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 가지 질문을 해보자.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우승자를 기억하는가? 에릭 남을 제외하고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 1부터 시즌 5까지 우승자 이름이 금방 나오는 ‘슈퍼스타 K’와 대조된다. MBC가 진행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중에 성공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아니, 사실 SBS ‘케이팝스타’와 Mnet ‘슈퍼스타 K’, ‘프로듀스 101’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기억에 남을 만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MBC가 다시 한 번 10대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 ‘포켓돌 스튜디오’를 만든다고 한다. 대체 왜 이렇게 목매는 걸까?
답은 음악프로그램 1위 명단에 있다. 지난 6월 26일에 방송된 SBS MTV ‘더 쇼’에선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인 김동한과 김용국이 1위 후보에 올랐다. 탑 11에 들지 못한 둘이지만, 팬덤의 힘으로 JBJ라는 그룹으로 활동했으며 당시 인기를 개인 활동으로 이어갔다. 멤버 4명 중 3명이 ‘프로듀스101 시즌2’에 참가한 뉴이스트 W도 음원을 공개하자마자 세 곳에서 1위를 석권했다. 물론 이들 역시 우승 멤버가 아니다.
또 다른 장면이 있다. Mnet은 ‘워너원’을 활용해 ‘워너원 고’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성공시켰으며 뒤이어 무려 4개의 유닛 활동도 성공시켰다.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청자들의 ‘팬심’ 덕분에 백전무패다. ‘프로듀스101 시즌1’ 팬덤도 굳건하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스탠바이 I.O.I’의 성공을 비롯해 프리스틴과 구구단, 그리고 청하가 성공적으로 데뷔한 이유는 ‘프로듀스101 시즌1’ 팬덤 덕분이다.
이렇듯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승한 가수의 지적 재산권을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위 ‘팬덤 장사’라 불릴 정도로 엔터테인먼트는 팬이 중요한데, 오디션 서바이벌은 그 팬덤을 모으는 데 최적이다. 흥행한다면 방송국 입장에선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갖게 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지상파의 입지 변화에서도 알 수 있다. 과거 송출 시간대를 결정하던 플랫폼 사업자이던 지상파는 속된 말로 ‘갑’이었다.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치 등 경쟁자가 없던 시절에 방송국이 갖고 있던 권위는 황제와 같았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CJ가 본격적으로 케이블 채널에 투자하고, 종합편성 채널이 생겼으며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다른 차원의 경쟁자가 나타났다. 유일무이한 플랫폼 사업자로서 방송국의 권위는 내려앉을 수밖에 없었다.
채널을 떠난 시청자를 잡기 위해 방송국은 기꺼이 콘텐츠 제작사로서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그 변신의 중심엔 아이돌이 있다. MBC가 그동안 실패한 잔혹사를 딛고 다시 한 번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이유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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