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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 집값 폭락만 바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수요<공급이면 가격 하락'은 경제의 기본 원리…정부에 더 많이 지으라 요구해야

2018.06.18(Mon) 10:35:32

[비즈한국] 부동산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은 하나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생긴다면 정부·기업이 만든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투기 목적으로 뛰어들 때 생길 확률이 높다. 실거주 목적으로만 부동산을 거래하면 거품이 끼지 않는다. 지금은 실수요자가 부동산을 주도하는 시장이다. 

 

‘국민’은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과 고민만 하는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 부동산을 활용하는 계층은 정부·기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부동산 문제로 고민하는 층은 반대일 확률이 높다. 정부·기업의 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처지만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 과잉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다. 더 많이 지으라고 요청하는 것이 서민에게 더 유리하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을 활용하는 계층은 어떤 정부라도 상관이 없다고 여긴다. 상황별 대책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는 세금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세금 부분에 대한 불만이 존재할 뿐 다른 불만은 없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이들은 부동산 고민층이다. 오르는 전세 가격과 월세 인상분에 시달린다. 좋아하는 곳에 사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지금 사는 지역도 맘에 들지 않고 점점 멀고 불편한 지역으로 밀려난다. 

 

그러다 보니 정부·기업, 부동산 소유자에게 손해가 되는 방향으로 시장이 전개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부동산 폭락론을 주장하는 몇몇 경제학자의 이야기가 그렇게 반갑고 좋을 수 없다. 그런 경제학자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석하기도 한다. 그들이 말하는 해법은 단순하다. 집을 사고 싶다면 완전히 폭락할 때까지 기다리란다. 그때까지는 힘이 들어도 전세나 월세에 살라고 하다.

 

문제는 전세금이 계속 오른다는 것이다. 올려줄 여유자금이 없어 월세로 전환하면 생활비가 부족하다. 40개월 남은 자동차 할부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 번 휴가는 홍콩으로 계획했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동산 고민층의 일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해보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와 유사한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기업, 적극적 부동산 활용층에게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도 손해 보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고민층만 늘 고통을 받는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부가 양질의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할까? 폭락가로 거래될 때까지 기다릴까? 정부가 집주인들을 압박해 임대료를 내리기를 기다릴까?

 

시장은 개인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해결책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 정책이 필요하면 정책을 만드는 사람 혹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정치인은 개별적인 의견은 신경 쓰지 않지만 집단적 의견에는 관심을 갖는다.

 

그것이 여론이다. 여론 형성이 어렵다면 내가 직접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살아야 할 집은 구해야 한다. 시세가 부담스럽다면 저렴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 원하는 곳보다 불편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매매·임대 시세가 하락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 것이 좋다. 부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서가 아니라 그 반대다. 인기가 없는 특정 지역들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고 싶은 이상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폭락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나 말고도 대기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폭락할 아파트는 그 누구도 가기 싫은 곳이다.

 

이것이 부동산 문제의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어떤 지역이 오를 것이니 그 지역의 아파트를 사라는 의미가 아니다. 특정 지역, 특정 아파트를 혐오할수록 그 아파트를 가질 확률은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말이다.

 

이런 국민의 불만은 정부가 내 사정을 알아달라는 요구일 확률이 높다. 기초적인 생활이 어려운 계층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등은 계속 공급될 것이다. 그건 국가가 할 일이다. 

 

그 이상의 계층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기업 또는 인심 좋은 자선가가 뭔가를 해줄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지 말자. 부동산 문제 또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아야 한다. 

 

집값이 올라야 된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누구든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을 사고, 적정한 가격의 월세를 지불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는 공감할 것이다. 집값이 정상화되려면 공급이 많아지면 된다. 임대 가격이 내려가려면 임대 물량이 많으면 된다. 

 

정부·기업의 부동산 공급 노력(?)에 반대하지 말자. 공급 과잉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이다. 더 많이 지으라고 요청하는 것이 서민에게 더 유리하다. 기업끼리 경쟁할수록 소비자는 혜택을 본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부동산 팟캐스트 1위 ‘부동산 클라우드’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가 있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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