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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 믿으세요?" 민간보험 '공포마케팅' 실상

현역병 일반병원 진료 사실상 개인 부담…보험설계사가 '불안감' 파고들어

2018.07.04(Wed) 18:28:24

[비즈한국] “자, 보세요. 군대 가면 다칠 일이 얼마나 많아요. ‘깁스 치료’도 하나 넣으시고, ‘화상 특약’도 하나 넣으셔야 해요. 군 병원 믿으세요? 그럼 실손 보험도 하나 드셔야지. 다치면 나와서 치료받을 건데.”

 

지난 2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보험설계사는 기자가 군대 갈 동생이 있다며 상담을 요청하자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보험상품을 설명했다. 한 시간 후 기자라는 걸 밝히자 그는 속사정을 털어놨다. 

 

이 보험설계사는 “보험업계에선 군인 보험이 블루오션이라고 불린다. 군인 보험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요즘 문제 되는 군 의료체계를 들먹이며 이 항목 저 항목 추가하며 ‘쇼핑’한다”며 “징병 신체 검사장이나 입영행사에 가서 부모를 노린다. 계약률이 월등히 높다. 일종의 공포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군인의 민간 병원 이용률이 매년 증가하고 군인을 상대로 한 민간 보험 영업도 활발하다. 한 국군병원에서 실시된 의무훈련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다른 보험설계사는 부대가 많은 강원도 일대를 다니며 군인에게 보험 상품을 판다. 그는 “군 의료체계를 지적하는 건 일종의 전략이지만 적지 않은 군인들이 불안해하는 건 사실”이라며 “군인은 일반인보다 상해보험 등급이 불리한 위험 직종에 해당한다. 국가에서 군인에게 보험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민간 보험을 드는 건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직업군인인 간부는 군인단체보험 가입이 의무인 반면, 의무복무 하는 일반 병사는 별도 국가 지원 보험이 없는 실정이다. 병사에게 발급되는 나라사랑카드 운영 은행인 IBK기업은행과 KB국민은행이 무료로 제공하는 상해보험이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영내·외 화재·폭발·붕괴 사고 시 최대 5000만 원을 보상해주지만 정작 가장 빈번한 영내 일반 상해 사고는 보장하지 않는다. 

 

군인 신분이라면 군 복무 중 상해 진단 시 군 병원에서 군인연금법에 따라 모든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필요한 경우 ‘민간 위탁’ 제도를 통해 민간 병원 치료도 가능하다. 치료비 걱정은 없어 보이지만, 민간 위탁 진료 시 치료비를 지원받는 경우와 받지 못하는 경우로 나뉜다. 

 

‘국군수도병원 진료 능력을 초과하는 상태이거나 상급 의료기관으로 후송 중 위급해 응급처치가 필요한 상황’일 때는 위탁 진료 대상자로 인정을 받아 민간 병원 치료비 전액을 환급받는다. 위탁 진료대상자 진료비 지급 여부는 군 병원 위탁 진료 심의위원회에서 1차 판단하고 국군의무사령부 위탁 진료 심의위원회가 최종 판단한다. 

 

민간 위탁 진료 대상자 선정은 과정이 복잡하고 기준이 높다. 현역병은 민간 병원 진료를 대부분 사비로 해결한다. 사진=국군수도병원 홈페이지 캡처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지만 본인 의사에 따라 민간 병원 진료를 받고 싶다면 ‘자비 진료확인서’를 써야 한다. 진료비 전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수도병원의 진료 능력을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암 같은 경우는 민간 위탁 진료를 내보낸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의무복무를 마친 한 아무개 씨(23)는 “후임이 군 병원에서 손목 수술을 했는데 인대가 다시 늘어나서 민간병원에서 재수술했다”며 “웬만한 수술은 군 병원에서 가능하지만 못 미더우니까 나가서 하는 거다. 민간 위탁 인정을 받기는 정말 까다롭다. 외부 진료를 받으려면 사비로 한다”고 전했다. 

 

현역병은 국민건강보험 가입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국방부는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을 지급해 현역병이 민간 병원 진료를 받을 시 건강보험과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한다. 국방부 ‘현역병 건강보험부담금’은 2015년 514억 원에서 2017년 668억 원으로 올라 연평균 약 15%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료 연평균 증가율이 8%대인 점을 감안해도 확연히 높은 수치다. 군인의 민간 병원 이용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아들이 경기도 OO사단 신병교육대로 입대한 이 아무개 씨(여·47)는 “원래 아들 명의로 들어둔 보험이 있지만 혹시 몰라 실비 보험을 하나 더 들었다”며 “군 병원은 아무래도 불안해 혹시나 다치면 나와서 치료받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현역병을 위한 보험제도를 신설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2월 ‘군인복지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며 “현재 의무복무 중인 병사나 생도, 간부후보생이 복무 중 후유장해를 입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상금액은 지난해 기준으로 508만 원에서 1526만 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며 “의무 가입하는 보험 제도를 도입하여 상해 및 장해 손실을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법률안은 현재 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1월 메리츠화재 등 3개 보험사에 2억 2000만 원의 보험료를 내고 ‘군 복무 청년 안심상해보험’을 계약했다. 성남시에 주소를 둔 의무징집 군인은 복무 중에 숨지면 3000만 원, 상해에 따른 후유 장해 3000만 원, 상해나 질병으로 입원할 때 하루 2만 5000원, 골절이나 화상 때 회당 30만 원 등을 받을 수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군 병원을 무조건 비난할 순 없지만 신뢰를 잃은 건 사실이다. 장군을 비롯해 대통령도 군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나라”​라며 ​“​국방부 차원에서 보험을 들기보다는 1차적으로 군 의료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전투병과에 드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나눠서 의료체계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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