도가 높진 않았다. 국내 운전자가 필요로 하는 과속·신호위반 안내는 별도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했다. 요즘은 스마트폰 거치대가 다양하게 잘 나와 있으므로 내비게이션 문제는 구매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블루투스 신규 연결은 수월했다. 애플 카 플레이를 지원하지만 기자의 휴대폰은 안드로이드폰이라 테스트를 할 수 없었다. 블루투스로 음악을 재생했다. ‘R-디자인’ ‘모멘텀’ 트림에 장착된 오디오 음질은 보통 수준이었다. 가장 비싼 트림인 ‘인스크립션’에만 하만 카돈 오디오가 적용됐다. 하만 카돈의 브랜드가 붙어 있지만, 5080만 원짜리 수입차의 한계는 느껴진다. 동일한 오디오 브랜드가 붙은 1억 원짜리 차라면 음질이 다를 것이다.
# 사전예약 1000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트림은?
5일 볼보자동차코리아에 따르면 XC40의 사전예약은 1000대다. 가장 비싼 ‘인스크립션(5080만 원)’ 트림이 31%, 그 다음 비싼 ‘R-디자인(4880만 원)’이 63%, 가장 저렴한 ‘모멘텀(4620만 원)’은 6%다. R-디자인의 구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260만 원을 더 주고서도 구매하는 고객이 많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이를 두고 “볼보 고객의 성향을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독일 B 사, M 사의 경우는 ‘키드니 그릴’ 또는 ‘삼각별’이 중요하기 때문에 최저가 트림 구매가 많지만, 볼보 구매자는 브랜드 자체를 자랑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필요한 만큼 가격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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