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5일 방위사업청은 제113회 방위사업 추진위원회에서 해상초계기 사업의 구매 방식을 정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보면 단순히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살 것인지만 정하는 일이지만 사실은 미국 보잉(Boeing)의 P-8A 포세이돈(Poseidon)으로 확정 난 것이나 다름없다.
방위사업청은 해상초계기를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국군이 사용할 무기를 제작사로부터 구매할 때 다른 나라 정부를 대신해서 미국군 물량과 같이 구매하고 구매 국가는 무기 값을 미국의 연방준비은행에 입금해 지불하는 제도다. 이런 독특한 ‘대리구매’ 방법이 무기산업에 존재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이 최신예 무기체계를 판매할 때 계약조건과 운용조건에 일정한 제약을 걸고 싶을 때 FMS로 판매한다. 우리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을 바로 이 방식으로 구매했다.
FMS를 사용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신속한 계약 진행을 위해서다. 경쟁입찰로 무기를 구매할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입찰에 누가 참여할 것인지 제안서를 기다려야 한다. 이후 무기의 성능이 어떤지, 제작사가 말한 성능이 진짜인지, 무기를 구매하는 대가인 절충교역(offset)의 규모가 어떤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 여러 차례의 심사를 거쳐 우선협상 대상을 정한 다음, 자세하고 복잡한 구매 방식과 금액을 조율한다.
반면 FMS는 행정비용을 미국 정부에 지불한 다음, 미국 정부가 미국군에서 발주할 때 옵션과 금액을 결정하고 이 내용을 구매국에게 통보하는, 일방통행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간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방위사업청이 FMS로 구매방식을 정하자 일각에선 기술이전의 기회는 물론 경쟁입찰을 통해 계약조건을 유리하게 진행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FMS가 더 적절하다는 증거가 많다.
무엇보다 개발과 실전배치가 일찌감치 끝나 검증된 점이 중요하다. 사브는 잠수함을 잡는 해상초계기인 소드피시(Swordfish)와 함께, 해상탐색과 공중조기경보임무를 맡는 글로벌 아이(Global Eye)를 동시에 개발했다. 그러나 현재 소드피시는 실물 비행기가 없고 글로벌 아이만 완성되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에 인도됐다.
사브는 글로벌 아이가 소드피시와 같은 비행기를 개조했으며 임무 콘솔, 레이더, 생존 장비, 컴퓨터 기능들이 거의 비슷해 반쯤 검증된 기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래도 궁색할 수밖에 없다. 개발이 덜 된 무기체계는 보수적인 군의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비슷한 경우로 공중급유기 사업이 있었다. 당시 에어버스사의 A330 MRTT와 보잉사의 KC-46A가 경쟁했는데 ‘미국제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KC-46A는 개발이 완료되지 못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A330 MRTT가 승리했다. 그 후 KC-46A는 계속된 개발비 상승과 개발지연으로, 아직도 완성을 못한 상황이다.
넓은 기체를 활용한 우월한 성능도 주목할 만하다. 사브의 소드피시는 포세이돈보다 더 발전된 레이더를 장착한 대신, 무장 탑재량이 부족하고 내부 공간이 좁다. 공간이 넓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해상초계기는 잠수함을 찾기 위해 인내심을 갖고 장시간 추적 임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장점이 크다. 승무원들의 휴식공간이 충분하고 무장 발사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잠수함 탐색 작전은 그야말로 장님이 도둑 잡는 격이다. 레이더로 한 번에 넓은 영역을 탐색할 수는 있지만 바다 속에 숨은 잠수함을 레이더로 잡을 수는 없다. 잠수함이 전지 충전을 위해서 슈노켈이라는 장치를 물 밖에 내놓거나, 잠망경을 내놓을 때 레이더로 탐지할 수 있지만 잠수함은 해상초계기가 레이더로 자신을 발견하면 급히 수중으로 몸을 숨긴다.
