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통신업계 화두 중 하나는 대북사업이다. 지난 5월 10일 KT는 남북간 정보통신(ICT) 교류 확산을 위해 ‘남북협력사업개발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역시 최근 대북사업 발굴 및 추진을 위한 TF 구성에 들어갔다. LG유플러스는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KT는 “이전 남북정상회담 등에서의 통신지원 경험과 앞선 ICT 기술을 바탕으로 남북경협 지원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남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인프라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재개되는 즉시 통신서비스를 제공해 남북경협 참여 기업들이 불편 없이 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KT 자회사인 KT SAT는 7일 “북한에서 추진할 수 있는 위성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밝히는 등 그룹 전체가 대북사업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반면 SK텔레콤 관계자는 “대북사업 관련 TF를 준비 중인 건 맞다”며 “아직 TF가 구성되지는 않았고 준비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의 통신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체신성’이다. 체신성은 북한 정부기관으로 북한 정부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곳이다. 또한 대북사업은 한국 정부와의 협력관계도 필수적이다. 통신은 정부 허가가 없으면 통신망을 설치해도 무용지물이다.
최근 KT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4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경찰은 6월 18일 황 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신청,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수사 보강을 요청하면서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구속은 면했지만 황 회장이 정부로부터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KT 남북협력사업개발TF 단장을 맡은 구현모 KT 사장은 황 회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경찰이 황 회장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구 사장에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재계에서는 한때 구 사장을 차기 KT 회장으로 예측했지만 최근에는 구 사장 역시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사석에서 “KT 내부에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황 회장이 빨리 물러나면 좋겠다는 말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KT는 기간통신 사업자이기에 황 회장과 정부의 관계가 대북사업에 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다”면서도 “TF 차원에서 구체화된 성과는 없고 그간 보도된 내용 정도로만 보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연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일 최 회장은 서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코 포럼에서 “싸게 쓸 수 있는 요금제로 (통신비를) 전환시켜 소비자 신뢰를 얻는 것을 타깃으로 하겠다”고 통신비 인하 정책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말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로 파견되기 전 최 회장과 독대하기도 했다.
KT는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2000년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도 통신 지원을 맡았다. 그간 대북 통신사업은 대부분 KT 차지였지만 이번에는 정부와의 관계 등으로 인해 SK텔레콤이 사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장 사업을 진행할 것은 아니고, 기업이 남북 경협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내실 있게 준비를 하는 과정이기에 지금 (KT와의 경쟁구도를) 논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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