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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호텔·기숙사는요? 휴가철 불안 증폭

8.8만 개 중 2.5만 개 소재 불명…숙박업체 등 공중 이용시설은 파악 안 돼

2018.06.29(Fri) 17:27:24

[비즈한국] “​요즘 숙박업소에 가면 침대 커버부터 벗겨 어디 매트리스인지 확인해요.”​ 

여름휴가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라돈침대’​ 사태를 겪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라돈 검출 매트리스 수거는 지지부진한 상황.​ 라돈 피해자 모임에서는 “매트리스 직접 확인하고 라돈 측정기 갖고 다녀야 할 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현재까지 파악한 라돈침대 판매량은 8만 8000여 개. 수거신청이 접수된 4만 8000개, 정보누락이나 대진침대 측이 모나자이트 미함유라고 주장해 추가 확인이 필요한 1만 5000개 등 현재까지 원안위에서 소재가 파악된 매트리스는 6만 3000여 개다. 

나머지 2만 5000여 개는 여전히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대진침대가 판매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원안위가 수거 접수를 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대진침대 매트리스가 야적된 충남 당진시 송악읍 동부항만 고철야적장에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엽합뉴스


일각에선 호텔, 리조트 등 숙박업체나 기숙사, 연수원 등 공중 이용시설에 라돈 검출 침대가 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여기어때’와 ‘야놀자’ 등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일찌감치 고객의 불안 심리를 우려해 직·가맹점 자체조사를 통해 라돈 측정을 하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초 대진침대 홈페이지에는 ‘호텔·리조트’ ‘기숙사·연수원’ 등 납품처 리스트​가 올라와 있었으나 논란이 일자 돌연 삭제했다. 대진침대 측은 “라돈이 검출됐다고 알려진 매트리스는 대리점에 유통되는 상품으로 호텔 등 공중 이용시설 납품 제품과 다르다”고 밝혔다.  
 
리스트에 오른 호텔들은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호텔은 “최근 인터넷에 도는 납품처 리스트를 보고 라돈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며 “우리 호텔은 대진침대와 관련이 없다. 과거 납품 기록이 수정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진침대 측에 정보변경을 요구한 호텔도 있었다. 제주의 한 호텔은 “대진침대와 거래한 적도 없는데 납품처 리스트에 왜 올랐는지 모르겠다. 대진침대에 정보변경을 요청한 상황”이라며 “라돈 사태 이후 우리가 쓰는 침대 업체에 방사능 안전검사를 의뢰했고 문제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라돈 검출 모델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마저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감지된다. 휴가를 앞두고 있거나 업무상 숙박업소를 자주 이용해야 하는 여행객들의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라돈 문제가 불거진 뒤, 라돈 관련 문의가 들어온 적은 있다”며 “이 때문에 시설이 변경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침대 외에도 해외여행 시 구입하는 라텍스 매트리스에도 방사능이 나온다는 보도가 나온 뒤엔 문의가 더 많아졌다”고 전했다.

라돈 피해자 모임 온라인 카페 등에는 대진침대의 호텔, 리조트 등 공중 이용시설에 대한 납품처 리스트가 올라와 있다. 사태가 커지자 대진침대 측은 사과문을 올리고, 홈페이지를 돌연 폐쇄했다. 사진=라돈 피해자 모임 온라인 카페


라돈 검출 모델을 사용하는 호텔을 발견했다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호텔, 연수원, 기숙사 등 공중 이용시설도 조사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 작성자는 “한 달에 네다섯 번꼴로 가는 호텔에 라돈 검출 모델이 있었다. 원안위 측에서는 호텔이 검사를 요청해야만 할 수 있다며 제삼자가 호텔 침대 검사를 요청할 수는 없다더라”며 “호텔, 기숙사, 연수원에 납품된 매트리스는 제대로 검사되지 않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썼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텔 등 다중 이용시설에 납품된 라돈침대는 아직 파악이 안 되는 실정이다. 피해자 모임 카페 관계자는 “사태가 불거진 뒤 원안위와 대진침대는 호텔 등 공중 이용시설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얼마 전 특목고 기숙사에서 라돈 침대가 나왔듯 어디에 라돈 매트리스가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디 가든 일일이 매트리스를 확인하고 라돈 측정기를 들고 다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6일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구매하거나 사용한 소비자들이 제기한 매트리스 구입대금 환급건에 대해 ‘소비자기본법 제68조 제2항’에 따라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까지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2996명에 이른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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