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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부 복직 권고 '콧방귀' 풍산 해고 노동자 상경 투쟁

30년 전 군사정권 유물 방산업체 단체행동 제한 탓…풍산 "이행의무 없어"

2018.06.20(Wed) 18:07:52

[비즈한국] 국무총리 직속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위원회)로부터 다섯 차례나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라는 권고를 받은 풍산이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풍산 사옥 앞에서 해고 노동자들이 ‘풍산은 사죄하라’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사진=장익창 기자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는 풍산 사옥 앞에 해고 노동자 40여 명이 상경해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권과 자본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을 억울하게 해고한 풍산은 위원회의 복직권고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1988년부터 1989년 1월 사이에 해고돼 30년 동안 복직 투쟁을 하고 있다. 

 

이날 해고 노동자들은 풍산 사측에 위원회의 복직 권고 공문을 제출하고 대화를 요청했으나 사측은 대화를 거부하고 정문 출입문을 잠가 회사를 찾는 외부 방문객에게까지 불편을 끼쳤다. 이날 오전까지 풍산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한 해고 노동자들은 오후에 청와대에 복직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복직 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이렇다. 

 

1988년 7월 경북 경주시 풍산금속 안강공장에서 한 노동자가 탄약제조를 하다 폭발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고사 이후 노동자 4명이 사고사를 알리는 유인물을 붙이자 회사는 이들을 명예훼손과 군사기밀 누설로 해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풍산금속에 민주노조가 결성돼 임금 및 단체협상 파업을 진행하다가 1989년 1월 2일자로 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하지만 복귀 당일 새벽 사측의 의뢰로 투입된 경찰에 노조 간부가 체포되어 구속된 뒤 해고됐다. 

 

2001년 제정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고 노동자들은 위원회에 명예회복을 신청했다. 위원회는 2007년 10월, 2010년 11월, 2012년 5월, 세 차례 본 위원회를 열고 경주 안강공장과 부산 온산공장 해고 노동자 45명을 권위주의 통치에 항거한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위원회는 명예회복 조치의 일환으로 ​풍산에 공문을 발송해 ​​2008년 3월 28일부터 2011년 12월 8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킬 것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 4월 ​위원회는 ​풍산 민주화운동 관련자 중 복직을 희망하는 해고 노동자들 ​42명의 복직을 풍산에 권고했다.

 

풍산 관계자는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는) 법적으로 완결됐고 위원회의 권고는 법적으로 강제 사항이 아닌 권고일 뿐이라 이행할 필요가 없다. 당사의 출입문은 정문 외에 후문도 있다. 해고자들이 시위를 하는 동안 정문을 막았지만 후문을 통해 임직원들과 내방객들이 오고갔다”​고 주장했다.

 

풍산이 복직 권고를 거부하는 법적 근거는 전두환 정부 시절 삽입돼 현재까지 개정되지 않은 방위산업체 근로자에 대한 헌법상 단체행동권 제한 규정 때문이다.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에게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지만, 제33조 3항은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제한하거나 인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방위산업체인 풍산은 이 규정을 통해 해고 노동자들이 제기한 복직 소송에서 승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풍산해고자협의회 측 권영국 변호사는 “풍산이 위원회의 복직 권고를 거부하는 태도는 그 자체로 매우 권위적일 뿐만 아니라 사유 또한 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타당성이 없다. 거듭된 위원회의 복직 권고는 풍산의 복직 거부가 정당성이 없음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라며 “노동자들이 해고된 지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고 당시 20~30대 젊은이였던 이들은 환갑이 된 지금도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풍산은 즉각 복직을 이행하라”고 역설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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