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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댓글조작 동원 의혹' 6개월 자체감사 '문제없음' 결론

박주민 의원 문제제기로 촉발…사실상 무혐의 결론에 '제 식구 감싸기' 논란

2018.06.28(Thu) 18:07:37

[비즈한국] 국정원 ‘댓글 조작’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5월까지 6개월간 비공개 자체감사를 진행한 결과 사실상 혐의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는 자체감사 결과 댓글이 여론 조작을 의심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입장이지만, 의문점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는 감사 결과에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사이버 상담 실태 등 특정감사 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여가부는 청소년 학교폭력 사이버 상담사의 댓글 조작 여부를 집중 조사했다. 여가부는 “상담원 공통 ID로 언론 보도 댓글 게시 여부를 검색한 결과 업무 외 내용으로 게시된 댓글 5개를 발견했지만, 해당 댓글 작성자와 근무 중 게시 여부는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댓글 조작이 이뤄졌다고 지목된 시기는 2012년으로, 지난 4월 ‘경향신문’ 보도로 드러난 2013년 여가부 ‘댓글부대’ 운영 시점보다 1년이 앞선다. 

 

여가부는 이어 “사이버 상담원이 로그인 후에 게시판 및 포털사이트에 등재한 내용을 일부 확인하였으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2011년 또는 2013년부터 채용된 사이버 상담원과 통화한 결과 당사자들은 업무 외에 별도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진 여성가족부는 장장 6개월간 비공개 자체감사를 진행해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그래픽=이세윤 PD


이번 ‘댓글 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해 11월 6일 여가부 국정감사에서 여가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전 한국청소년상담원)이 2011년 ‘학교폭력 예방 상담 기능 강화’ 명목으로 4억 원을 긴급편성 받아 사이버 상담사 17명을 증원했지만 오히려 상담 실적이 줄었다고 지적하면서 의문을 표했다.

 

박 의원은 당시 “(예산을 증액한 뒤) 조윤선 장관 때 (상담사 실적은) 1명당 42건, 한 달에 2건 정도 상담을 한 것에 불과하다. 과연 이 (추가로 뽑은) 17명은 평상시에 무엇을 했을까 궁금증이 든다”며 “이 터무니없는 상담 실적은 여가부의 예산이 국정원 댓글 개입에 지원됐다는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뒷받침해 주는 의혹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진행한 청소년 사이버 상담사업 ‘학교폭력’ 상담 건수는 2011년 1232건, 2012년 3110건, 2013년 828건, 2014년 1054건, 2015년 1050건, 2016년 831건으로 예산을 증액한 바로 직후인 2012년 실적이 반등했지만 2013년부터 예산 증액 전보다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2011년 32명이던 사이버 상담사는 2012년 49명으로 늘었다가 2015년부터 41명을 유지하고 있다.

 

사이버 상담사는 개인 노트북을 지급받아 각자 재택 근무했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알기 어렵다. 여가부 감사 보고서 또한 사이버 상담사 근태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 사이버 상담사업 실무 담당자는 “2011년엔 ‘학교폭력’만 상담했지만 2012년부터 대인관계, 정신건강, 성격, 가족관계, 학업진로 등 다양한 문제영역을 다루기 시작하면서 학교폭력 카테고리 실적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뿐 전체 실적은 크게 늘었다”며 “상담사는 하루 4시간 재택 근무하며 진심을 다해서 상담한 죄밖에 없다. 댓글 조작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14일 제354회 3차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여가부와 그 산하기관이 몇몇 특정 업체에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사이버 상담사에게 지급할 노트북 공급 업체 선정 과정에서 긴급 공고를 통해 특정 세 업체와 계약했다. 

 

이 세 기업 A, B, C 사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감사를 공유했고 최초 본점 주소지가 같거나 전화번호가 같았다. 사실상 경제 이익을 함께하는 하나의 회사라고 보이는 대목이다. 이후 A 사와 C 사가 각각 2017년 2월 27일, 3월 23일 비슷한 시기에 폐업하며 노트북 공급 업체가 바뀌었다. 

 

여가부는 감사 보고서에서 “(컴퓨터 공급 업체 선정을) 특별히 긴급하게 추진해야 할 만한 사유는 없었으나 1건을 제외하고는 법령 기준에 위배되지 않았다”고 해명할 뿐 A, B, C 사가 경제공동체라는 의혹을 해소하진 못했다. 

 

또 다른 여가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체결한 정보시스템 계약(유지보수 및 보안시스템 관리) 78건 중 47건을 A, C 사와 체결했다. 해당 47건 계약 중 42건은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여가부는 “수의계약을 체결한 42건 중 계약금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건 4건”이라며 “해당 업체만이 유지보수가 가능한 것이 아니므로 공개경쟁을 통해 선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2000만 원 초과하지 않는 38건은) 근거에는 부합하지만 동일 또는 유사한 사업을 나누어 체결했다는 점에서 적절하진 않았다”고 인정했다. 

 

여가부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는 업무 관련자 4명에게 개인 문책, 경고·주의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는 ​‘기관 조치’ 징계를 내리는 것에 그쳤다. 여가부 법무감사담당관 관계자는 “당시 발견된 댓글에 정치적인 내용은 없었다”며 “금액이 적은 경우 계속해오거나 잘하는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기기도 한다. 감사 결과 A, B, C 사가 하나의 업체라고 판단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주민 의원은 28일 ‘비즈한국’의 통화에서 “​사실상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사 결과를 수긍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한계점이 보인다​”며 ​“​국정원이 쓴 댓글이 삭제된 것처럼 공통 ID로 작성된 댓글이 삭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상담사가 만약 댓글을 달았다면 업무 계정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자체감사인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의문점을 완전 해소해주는 결과가 아니라는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의 대응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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