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GM이 지난 18일 신차 쉐보레 ‘이쿼녹스(EQUINOX)’를 국내 미디어에 공개하며 잠재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앞서 8일 한국GM은 부산국제모터쇼 개막과 동시에 이쿼녹스를 공개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쿼녹스는 군산공장 철수 발표 이후 한국GM이 처음 출시한 신차로, 국내 영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차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썩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쉐보레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 스포츠카 카마로SS, 전기차 볼트(Volt), 볼트 EV(Bolt EV)처럼 이쿼녹스는 북미 생산 제품이다. 르노삼성이 QM3를 수입 판매한 이후 ‘국내 브랜드=국내 생산’이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자동차보험사들은 부품 수급 등 수리비용을 감안해 수입차로 분류한다. 이쿼녹스와 현대자동차 싼타페 최저사양을 기준으로 자동차보험료를 국내 한 다이렉트 보험사에서 기자 명의로 계산해봤다. 대인·대물, 자기신체사고 등 동일 조건으로 싼타페는 38만 8160원, 이쿼녹스는 55만 7270원이 나왔다(보험료는 나이, 운전경력 등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싼타페 대비 이쿼녹스가 43.5% 비싼 셈이다.
# 1.6리터 배기량으로 충분할까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자동차 섹션에는 미디어 시승행사 이후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부정적 반응의 대부분은 1.6리터 배기량에 대한 것이다. “1.6리터 디젤로 4200만 원이나 받나”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SUV 구분 시 디젤 기준 1.6리터급은 준중형, 2리터급은 중형으로 분류한다. 투싼(현대차)·스포티지(기아자동차)는 1.7리터 디젤 엔진, 싼타페(현대차)·쏘렌토(기아차)는 2.0리터 디젤 엔진이 기본적으로 장착됐다. 르노삼성의 QM6도 2.0리터 디젤엔진이 기본 적용돼 있다.
변속기도 경쟁 차종에 비해 부족해 보인다. 투싼 1.7리터급에는 7단 듀얼 클러치 미션(DCT)이 장착됐고, 싼타페 2.0에는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이쿼녹스에는 6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됐다. QM6는 무단변속기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시승행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많았는데, 한국GM은 “효율적인 엔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6리터 배기량으로도 가족을 태우고 일상적으로 이동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고, 연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환경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리터 엔진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들이 이에 동의해줄지는 미지수다.
다만 이쿼녹스의 공차중량이 1645kg으로 싼타페(1795kg)보다 150kg이나 가볍다는 점은 고려할 만하다. 한국GM도 “GM의 중형급 신형 SUV 아키텍처가 적용돼 이전 세대 대비 180kg 가벼우면서도 22% 이상 높은 차체 강성을 실현했다”고 얘기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안전성 테스트 결과도 모두 ‘굿(G)’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효율성은 경쟁차보다 떨어진다. 이쿼녹스의 연비는 리터당 13.3km(이하 2WD 기준)로, 투싼(1.7 엔진)의 15km, 싼타페 13.8km보다 떨어진다. QM6의 12.8km보다는 나은 수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경쟁차 대비 많다. 이쿼녹스의 km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43g으로 투싼(1.7 엔진) 136g, 싼타페(2.0 엔진) 138g보다 떨어진다. QM6는 148g으로 이쿼녹스보다 탄소 배출이 더 많다.
# 크루즈 악몽 떠오르게 하는 가격
지난해 2월 한국GM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를 경쟁 차종인 아반떼보다 200만~300만 원 높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해외에서 먼저 발표된 신형 크루즈는 쉐보레의 신형 디자인 콘셉트와 신기술이 적용돼 기대를 모았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가격정책으로 초기 판매가 부진했다.
결국 한국GM은 한 달 만에 크루즈 가격을 최대 200만 원 인하했지만,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부정적인 인식만 남겼다. 크루즈의 판매 부진은 결국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이어졌다. 이쿼녹스 또한 예상보다 높은 가격정책으로 국내 영업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이쿼녹스의 가격은 2987만~4040만 원으로, 싼타페(2.0)의 2895만~3650만 원보다 높게 책정됐다(이하 2WD 기준). QM6 역시 2770만~3340만 원으로 이쿼녹스보다 낮은 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파워, 중고차 잔존 가치, 서비스망, 부품 수급 및 가격, 보험료 등 모든 조건에서 현대·기아차보다 떨어지는 쉐보레 브랜드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이쿼녹스 LS(2987만 원)에 기본 적용된 크루즈 콘트롤은 싼타페에서는 스마트센스1(105만 원)을 추가 선택해야 하므로 비슷한 조건을 적용하면 최저 사양에서는 이쿼녹스가 13만 원 저렴하다. 그러나 싼타페에는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이 적용됐지만 이쿼녹스에는 일반 크루즈 콘트롤이 적용됐다. 스마트 크루즈 콘트롤은 자동차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주행이 가능한 반면 일반 크루즈 콘트롤은 속도 지정만 가능해 앞차와 간격이 좁아지면 운전자가 속도를 줄여야 한다.
이쿼녹스의 최고 사양인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는 4040만 원으로, 싼타페(2.0 엔진) 최고사양인 ‘프레스티지(3635만 원)’보다 405만 원 비싸다.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싼타페에 가죽시트(현대스마트센스2, 25만 원), 선루프(파노라마 선루프+LED 실내등, 115만 원), 프리미엄 사운드(KRELL 사운드+서라운드 뷰 모니터, 140만 원) 등을 적용하면 3915만 원으로, 가격 차이는 125만 원으로 준다.
가격 논란에 대해 데일 설리번 한국GM 영업·서비스·마케팅 부사장은 시승행사에서 “판매 가격은 판매자의 수당, 할인, 옵션 선택 등에 따라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영업 현장에서 추가 할인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6월 현재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로 생산이 중단돼 재고만 판매하는 크루즈, 올란도를 각 300만 원 할인 판매하고 있다. 중형 및 준대형 세단인 말리부, 임팔라는 각 200만 원, 소형 SUV 트랙스는 200만 원, 준중형 SUV 캡티바는 400만 원을 할인 판매하고 있다.
할인과 더불어 대부분의 차종에 대해 4%대 금리로 72개월 할부를 제공한다. 이는 웬만해선 가격 할인을 하지 않고 ‘원 프라이스(모든 영업소에서 동일 가격 판매)’를 고수하는 현대·기아차와 비교된다. 한국GM 입장에선 할인 판매와 할부 제공 등 영업 현장에서의 추가 혜택 제공을 위해 초기 가격을 책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부산국제모터쇼에서 한국GM은 이쿼녹스와 더불어 대형 SUV, 픽업트럭 등 판매차종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선택의 폭을 다양화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량 제고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가능한 영업을 가능케 하려면 높아진 국내 소비자의 눈높이를 먼저 맞춰야 하지 않을까.
우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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