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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바람 탄 암호화폐 '지역코인' 공약의 허실

최초 '노원코인' 활성화 한계…부산 오거돈, 제주 원희룡 등 앞 다퉈 내세웠지만 '글쎄'

2018.06.20(Wed) 17:47:14

[비즈한국] “취지가 좋아서 가맹점 가입은 했는데 사용하는 고객은 한 번도 못봤어요. 어떻게 쓰는지 정도는 가르쳐줘야 알지, 가입만 시켜놓고 찾아오는 구청직원은 없었어요.”(노원코인 가맹점주)

 

6·13 지방선거를 전후해 각 지역에서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개발에 관심이 쏠렸다. 올 2월 서울시 노원구가 개발한 ‘노원코인’에 이어 부산, 제주 등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저마다 지역 암호화폐를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한 것. 하지만 정작 실제 구매에 쓰이는 비율이나 관심이 낮은 탓에 지역화폐가 제대로 정착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한 한의원에 비치된 노원코인 홍보물. 사진=김상훈 기자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의 선두주자는 올해 2월 서울 노원구에서 자체 개발한 ‘노원코인’. 노원코인은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 등의 활동으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폐로 보상한 것으로 거래내역과 코인 관리가 용이하다. 노원구에 따르면 2월 도입 이후 노원코인 이용자는 4000명이 넘었고 월별 사용액도 점차 느는 추세다.

 

노원구는 올 2월부터 지역화폐 노원코인을 도입했다. 사진은 노원코인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노원구


하지만 현장에서 본 노원코인의 관심은 미미했다. 20일 찾은 노원구의 한 빵집에서 노원코인에 대해 물어보자 점주는 “노원코인에 대해 물어본 사람은 기자가 처음이다. 지금까지 써본 적은 없다. 취지가 좋아 신청했는데, 구청에서 나와 사용법을 알려준 적도 없다”며 “지역 주민 대부분이 중간층 없이 나이대가 높거나 낮은 편인데 이런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가맹점으로 등록된 상계동의 한 식당 관계자는 오히려 사용법을 묻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가입된 건지 잘 모르겠다. 사장님한테 여쭤봐야 할 것 같다”며 “(노원코인은) 지금까지 사용해본 적도 없고 방법도 모른다. 우리는 현금과 카드결제만 받는다”고 말했다. 

 

현재 노원코인 홈페이지에 등록된 가맹점 수는 250개로 음식점, 카페는 물론 한의원, 학원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한의원 운영자 역시 “가맹점 등록은 지난 5월 했지만, 회원카드와 사용방법이 적힌 팸플릿은 오늘 받았다”며 “지인 권유로 취지가 좋아 하게 됐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은 지역화폐 ‘B코인’​을 만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를 통해 재래시장 상품권을 대체하는 방안과 사회공헌활동자 등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해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6·13 지방선거 전후 일부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노원코인처럼 블록체인 기반의 지역화폐 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은 앞 다퉈 지역코인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 제주 등 도시 코인은 물론, 관악구의 ‘관악코인’​, 광주서구의 ‘​서구코인’​ 등이 조명을 받았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과 연임에 성공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구체적인 지역 코인 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인은 지역화폐 ‘​B코인’​을 만든다는 공약을 내놨다. B 코인의 B는 ‘​부산의 사회복지’​라는 의미로, 재래시장 상품권을 대체하는 방안과 사회공헌활동자 등에게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사용실적이 저조한 지역 상품권 대신 편리한 암호화폐를 도입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지사는 지역화폐 ‘​​제주코인’​을 발행하고,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코인은 공공, 민간 등 제주 유통 시장에서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기초한 첨단기업 활동을 제주에서 창출한다는 게 원 지사의 계획이다. 

 

ICO(가상화폐공개)와 관련해 원 지사는 “정부가 금지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과 창업가가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로 간다”며 “제주도는 법규가 정비되기 이전이라도 자금 지원이 필요한 블록체인 기술업체를 선발해 연구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도록 ICO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역화폐 ‘​​제주코인’​을 발행하고, 제주도를 블록체인 특구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 같은 지역 암호화폐 공약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노원코인과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 등 활동으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코인’​​으로 보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지역주민이 받아가는 코인을 자치단체 예산으로 충당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정부가 ICO를 전면 금지하고, 암호화폐 규제 방침을 유지하는 상황이라, 지역화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솔직한 심정으로 지방정부가 지역화폐를 잘 구현해 암호화폐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으면 좋겠다”면서도 “정부 규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역화폐가 제 구실을 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혜계층이 실질적으로 ‘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공약들을 보면 지역 복지 등에 쓰겠다고 하는데, 소상공인이나 복지 수혜계층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코인으로 거래하는 경제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겉모습은 거창하지만 실속 없는 빈 공약이 되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잘 이끌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역 암호화폐를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에 기반한 ‘코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지역 상품권을 눈에 보이지 않는 ‘포인트’로 전환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 개발업체 관계자는 “지역화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형태의 코인과는 결이 다르다”며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포인트 결제나 멤버십 할인과는 형태만 다르지 큰 차이가 없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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