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 일대에 조성돼 강남권 대체 주거지로 주목 받은 위례신도시 상가들이 공실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핵심 사업이던 트램 민간투자 사업마저 무산될 위기에 처해 위례 상권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위례중앙광장에는 평일에도 불구하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나온 주민들로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이곳은 3~4년 전 입주를 시작해 어느 정도 상권이 구축되어 식당, 마트, 병원 등 주민 편의시설은 물론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도 갖춰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공실인 상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건물 전체가 공실인 경우도 있었다. 빈 점포 유리창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홍보 전단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위례중앙광장 인근 주상복합 O 상가 대부분은 반년 넘게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위례 신도시 핵심 상권인 트랜짓몰(위례신도시 중심부에 트램 노선을 따라 형성된 스트리트형 상가)에서도 나타났다. 트랜짓몰 초입에서부터 점포 사이사이 주인을 찾지 못한 빈 점포를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얼마 전까지 영업을 하다 폐점한 것으로 보였다. 2016년부터 I 상가 1층에서 영업하다 올 4월 문을 닫은 외식 프랜차이즈 측은 “임대료에 비해 매출 성과가 없었다”며 폐점 이유를 짧게 설명했다. 이곳은 3개월 넘게 빈 상태로 남아 있다.
이날 ‘비즈한국’이 트랜짓몰 중심부인 P 상가부터 S 상가까지 메인 거리 일대 빈 점포수를 전수조사한 결과, 14곳이 빈 상태였다. 이 가운데 2층이 통째로 빈 곳도 2곳에 달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트랜짓몰은 위례신도시 내에서도 임대료가 높은 핵심 상권으로 인근 상가 임대료는 전용면적 33㎡(약 10평) A급 점포 1층 기준 보증금 7000만~1억 원에 월 350만~450만 원선으로 알려졌다.
트랜짓몰 주변 상가는 분양 당시만 해도 분양가가 3.3㎡(약 1평)당 1억 원에 육박했다. 분양가 자체가 비싸다 보니 임대료가 자연스레 높게 형성됐고, 이로 인해 공실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분양가보다 1억 원가량 싼 급매물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일부 지역 상가 공실률만 높을 뿐 모든 곳에 공실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면서 “아직 상권 형성이 덜 된 상태다 보니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고 입점하는 사람이 적고, 공실이 많다 보니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째 표류 중이던 트램 사업 계획이 무산됐다는 소식은 또 다른 악재다. 위례신도시 트램 사업은 정부가 2008년 위례신도시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포함된 것으로 신도시 중심부를 관통하며 마천역부터 복정·우남역 5.44km 구간을 잇는 트램 노선 건설을 골자로 한다. 이를 전제로 조성된 게 트랜짓몰이다.
하지만 전날(2일) 정부의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가 트램 민자사업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거리에서 상가 분양 상담을 하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죽을 맛이다. 트램 공사가 확정되면 임차인도 구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어 그때까지만 참자고 생각했는데 건설 자체가 안 된다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 창업 전문가는 “위례신도시는 분양 당시부터 트램 사업 등 개발 계획 덕에 분양가와 땅값이 높게 책정됐다. 트램이 실현된다는 전제하에 외부인의 유입까지 생각했던 것”이라며 “그 사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외부인이 위례로 들어와 소비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가 공급량이 워낙 많고, 일부 상권은 임대료가 낮아졌다고 하는데 제한된 소비인구로는 매출 성과를 이루기 힘들어 투자자나 임차인이나 손실을 볼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시와 국토부는 민간 투자 방식과 별개로 공공 재정 방식으로 새롭게 트램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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