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형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원조인 ‘프로듀스101’이 ‘프로듀스48’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르다. 일본 아이돌 육성의 원조격인 ‘AKB48’, 아이돌 마스터스를 보유한 일본의 연습생을 데려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과 일본에 동시 송출된다. 원조를 본떠 만든 프로그램이 본고장에 진출한 격이다.
화제성이 남다르다. 시작 전부터 팬들은 일본 아이돌 연습생의 프로필을 공유하고, 한국 아이돌 연습생과 어떻게 다른지 분석글을 작성한다. 한국과 일본 아이돌이 어떻게 다른지 세세히 분석한 글도 돌아다닌다. 한국만 해도 아이돌 연습생이 수만 명인 시대다. 이 시기에 왜 일본까지 범위를 넓혔을까? 심지어 1990년대와 달리 한국 아이돌 육성 시스템이 일본 시스템보다 여러모로 우월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차별화다. 프로듀스101을 본떠 만든 JTBC ‘믹스 나인’, KBS ‘더 유닛’은 모두 실패했다. 이 점에서 차별화하기 위해선 제작 PD의 연출, 편집 능력을 넘어선 무언가 필요하다. 그 답이 일본 연습생이다. 일본 아이돌 연습생을 데려와 시청자의 취향을 더 반영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의 전통 대결 구도도 만들 수 있다. 더욱 극적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구도다.
두 번째는 플랫폼 전략이다. CJ는 최근 자사의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플랫폼인 ‘티빙’을 해외로 진출시키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한국을 기점으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를 거쳐 전 세계를 향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아이돌 연습생을 데려온 이유는 콘텐츠를 통해 티빙을 일본으로 진출시키기 위한 포석이다. 일본 시청자 역시 위와 같은 대결 구도 등으로 인해 ‘프로듀스48’을 즐기기에 안정적으로 티빙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다.
과거 ‘넷플릭스’는 드라마 ‘지정생존자’, 영화 ‘옥자’로 대표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해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용자를 확보했다. 가장 핫한 주제인 아이돌과 시청자에게 검증받은 콘텐츠인 육성 프로그램이 만난 프로듀스48은 티빙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기존 프로듀스101의 흥행에서 볼 수 있듯이,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은 방송국이 IP를 보유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다. 워너원과 아이오아이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흥행 연전연승이다. 이러한 강력한 팬덤이 한국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통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론 방송 흥행과 콘텐츠 성공이지만 장기적으론 티빙 플랫폼의 성공이자 CJ E&M 글로벌 전략의 승리다. 그래서 프로듀스48은 CJ E&M의 아시아 시장 점령에 대한 꿈이 담긴 원대한 기획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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