이를 위해 해상작전헬기는 물에 담그는 음파탐지기인 디핑 소나(dipping sonar)가 있고, 해상초계기는 바다에 뿌릴 수 있는 소형 음파탐지기인 소노부이(sonobuoy)가 있는데, 레이더 전파나 적외선과 달리 소리는 수중의 상태에 따라 특성이 무척 달라져 정확한 위치 파악이 매우 힘들다.
그래서 해상초계기는 적이 있을 만한 곳을 샅샅이 수색하고, 의심되는 표적에는 소노부이를 사용해 ‘너를 추적하고 있다’고 압박하며, 표적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곳에는 어뢰를 떨어트린다. 적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려면 그야말로 하늘이 돕는 기회가 필요하다. 해상초계기의 역할은 바다를 수색하며 잠수함을 공격하고자 한다는 압박을 줘, 최종적으로는 잠수함이 우리 편 군함이나 잠수함을 공격하지 못하고 도망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군의 주력 해상초계기인 P-3C 오라이언보다 P-8A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너무 당연하다. 더 빨리, 더 넓은 면적의 바다를 수색하고 더 많이 소노부이를 발사하며 더 오래 적을 추적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이다.
해군의 초청으로 P-3C에 탑승해 잠수함 탐색임무를 간단히 참관한 경험이 있다. 잠수함 탐색 임무야말로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상상과 달리 레이더로 적 군함이나 잠수함을 발견해도 실제로는 몇 개의 사각형으로만 표시되므로 경험과 훈련을 통해서 이 배의 정체나 크기를 짐작해야 하는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바다를 탐색해야 하니 저공비행으로 승무원들의 피로도도 무척 커 보였다. 소형 간이 화장실과 컵라면에 의지하는 장시간 추적 임무는 강한 사명감 없이는 어려워 보였다.
포세이돈이 도입되고 임무에 투입되면 대잠수함 임무의 효율이 크게 높아져서 우리 군의 잠수함 대응능력이 전체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P-3C보다 더 빠르고 더 높이 날 수 있기에 적 잠수함이 우리 영해에 들어오는 데 성공하더라도 포세이돈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더 소극적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시리아 근처 지중해에서는 미 해군의 P-8A 포세이돈이 작전 중인데, 지중해에서 포세이돈의 작전으로 IS 공습작전을 감시하려는 러시아 잠수함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었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세이돈이 매우 비싸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몇 대로 3면이 바다인 한국 영해를 24시간 감시하기 어렵다. 대안으로 몇몇 업체들이 저렴한 터보프롭 해상초계기를 제시했다. 특히 에어버스사의 C295 ASW 해상초계기의 경우 성능이 부족하지만 포세이돈의 절반 가격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보급형 해상초계기의 경우 P-3C와 같이 승무원들의 근무 환경이 나쁘고 속도가 느려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한 가지 검토할 만한 방법은 해상초계 작전에서 드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사는 자신들의 주력 상품인 MQ-9 리퍼(Reaper) 드론을 잠수함 추적 임무에 투입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리퍼 드론에 울트라 일렉트로릭스(Ultra Electronics)사가 제작한 특수한 포드를 장착, 잠수함 탐지용 소노부이를 투하한 것이다.
드론이 소노부이를 투하하면 음파 탐지 정보를 드론에게 보내고 드론은 다시 공중에 있는 해상초계기에 정보를 전달해 결국 해상초계기 1대로 동시에 여러 곳을 수색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우리 군은 이미 서북도서 감시용으로 이스라엘 헤론(Heron) 무인기를 배치 중이며, 중고도 무인기, 차기 군단급 무인기 등 차세대 무인기 개발이 거의 끝나가기에 포세이돈 도입과 함께 드론을 잠수함 추적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잠수함을 잡는 것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해상초계기가 도입된다고 우리 영해에서 잠수함을 완벽 방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상초계기의 전력 증강은 수중에서 우리 함정을 위협하는 적 잠수함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우리 영해 침범에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해군 항공단이 포세이돈 도입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도약의 기회를 맞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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