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거나 혹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종목들이 다수 존재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연초 이후 6월 중순까지의 주식 투자 스타일별 성과를 표시한 것인데, KOSPI가 3% 가까이 하락하는 가운데 소형주와 턴어라운드 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반면 경기방어주와 고배당주, 그리고 모멘텀 주식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참고로 ‘주식 투자 스타일’이란, 금리나 경기 등 주요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함께 움직이는 주식의 집합을 의미한다. 물론 익숙한 개념은 아니지만, 매우 유용하니 이번 기회에 알아두면 좋으리라 생각된다.
최근 출간된 책 ‘순환장세의 주도주를 잡아라’에서 리처드 번스타인은 다음과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친다.
전체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도 모든 주식이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때에는 소형주가 대형주의 수익률을 웃돌며, 다른 때에는 가치주가 성장주의 수익률을 웃도는 기간이 역사적으로 뚜렷하게 관찰된다. (중략)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theory)은 시장수익률을 초과하려고 개별 주식을 선택해도 실효가 없다고 주장한다. 모든 가용한 정보가 즉시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1970~1980년대에 접어들며 학계를 중심으로 주식시장의 현실이 효율적 시장 가설과 부합하는지, 아니면 기간별로 서로 다른 수익을 거둔 주식 집단이 시장에 존재했는지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었다.
특히 이들 연구 중에는 비슷한 특성을 공유하며 함께 움직이는 특정 주식 집단(=주식 투자 스타일)이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현상을 효율적 시장 가설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경우도 있었다. -책 31~32쪽
쉽게 이야기해, 주식시장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높은 초과 성과를 기록한 주식의 집단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 저변동성 주식(Low Vol)의 강세 현상이다. 2001년 이후 한국에 존재하는 주요 주식 스타일 중에서 저변동성 주식 스타일은 톱3의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다. ‘High Risk High Return’의 원칙에 따르면, 주식의 위험(=변동성)이 낮은 주식일수록 저조한 성과를 기록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던 셈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에 대해 리처드 번드타인은 시장 참여자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의 차이,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성에 주목하라고 권고한다.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는 분석 방법 및 심리의 차이 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동시에 투자 정보를 수용하고 대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시장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완벽하게 디스카운트 할 수 없다는 것도 비정상성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세그먼트(=투자 스타일)는 여러 경제 및 시장의 사이클에 따라 비슷한 수익률을 내는 유사한 특성을 갖는 주식의 집단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책 34쪽
결국 주식시장은 어떤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며, 시가총액의 차이(대형주 vs. 소형주)나 혹은 밸류에이션의 차이(성장주 vs. 가치주) 같은 다양한 요소로 분해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이들 주식 투자 스타일은 경기나 금리의 변화에 따라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으니, 최근처럼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때에는 어떤 투자 스타일이 강세를 보이는지 살펴보는 것도 투자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주식 가격이 빠진다 싶을 때 주식비중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누가 주식시장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아래의 표에 잘 나타난 것처럼, 외부 충격으로 주식시장이 급락했을 때가 최고의 매수 기회였던 적이 많다. 따라서 주식시장을 아예 떠나기보다, 다양한 투자 스타일의 종목 혹은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자.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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