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정글 사이' 쿠팡은 왜 외국인 임원의 무덤이 됐나

[비즈한국] “This is your last day!(오늘이 당신의 마지막 날이야!)”

주로 영미권 기업에서 해고를 통보할 때 쓰는 말이다. 쿠팡도 그랬을까? 지난해 쿠팡이 대거 영입한 외국인 임원 대부분이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기 때문이다. 쿠팡의 핵심인 물류를 비롯해 인사(HR), 법무 담당 경영진이 불과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쿠팡을 떠났다.

이들이 해고를 당했는지 스스로 그만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쿠팡 내부에는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지난 5일 검찰이 쿠팡에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관련 특혜 취업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더욱 뒤숭숭한 분위기다.

# ‘한국의 아마존?’ 아마존 출신 임원 잇따라 퇴임

쿠팡은 우리나라에 본사 소재지가 있으며, 대부분 고객이 한국인이다. 하지만 줄곧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해왔다. 서울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비롯해 실리콘밸리, 시애틀, 상하이, 베이징 등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역시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임원들이 취임 후 1년도 근무하지 않고 잇달아 그만두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지난 2015년 3월 쿠팡은 아마존 중국 물류총괄 부사장과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를 지낸 핸리 로(Henry Low)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의 아마존을 지향하는 쿠팡이 거물을 영입했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취임 후 쿠팡의 최대 성과인 ‘로켓배송’​ 정착을 주도했다. 그런 핸리 로 수석부사장은 2017년 6월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김범석 대표와의 불화에 따른 경질설이 흘러나왔지만 쿠팡은 원래 계약에 따른 퇴임이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물류 담당 후임 임원으로는 핸리 로 수석부사장이 퇴임하기 한 달 전 합류한 아마존 출신 프랑스인 앙드레 뽈 클레잉(Andre-Paul Klein)이다. 2017년 5월 합류한 앙드레 뽈 클레잉 역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결국 쿠팡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핸리 로 수석부사장과 앙드레 뽈 클레잉 부사장으로 이어진 재임 시기는 쿠팡의 로켓배송을 본격화하면서 기존 물류업체와의 갈등 및 쿠팡맨 처우를 둘러싸고 각종 잡음이 발생되던 시기다.

# ‘노사 문제 풀어야 하는데…’ 외국인이 어떻게?

당초 쿠팡은 전국 주요 거점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로켓배송을 통해 국내 물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로켓배송을 맡은 쿠팡맨 역시 정규직 전환 약속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정당한 임금 및 처우를 약속했다. 하지만 로켓배송 서비스 기간이 늘어나면서 비용은 계속 누적되는 데 비해 당초 목표였던 시장 장악은 더디게 진행됐다. 오픈마켓 공룡은 고사하고 위메이크프라이스, 티켓몬스터와 같은 기존 소셜커머스 경쟁업체조차 완전히 밀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로켓배송을 책임지는 쿠팡맨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채용정보 사이트에는 1년 내내 쿠팡맨 모집 광고가 올라와 있다. 배송 수요가 많은 강남 일부 지역은 구인난이 더욱 극심한 상황. 결국 익일배송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근무시간이 대폭 연장되다 보니 기존 쿠팡맨의 노동 강도가 올라간다. 이 과정에서 각종 편법 및 불법 논란이 불거졌다. 이는 다시 악순환으로 이어져 더욱 심각한 구인난에 빠졌다.

즉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인사 및 노사관리가 매우 중요해진 가운데, 쿠팡은 2017년 6월 두 명의 임원을 영입한다. 아마존 출신의 캐런 러비(Karen Ruby) 부사장과 변연배 부사장이다.

러비 부사장은 영입 당시 말이 많았다. 쿠팡맨 처우 및 급여 체불 등의 문제에 직면한 쿠팡에, 한국인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한국 직장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임원이 인사 담당으로 적합한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변 부사장은 나이키, DHL, 모토로라 등을 거치며 한국 내 외국계 기업 HR 전문가로 유명한 한국인 임원이다. 때문에 변 부사장과 러비 부사장이 합을 맞춰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냐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러비 부사장은 2017년 10월 쿠팡을 그만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재임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 보니 내부에서는 한국 오피스에서 근무조차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돌았다. 심지어 변 부사장 역시 올해 2월 퇴임했다. 각각 4개월과 8개월밖에 일하지 않은 셈이다.

이 외에도 법무담당으로 영입한 유일한 여성 임원 구수린(Sue Lynn Koo) 법무자문 역시 2017년 말 쿠팡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외국인 핵심 임원들이 제대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을 두고 쿠팡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 관계자는 “애당초 간판만 보고 외국인 임원을 뽑아 놓고 나서, 회사와 갈등을 겪다가 그만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물류는 그렇다고 해도 인사 담당을 외국인으로 채우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통상 외국인 임원을 영입하는 경우 헤드헌팅 비용은 물론 고급 아파트 렌트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짧게 근무하고 퇴임할 경우 회사 측에 입히는 재정적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은 “임원의 취임과 퇴임에 관해서는 어떠한 확인도 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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