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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일기] 에이핑크 보미의 '대도서관' 출연과 2002 월드컵

격변하는 미디어 지형 속 달라진 방송국 위상…우리는 16년 후 뭘 보고 있을까

2018.07.05(Thu) 15:17:40

[비즈한국] 러시아 월드컵 개최기간 내내 많은 사람들은 2002 한일 월드컵을 추억했다. 여드름 자국이 남아 있던 소년 박지성은 ‘해외 축구의 아버지’가 되어 SBS에서 해설을 하고, ‘인간 문어’ 이영표는 KBS 해설위원을 맡았다. ‘테리우스’, ‘반지의 제왕’ 안정환도 ​​MBC​에서 열심히 해설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그라운드를 떠나 중계석에 앉을 만큼 시간이 지났다.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월드컵을 보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시절이다.

 

여기, 그만큼 바뀐 곳이 하나 있다. 잘나가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 유튜버를 통해 신곡을 홍보하는 생경한 광경이다. 지상파 방송이 아니라 케이블 음악방송에서 컴백하고 인터넷으로 쇼케이스가 방송되는 풍경조차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연예가중계’​와 ‘​섹션 TV 연예통신’​의 권위가 절대적이던 시기였으니 말이다.

 

걸그룹 ‘에이핑크’ 이야기다. 에이핑크의 멤버 윤보미는 대도서관의 개인 방송에 출연해 본인의 유튜브를 알리고, 에이핑크의 신곡을 홍보했다. 에이핑크는 SBS MTV의 ‘더 쇼’를 통해 컴백했다. 또 컴백 직전에 치른 쇼케이스는 네이버의 ‘브이’를 통해 방송됐다.  

 

최근 컴백한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보미가 유튜브 대도서관TV에 출연했다. 사진=유튜브 대도서관TV 캡처

 

세상이 변했다. 시답잖은 연예방송과 시청률 낮은 예능보다 대도서관 방송이 훨씬 파급력이 세다. 커뮤니티엔 이미 ‘대도서관 방송에 나온 보미’라며 사진과 편집된 영상이 돌아다닌다. 지상파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케이블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올라갔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송출하는 일은 방송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국경을 초월한 인터넷 서비스가 방송국보다 우월하다.  

 

미디어 산업은 격변했고, 하고 있다. 이제 인기 걸그룹은 방송국에만 목을 매지 않는다. 인기가요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음악중심’​이 아닌 브이 라이브와 딩고 뮤직이다. CJ E&M은 성공했지만, KBS를 비롯한 지상파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실패했다. 시청자 역시 더 이상 방송국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중계석으로 옮기는 동안, 미디어 산업의 운동장은 이미 크게 기울었다.

 

이렇게 판이 바뀐 마당에, 지상파 방송국의 사장들은 방송통신정책위원회에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재앙이라며 이를 규제해달라고 요청한다. 시장에 적응하고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아직까지 시장을 부정하는 판국이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다시 한 번 16년이 지났을 때, 우리는 어떤 광경을 목격하게 될까.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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